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비둘기 둘다 아냐'…황건일 신임 금통위원 "경제여건 녹록지않아"

머니투데이 박광범 기자 2024.02.13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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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건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사진제공=한은황건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사진제공=한은


황건일 신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13일 임명장을 받고 약 3년 임기를 시작했다. 황 위원은 자신이 '매파'(통화 긴축 선호)나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 중 하나로 분류되는 것을 거부하며 처해진 상황에 맞춰 적절한 통화정책 의견을 개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황 위원은 이날 오전 취임사에서 "거시경제정책의 한 축인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금통위원이라는 중책을 맡게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국가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본인이 매파도 비둘기파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황 위원은 취임식 후 기자들과 만나 "새가 참 많은데 왜 비둘기랑 매만 있는지 모르겠다"며 "한은의 경제분석 능력은 대한민국 최고이니 경제 상황을 객관적으로 봐서 상황에 맞게 (통화정책에 대한 견해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황 위원은 30여년간의 공직생활과 국제금융업무 경험을 살려 금통위에 다양한 목소리를 전달하겠다는 각오다. 국제금융라인 관료 출신인 황 위원이 합류하면서 금통위 내 환율 및 국제금융 상황에 대한 한층 심도있는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대통령실 경제수석으로 자리를 옮기며 금통위원직을 내려놓은 박춘섭 전 금통위원도 후임 금통위원 선임과 관련해 "(금통위가) 비슷한 의견으로 집중되기보다는 다양한 경험을 가진 분들이 들어와야 사고가 다양화되고 (통화정책 결정 과정에) 여러 의견을 모을 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황 위원은 취임사에서 한국 경제가 대내외 요건이 녹록지 않고 구조적 문제가 산적해 있는 중차대한 시기라고 진단했다. 그 어느 때보다 한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구체적으로 그는 "수출은 조금씩 회복되고 내수쪽이 어려운 것 같다"며 "해외에서 바라볼 때는 가계부채 문제가 큰 것 같다"고 부연했다. 대외여건과 관련해선 "국지적인 전쟁, 분쟁 등 문제가 있지만 원자재 공급망 리스크와 식료품 가격 상승 등의 궁극적 원인은 과거와 달라진 경제블록화, 분절화의 영향"이라고 지적했다.


1300원대가 고착화되고 있는 원/달러 환율과 관련해선 한미금리차뿐 아니라 다양한 변수가 작용한 결과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인낸싱(PF) 부실 우려에 대해선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어려운 건 사실인 거 같다"면서도 "금융감독원과 정책당국에서 펀드를 조성하는 등 다각적으로 대응하고 있기 때문에 서서히 해결해나갈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날 취임한 황 위원의 임기는 2027년 4월20일까지다. 앞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대통령실 경제수석으로 자리를 옮긴 박춘섭 전 위원의 남은 임기를 물려받았다.

황 위원은 1961년생으로 부산 대동고,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리건대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행정고시 31회로 공직생활을 시작해 재정경제원·재정경제부·기획재정부에서 경제 관료로 근무하며 국제금융정책국장,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 등을 거쳤다. 2018년 11월부터 2년간 세계은행(WB) 상임이사도 지냈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 근무하며 이창용 한은 총재(당시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와 인연을 맺기도 했다. 황 위원은 "그때 (이 총재의) 활약상을 정말 감동 깊게 본 적이 있다"고 했다. 이후 세계은행 상임이사로 재직하며 당시 IMF(국제통화기금) 아시아·태평양 국장으로 근무하던 이 총재와 워싱턴 D.C.에서 이웃으로 지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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