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 털고 출장길 오른 이재용…삼성 '빅딜' 8년 만에 시동?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오진영 기자 2024.02.08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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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27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2023.7.2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27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2023.7.2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법원으로부터 '무죄' 판결을 받은 지 하루 만인 지난 6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해외 출장길에 올랐다. 그동안 이 회장은 수차례 해외 출장에 나섰지만, '사법 리스크' 족쇄를 벗고 나서는 글로벌 행보의 의미는 사뭇 다르다. 재계는 이 회장의 주도 하에 삼성의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글로벌 인수합병(M&A) 움직임이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이다.

삼성의 M&A 시계는 하만 인수를 발표한 2016년 11월14일 이후 멈춰 섰다. 당시 삼성전자 이사회는 신성장 분야의 전장사업을 본격화하고 오디오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의 전장전문기업 하만을 전격 인수하기로 의결했다. 인수 가격은 주당 112달러, 인수 총액 80억 달러(약 9조원)로, 국내기업의 해외기업 M&A 사상 최대 규모였다.



이를 통해 삼성은 고속 성장 중인 커넥티드카용 전장시장에서 글로벌 선두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그동안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부품 중심으로 전장사업을 준비해 온 삼성은 하만 인수를 통해 전장분야 '토탈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이날 메리 바라 제너럴모터스(GM) 회장이 삼성전자를 방문해 사업 협력 확대를 논의했을 때에도 하만은 그 중심에 있었다.

 2016년 11월21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삼성전자와 하만(Harman)의 미디어 브리핑에서 삼성전자 손영권 전략혁신센터(SSIC) 사장(왼쪽), 하만의 디네쉬 팔리월 CEO(가운데), 삼성전자 전장사업팀 박종환 부사장(오른쪽)이 손을 맞잡고 협력을 다짐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2016년 11월21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삼성전자와 하만(Harman)의 미디어 브리핑에서 삼성전자 손영권 전략혁신센터(SSIC) 사장(왼쪽), 하만의 디네쉬 팔리월 CEO(가운데), 삼성전자 전장사업팀 박종환 부사장(오른쪽)이 손을 맞잡고 협력을 다짐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하만 M&A 이후 삼성전자는 '빅딜'(대형 계약)보다는 스타트업이나 벤처 중심의 중소형 계약에 치중했다. 이 회장이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히면서 인수 추진이 어려워지자 미래동력 확보를 위해 택한 궁여지책이다. 삼성전자의 해외투자 전문 자회사 삼성넥스트나 연구개발조직 삼성리서치를 통해 중소·중견기업 지분을 인수하거나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주력 분야는 로봇이나 디지털 헬스케어, AI(인공지능)다.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밀고 있는 미래먹거리로,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등 핵심 경영진의 입에서 꾸준히 발언이 쏟아지는 분야다. 삼성전자는 지난해에도 약 870억원을 투입해 국내 로봇 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인수했으며, 2019년에는 푸드 스타트업 '위스크'를, 2018년에는 AI 스타트업 케이엔진을 가져왔다.

리스크 털고 출장길 오른 이재용…삼성 '빅딜' 8년 만에 시동?
기존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식의 투자도 벌였다. 2019년 삼성전자가 이스라엘 멀티카메라업체 '코어포토닉스'를 인수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코어포토닉스는 애플과의 카메라 특허전에서도 승리할 정도로 기술력을 갖춘 업체다. 이 밖에도 차량 전장(전자장치) 자회사 하만이 AR(증강현실) 전문 아포스테라와 음악 플랫폼 룬을 인수했으며, 삼성디스플레이도 OLED 기술을 보유한 사이노라에 투자했다.

그렇지만 경쟁 기업들이 잇따라 대형 투자에 나선 것과 비교된다. 인텔은 2017년 이스라엘 자율주행 스타트업 모빌아이를 약 20조원에 사들였고, AMD는 2020년 AI 반도체 기업인 자일링스를 약 65조원에 가져왔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2021년 AI 음성인식 전문기업 뉘앙스에 22조원을, 생성형 AI 선두기업 오픈 AI에 17조원을 투입했다. 모두 수십조원이 오가는 대형 계약이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투자가 반도체에 집중된 점은 삼성전자에게 악재다. 삼성전자도 2022년 영국 팹리스(설계 전문) 기업 ARM이나 2019년 차량용 반도체 기업 NXP, 독일 인피니언 등을 검토했으나 총수의 부재 속 모두 무산됐다. 현재는 몸값이 폭등한 이들 기업을 재인수하려면 당시보다 훨씬 높은 금액을 제시해야 한다. NXP는 인수 초기보다 25% 이상, 인피니언은 40% 이상 몸값이 뛰었다.

재계 관계자는 "어려움과 불확실성 속에서도 기업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 나서야 한다"며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을 중심으로 적절한 인수 대상을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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