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땐 무려 30조…한국, 프랑스 꺾고 체코 원전 손에 넣을까

머니투데이 세종=조규희 기자 2024.02.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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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월15일 촬영한 체코 두코바니 원자력발전소와 예배당의 모습. /두코바니(체코) 로이터=뉴스1 2011년 3월15일 촬영한 체코 두코바니 원자력발전소와 예배당의 모습. /두코바니(체코) 로이터=뉴스1


체코 원자력발전소 건설·운영 등과 관련 입찰이 한국과 프랑스 2파전으로 좁혀졌다. 강적으로 꼽혔던 미국이 탈락한 게 가능성을 높인다. 게다가 체코 정부가 기존 1기에서 최대 4기로 원전 건설 규모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인 것도 한국에겐 호재다. 대규모 원전의 건설·운영의 경쟁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15년만에 30조 규모의 원전 수주 기대감이 커지는 이유다.

체코 정부는 지난 31일(현지시간) 원전 1기 건설에서 최대 4기까지 검토하는 방향으로 에너지 정책을 수정했다고 밝혔다.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는 정부 공식 홈페이지에 "국가 에너지 및 기후 계획에 따르면 2050년까지 전력 소비가 현재보다 2/3 증가해 최대 100TWh(테라와트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는 입찰자들에게 최대 4기의 신규 원자로 공급에 대한 구속력 있는 제안을 제출하도록 요청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체코 신규 원전 사업은 두코바니 지역에 1200㎿(메가와트)급 원전을 건설하는 사업으로 2029년 건설 착수, 2036년 상업운전을 목표로 한다. 당초 한국과 중국, 러시아, 미국, 프랑스 등 원전 강국이 해당 사업에 참여 의사를 보였으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안보 등의 이유로 러시아와 중국은 중도 포기했다.

한국의 한국수력원자력과 미국 웨스팅하우스, 프랑스의 EDF가 지난해 10월 말 입찰서를 제출했는데 이 과정에서 웨스팅하우스가 조건 미달로 탈락했다. 체코 정부 관계자는 "정부는 필요한 세부 사항이 포함된 최종 제안을 받은 두 명의 입찰자에게만 입찰을 통해 연락하기로 결정했다"며 "이들은 한수원과 EDF이며 웨스팅하우스가 제출한 제안서는 필요조건을 충족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체코 정부가 기존 1기에서 최대 4기까지 원전 건설 확대 의사를 밝혀 '타임 테이블'이 변경된 만큼 한수원도 관련 입찰 준비에 속도를 내야 한다. 체코 정부는 입찰 업체에 4월 15일까지 수정된 제안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2036년말까지 첫번째 원전 가동 목표는 변하지 않았다.

체코 정부가 정책 방향을 수정한 이유는 '가격'이다. 요제프 시켈라 체코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금까지의 입찰과정을 보면 여러 개의 원자로를 동시에 주문할 경우 블록당 가격을 최대 25%까지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규모의 경제와 건설 과정의 최적화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상 주 제어실 건물 등을 가운데 두고 양 옆으로 원전 2기를 건설하는 형태가 일반적이다. 4기로 확대되면 비용 절감 여지가 생긴다.

또 가격, 공기, 운영 능력이 한수원의 강점이다. 국내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한 APR-1400 모델을 축소한 APR-1000(설계용량 약 1150㎿)이 체코에 제안한 모델인데 지난해 3월 유럽사업자협회로부터 설계인증을 취득했다. 경쟁사인 EDF의 경우 EPR-1600을 기반으로 EPR-1200을 제안한 상태로 프랑스와 영국에서 관련 인증서를 취득한 상태다.


일각에선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간의 법적 분쟁이 체코 원전 수주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한다. 체코 정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입찰자에게 제안된 기술에 대한 권리와 소유권 등을 확인했다"며 " APR-1400은 한국과 아랍에미리트에서 허가를 받았으며 동시에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설계 인증을 받았고 APR-1000 또한 유럽 인증을 받았다"며 사실상 한수원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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