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마약 전쟁'은 정치인들의 게임이다 [PADO]

머니투데이 김동규 PADO 편집장 2024.02.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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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2024년 말로 예정된 미국 대통령선거는 현재로선 바이든-트럼프의 결전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이슈는 미국 경제 살리기, 멕시코와 중남미 라티노들과 관련된 국경 통제, 중국과의 패권 경쟁 등이 될 것입니다. 특히 트럼프는 백인 노동자층의 배외주의를 부추기며 멕시코 국경문제와 펜타닐 등 마약 문제를 중요한 이슈로 삼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민주당 텃밭인 샌프란시스코 같은 도시가 리버럴한 마약 정책 탓에 마약중독자들이 넘쳐나는 좀비 같은 도시가 됐다는 점을 비판할 것이며, 이를 위해 멕시코 마약 카르텔에 대해 더욱 강경한 조치를 취하고 국경을 더욱 철저히 통제해야 할 것을 주장할 것입니다. 미국 공화당 강경파 일부는 멕시코 국경 안으로 들어가 마약 카르텔을 파괴하는 군사작전을 펼칠 것을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2023년 7월 자 하퍼스매거진(1850년 창간, 진보적 성향)의 이 서평 기사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멕시코 카르텔의 모습과 다른 그림을 보여줍니다. 이 기사는 많은 언론 보도와 넷플릭스 드라마 '나르코스' 등 '카르텔이 문제의 핵심'이라는 식의 그림이 진짜 그림을 가리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멕시코 마약 산업의 진짜 주인은 마약 밀매업자들을 '보호'해주면서 거액의 '보호비'를 챙기는 정치인들과 경찰 등 국가기관이라는 것입니다. 멕시코 문제는 미국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에 우리는 멕시코에 대해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이 하퍼스매거진의 기사가 펼치는 그림과 기존의 '카르텔이 핵심'이라는 그림을 함께 살펴보면서 멕시코의 현실에 대해 입체적인 이해를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기사 전문은 PADO 웹사이트(pado.kr)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그래픽=PADO/그래픽=PADO


2008년 수도 멕시코시티 도심의 국립인류학박물관 근처에서 비행기가 추락했다. 이 추락으로 내무부 장관 후안 카밀로 모리뇨와 마약 카르텔 소탕으로 유명한 전직 검사였던 호세 루이스 산티아고 바스콘셀로스가 모두 사망했다.

정부는 사고였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심증만으로―마약 카르텔이 항공기를 격추시켰다고 믿었다. 또는 고위층의 연루까지 건들 수 있는 수사관들의 마약 밀매 조직 수사를 막으려는 정부의 음모였다고 믿었다.



멕시코에서 가장 인기 있는 밴드 중 하나인 로스 티그레스 델 노르테는 "라 그란하(농장)"라는 정치 우화 같은 긴 곡을 통해 이 추락 사고를 노래했다.

"매 한 마리가 쓰러졌어요 / 병아리들이 묻고 있어요 / 매가 저절로 떨어졌나요? / 아니면 바람이 매를 떨어뜨린 걸까요?"



내가 1년 후 멕시코시티로 이사했을 때에도 이 추락 사고는 여전히 정교한 음모론의 주제였다. 멕시코 대통령이 정말로 카르텔을 소탕하고 싶었는지, 아니면 카르텔 중 하나와 한패가 돼 납세자와 미국의 돈을 이용해 라이벌 카르텔을 선택적으로 표적으로 삼고 있는지가 인기 있는 대화의 주제였다.

사고 발생 일주일 전 멕시코 언론은 정부가 카르텔의 유급 정보원 역할을 한 혐의로 고위 관리들과 미국 마약단속국(DEA) 작전 정보를 유출한 미국 대사관 내 카르텔 첩자 한 명을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같은 해 미국과 멕시코는 카르텔이 침투한 것으로 알려진 멕시코 정권에 미국이 약 33억 달러의 정부 원조를 제공하는 파트너십인 '메리다 이니셔티브'를 수립했다.


마약전쟁 때문에 나는 기자가 되지 못할 뻔했다. 부분적으로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예를 들어 작년에 멕시코는 전쟁 지역을 제외하고 기자들에게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나라였다. 물론 외국 기자들보다 현지 기자들에게 훨씬 더 위험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의 가장 큰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사람들을 만나고, 차를 몰고 다니고, 이야기하고, 관찰하는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어떤 것도 명확하게 이해하거나 글을 쓰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지역 신문에서는 이 카르텔, 저 카르텔이 서로 주도권을 잡기 위해 투쟁하고 있다는 기사를 읽었다. 신문들은 마치 축구 경기처럼 보도했다. "티후아나 대 과달라하라, 후아레스 대 시날로아." 축구공에 꿰맨 얼굴, 피로 남긴 경고문, 시신에 새긴 경고문은 누구나 알고 있었다.

멕시코 북부의 일부 지역은 경치 좋은 여행지에서 외부인 출입 금지 구역으로 바뀌고 있었다. 폭력이 멕시코시티까지는 내려오지 않았고, 정부 관계자들이 마약 밀매업자들과의 거래를 통해 멕시코시티를 기업이 활동할 수 있는 안전한 수도로 유지하려 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사람들은 마약 밀매업자들이 그 대가로 무엇을 얻었을지 궁금해했다. 그러나 2010년 8월, 19세기 멕시코 제국(1864-1867: 프랑스의 괴뢰국) 막시밀리안 황제의 유흥 궁전이 있던 멕시코시티 남쪽의 꽃이 만발한 마을 쿠에르나바카의 다리 위에서 시신들이 목이 매단 채로 발견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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