부산 기장 신소재산단 소재 비엠티 신공장 내부 전경. 원재료를 피팅·밸브 등 주력 제품으로 가공하는 대부분의 공정이 중앙 집중 제어 방식의 자동화 설비로 구성돼 있다. / 사진=황국상 기자
쇠를 깎아 밸브와 피팅장비를 만드는 기계기업이라고 하면 으레 쇠와 기름 냄새, 미끄러운 기름때로 시커먼 바닥 등이 떠오른다. 부산 기장 신소재산단로의 비엠티 (13,400원 ▼10 -0.07%) 신공장을 방문하기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1만4500여평(약 4만8000㎡) 5개동의 신공장 중 3개동이 원료를 들여와서 가공하고, 중간재 또는 완제품을 만들어 패키징(포장)까지 해서 출하하는 라인으로 구성돼 있다.
윤종찬 비엠티 대표 / 사진제공=비엠티
1988년 2월 설립돼 올해로 37년째를 맞이하는 비엠티는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자산총계 2541억원에 부채총계 1343억원, 자본총계 1198억원 규모의 기업이다. 피팅·밸브를 만드는 대표적인 전통 제조업 산업군으로 분류된다. 피팅(Fitting), 즉 배관을 통해 액체·기체 등 다양한 유체의 흐름을 조율하는 장비가 피팅장비다. 이 피팅장비를 여닫으면서 유체의 흐름을 제어하는 장비가 밸브(Valve)다.
비엠티는 일반 범용이 아닌 산업용 정밀 피팅·밸브와 계장(계측장비) 부품 등을 주력으로 한다. 계장 밸브란 전체 공정을 흐르는 각종 유체의 온도·압력 등 특성을 측정해 배관을 컨트롤하는 밸브를 일컫는다. 그만큼 정밀 기술력이 필요한 분야다. 이미 2003년부터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 비엠티 제품이 쓰이기 시작했다. 2018년부터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에 초고순도 가스를 다루는 특수 배관장비 UHP를 공급했다. 비엠티 전체 매출의 약 60%가 이 반도체 부문에서 발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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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제조 설비에 들어가는 UHP(초고순도) 피팅·밸브 설비를 만드는 공정에서 작업자들이 방진복을 입고 근무하고 있다. / 사진=황국상 기자
실적 성장세도 가파르다. 2019년 744억원이던 매출은 2020년 896억원, 2021년 1080억원으로 늘었고 2022년에는 1421억원을 달성했다. 3년 새 매출이 2배 수준을 기록한 것이다. 다만 지난해 1·2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가파른 매출 성장세를 지속하다 3분기 들어서 26% 이상 꺾였다. 이에 대해 윤 대표는 "신공장 완공에 따른 이전 작업이 지난해 5월 말부터 7월 중순까지 이어졌다"며 "완전 셧다운(설비중단)에 이어 추가로 설비세팅에 1~2개월 정도 소요되다 보니 3분기 실적이 부진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설비운영이 정상화된 4분기 이후 매출은 회복세로 돌아섰다. 또 전방시장인 반도체 시장의 호전이 기대되는 데다 또 다른 전방시장인 조선업도 초호황 상태가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등 우호적인 흐름에 올라탔다. 윤 대표는 "올해부터는 상저하고 흐름의 실적 회복세를 기대한다"고 했다.
그는 "올해 들어 '2030년까지 스웨지락, 후지킨 등 외국계 기업에 이어 계장용 피팅밸브 분야 글로벌 빅3 안에 들겠다'는 내용의 비엠티 미래비전을 선포했다"며 "2030년 매출 5000억원을 달성해야 하는데, 지금 흐름만 보면 목표를 초과 달성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