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효상 칼럼] 왜 일론 머스크는 74조 원을 토해내야 할까

머니투데이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 원장 2024.02.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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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560억 달러(74조 원)를 물어낼 위기에 빠졌다. 최근 미국 법원이 머스크에게 이미 지급된 스톡옵션을 반환하라는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테슬라의 주주가 2018년 이사회가 승인한 머스크의 보상 패키지에 대해 중요 정보를 주주들에게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기한 스톡옵션 무효 소송에서 승소한 것이다. 테슬라 이사회는 머스크가 월급과 보너스를 받지 않는 대신 매출과 시가총액에 따른 스톡옵션 지급 안을 승인한 바 있다. 그러나 사실상 머스크가 장악하고 있던 이사회가 투자자들을 오도했다며 소송을 제기해서 1년 전부터 재판이 진행돼 왔었다. 놀라운 것은 이 소송을 제기했던 사람은 단 9주의 주식을 갖고 있던 소액주주라는 것이다.

또한 또 다른 개인투자자는 테슬라의 지배구조와 의사결정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언론을 통해 머스크를 독재자라 칭하며 비판에 나섰다. 400억 달러의 자사주 매각으로 주가가 크게 떨어진 것에 대해 해명을 요구하였으나 아무런 응답이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주가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의사결정에 대해서도 주주들에게 어떠한 설명도 없이 밀실에서 의사결정이 이루어졌다며 머스크의 경영행태를 강도 높게 지속적으로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사실 테슬라 이사회는 머스크와 그의 친구, 가족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 독립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머스크를 공격하는데 소요되는 모든 비용은 개인적으로 감수했다.



이렇게 과거에는 적당히 넘어갔던 사안에 대해서도 주주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면서, 이제는 '사서 기다리는(Buy and Wait)' 수동적인 투자에서 벗어나 '사서 행동하는(Buy and Act)' 이른바 주주행동주의(shareholder activism)를 추구하는 펀드와 개미들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주주행동주의는 기업의 지배구조나 의사회의 구성과 의사결정 절차까지 목소리를 내는 등 적극적으로 경영에 개입해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를 말한다.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을 추궁하거나 경영투명성 제고 등을 요구하며, 기본적으로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해 주주들에게 그 이익을 돌려준다는 원칙에 근거한다.

우리나라에서도 3월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개미투자자와 행동주의 펀드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화그룹에 투자한 소액주주들이 경영진의 횡령 배임 문제로 거래 정지, 상장폐지 심사 대상에 오르는 동안 서로 연락하고 연대하여 경영진 교체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소액주주운동을 전개하는 플랫폼을 통해 조직적으로 행동하고 있다. 또한 국내 펀드인 플래쉬라이트 캐피탈은 KT&G에 차기 대표이사 선임에 관한 문제 제기 및 개선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공격적인 언론 플레이를 펼침과 동시에 회계장부, 이사회 의사록 열람을 요청했으며, 전현직 이사들을 상대로 1조 원 배상 소송을 예고했다. 작년에 SM엔터테인먼트 M&A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던 얼라인파트너스도 7개 은행 지주에 공개적으로 주주환원 확대를 요구했으며, VIP자산운용도 삼양패키징을 상대로 적극적인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강요하고 있다.



아울러 KCGI 자산운용은 작년에 대법원에서 현정은 회장이 주주대표소송에서 최종 패소한 것을 계기로 현대엘리베이터를 상대로 소유와 경영의 분리 필요성 지적하고 자사주 소각을 포함한 주주환원 정책을 촉구하는 주주서한을 발송했다.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인 화이트박스 어드바이저스, 시티오브런던 인베스트먼트도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선, 배당금 증대 및 자사주 매입, 소각을 압박하고 있다.

국내에서 주주행동주의가 확산되는 이유는 스튜어드십코드 도입과 투자인구의 폭발적인 증가 때문으로 분석하는 전문가가 많다. 기관투자자들의 의결권 행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기 위한 자율 지침으로, 투자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해 주주와 기업의 이익 추구, 성장, 투명경영 등을 이끌어 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스튜어드십코드는 최대 투자 기관인 국민연금도 도입했으며, 주주 가치 제고, 대주주의 전횡 저지 등을 위해 주주권을 행사하고 있다. 한편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상장법인 주식을 보유한 개인은 1424만 명에 달했다. 2019년 612만 명, 2020년 910만 명, 2021년 1374만 명으로 매년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주주행동주의 활동이 확대되면서 국내 상장사들의 자사주 소각 규모도 매년 늘어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상장사가 자기주식을 취득하겠다고 밝힌 금액은 9조 1664억 원, 소각 예정 규모는 5조 4073억 원으로 나타났다. 2022년보다 자기주식 취득 예정규모는 48.1% 늘었고 소각하겠다고 밝힌 규모는 72.4% 증가했다. 금년 주총 키워드도 '자사주 소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행동주의 펀드들이 사전에 주식을 대량 매입한 후 자사주 매입, 자산 매각을 강력히 요구하여 단기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리고 먹튀 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거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우려도 높다.


갈수록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주주행동주의자들은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도 소액주주 전체 지분이 창업주 가족보다 많기 때문에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지 않고 뭉치기만 하면 소액주주가 오히려 대주주다'라며 주주행동주의를 독려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주주행동주의가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주주 권리 보호, 주주 환원 확대 등과 관련한 주주 제안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고,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기여한다고 하여도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몇 가지 사항을 명심해야 한다.

첫째, 기업의 성장 잠재력과 실적에 기반한 합리적인 주주 제안을 해야 한다. 단순히 주주 환원 확대만을 요구하는 것은 기업의 장기적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 둘째, 기업과 소통하고 협력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기업의 반발을 일으킬 수 있는 일방적인 요구는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셋째, 모든 주주와 여론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활동을 해야 한다. 일부 주주들의 단기 차익실현이 아니라 회사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주주 모두를 위한 역할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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