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절, 참 어렵다" 尹, 솔직함 승부수…설 민심에 촉각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정경훈 기자, 박상곤 기자 2024.02.08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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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7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KBS 신년 대담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2024.02.07.[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7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KBS 신년 대담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2024.02.07.


"단호할 때는 단호하게 선을 그을 때는 선을 그어가면서 처신을 해야 되겠다"

윤석열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의 소위 '명품백(파우치) 불법 촬영' 사건에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7일 밤 방송된 KBS 특별대담에서 윤 대통령은 논란을 피해 가지 않았다. 사과가 아닌 설명에 나섰고 처신에 아쉬움을 표현하면서 재발 방지를 다짐했다.

윤 대통령은 박장범 앵커의 질문에 서울 아크로비스타 사저 시절이었던 2022년 9월 일어났던 해당 사건을 비교적 상세히 설명했다. 손목시계에 달린 카메라로 김 여사가 파우치백을 받는 장면을 몰래 촬영한 최재영 목사에 대해서는 김 여사 선친과 친분을 내세워 접근했다는 점 등을 얘기하면서 "대통령이나 대통령 부인이 어느 누구한테 박절하게 대하기는 참 어렵다"고도 했다.



전체적으로는 "아쉽다"고 했다.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것이 문제라면 문제", "26년간 사정 업무에 종사했던 저라면 더 단호하게 대했을 텐데 제 아내 입장에서는 물리치기 어렵지 않았나 생각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제 관저에 가서 그런 것(경호·보안)이 잘 관리될 뿐만이 아니라 국민께서 오해하거나 불안해하시거나 걱정 끼치는 일이 없도록 분명하게 해야될 것 같다"고 했다.



특히 "선거를 앞둔 시점에 1년이 지나서 터트리는 것 자체가 정치공작"이라면서도 "정치공작이라고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앞으로는 이런 일이 발생 안하게 선을 그어서 처신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설 민심 앞에 몸을 낮추는 모양새다.

몰카를 사용한 정치공작이라는 점에서 거론 자체를 꺼려하던 기존 입장에서는 완전히 달라졌다. 대통령이 직접 정황을 설명하고 재발 방지를 강조한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신진시장 내 한 음식점에서 주인이 윤석열 대통령 KBS 신년대담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2024.02.07.[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신진시장 내 한 음식점에서 주인이 윤석열 대통령 KBS 신년대담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2024.02.07.
윤 대통령 특유의 솔직함도 묻어났다. 여사 관련 업무를 전담하는 제2부속실의 부활을 검토하고 있다고는 하면서도 "제 아내가 내치지 못해서 자꾸 오겠다고 하니까 사실상 통보하고 밀고 들어오는 건데 그거를 적절하게 막지 못한다면 제2부속실이 있어도 만날 수밖에 없는 거 아니겠느냐"고 했다. 제도보다는 의지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다만 사과는 없었다. 해당 파우치백을 이후 어떻게 처리했는지에 대한 별도의 설명도 없었다. 윤 대통령은 "직접 제 입으로 자세하게 설명해 주시기를 바랄 수 있겠지만 그것이 또 낳을 수 있는 부정적인 상황도 있다"고 했다. 사과나 유감 표명, 추가 설명 등을 빌미로 또 다른 공격과 논란이 빚어질 수 있음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판단은 국민의 몫이다. 여권은 설 민심 동향에 촉각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야권은 즉각 공세에 나섰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윤 대통령의 대담 방송이 채 끝나기도 전에 논평을 내고 "오늘 윤석열 대통령은 진실한 사과를 요구했던 국민의 기대를 배신했다"고 비난했다.

윤 대통령은 국내 정치 현안도 비켜 가지 않았다. 최근 갈등 논란이 불거졌던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관계에는 "대통령이나 당의 대표 위치에 있는 사람이나 결국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일을 해야 되는 입장이기 때문에 그런 사사로운 이런 게 중요하지 않고 또 그런 거를 앞세워서 어떤 판단을 하고 이러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선거 지휘라든지 또는 공천이라든지 이런 데에는 관여하지 않겠다고 했고 가까운 사이였지만 제가 총선 끝나고 보자고 했다"고도 했다.

별도의 야당과 협치 메시지는 없었다. 대신 "다음 국회에서는 국익과 국민의 이익을 위해서 정부 일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좀 협조하면서 견제하는 그런 국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여소야대에 발목 잡힌 상황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회담 여부에도 "야당의 대표와 지도부를 직접 상대한다는 것은 대통령으로서 집권 여당의 지도부와 당을 소홀히 하는 처사"라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물가에서부터 금리, 의료개혁, 저출산 대책 등 주요 민생현안에서는 새해 민생토론회(업무보고) 내용 등을 바탕으로 다시 한번 정부 정책을 소개했다. 외교 안보 분야에서도 한미, 한일, 한중관계와 남북관계 등에서 규범에 입각한 국제질서를 존중하는 국정 방향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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