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국민생활과학자문단이 참석한 제55회 국민생활과학기술포럼. '좀비 마약 펜타닐, 한국을 안전한가?'를 주제로 각 분야 전문가 6명이 참석했다. /사진=한국과총 유튜브 갈무리
14일 오후 온라인으로 열린 제55회 국민생활과학기술포럼에서 국내 마약 관련 전문가들은 "한국도 펜타닐의 위협에서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정희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초대원장에 따르면 펜타닐은 제약회사가 합법적으로 생산해 의사의 처방에 의해 암 환자 등에 투여하는 '합법 펜타닐'과 공장에서 불법 제조돼 마약 카르텔과 얽혀 유통되는 '불법 펜타닐'로 나뉜다. 정 초대원장은 "문제는 가짜 약으로 위장해 유통되는 불법 펜타닐"이라고 말했다.
분말 또는 액체 형태로 코카인, 필로폰, 헤로인 등 불법 약물과 합성해 만든다. 알약, 패치, 주사제 형태로 유통되며 단 0.002g(2mg)만 섭취해도 사망에 이를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다. 비슷한 양으로 따질 때 펜타닐의 독성은 코카인보다 250~500배, 메스암페타민·모르핀보다 100배, 헤로인보다 15~50배 세다.
펜타닐은 물질이 기름에 용해되는 성질인 지용성이 높아 빠른 속도로 혈액을 지나 뇌 장벽을 뚫고 중추신경계에 효과를 준다. 그 결과 심각한 호흡 억제가 발생하고 흉벽 근육이 경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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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 식약처 마약정책과 과장에 따르면 국내에서 펜타닐 패치가 최초로 허가된 건 1994년이다. 이후 펜타닐의 연도별 처방량과 처방환자 수는 꾸준히 증가했다. 2020년엔 약 180만 명, 2022년엔 195만 명이었다. 아직 정확한 집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지난해엔 200만 명 이상이 펜타닐을 처방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중고등학생을 위주로 펜타닐 불법 거래가 이뤄지고 있어 우려가 크다. 허리 통증 등을 이유로 의사에게 펜타닐을 처방받은 뒤 이를 친구들과 나눠갖거나 온라인을 통해 파는 행위가 적발됐다.
2021년엔 경남 지역 고교생들이 병의원을 돌며 펜타닐 패치를 처방받아 다른 10대 수십명에게 판매하거나 직접 투약한 혐의로 구속됐다.
당시 수사를 맡았던 김대규 경남 마약수사대 경정은 이번 포럼에 참석해 "당시 검거됐던 청소년들은 펜타닐이 마약인 줄도 모르는 상태였다"며 "전문가인 의사가 처방하는 전문의약품 정도로, 감기약처럼 먹다 끊으면 될 거라고 쉽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소년 대상 마약 예방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식약처는 약 6년에 걸쳐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마통)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마약류를 다루는 제조 수입사, 병의원, 약국에 마약류 판매에 관한 모든 정보를 입력하도록 했다. 김 과장은 "연간 1억 3000만 건의 빅데이터가 쌓였다"고 말했다. 빅데이터를 통해 주요 감시 대상인 펜타닐을 집중 감시하고 병원 현장 조사를 나서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