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찬·혜리도 한다는 이 치료…3분만에 800칼로리 태운다? 진실은

머니투데이 박정렬 기자 2024.02.01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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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렬의 신의료인]

/사진=MBC '나 혼자 산다' 캡처 /사진=MBC '나 혼자 산다' 캡처


국가대표 축구 선수인 황희찬은 지난해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집에서 '크라이오 테라피'(Cryotherapy)를 받는 모습을 공개했다. 크라이오 테라피는 영하 100도 이하의 극저온에 짧은 시간 인체를 노출하는 방식으로, 그는 "운동 후에 몸에서 열이 많이 나는데 최대한 빨리 식혀주는 게 가장 좋은 회복 방법의 하나"라며 능숙하게 기계를 조작했다. 그룹 걸스데이 출신 배우 혜리도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크라이오 테라피 과정을 공유한 바 있다.

크라이오 테라피는 그리스어로 차가움을 의미하는 '크라이오'(cryo)와 치료·요법을 뜻하는 '테라피'(therapy)의 합성어다. 액화 질소를 기화시켜 영하 110도 안팎의 극저온 상태를 만들고 2~3분간 몸을 노출하는 요법이다. 이미 수년 전부터 운동선수를 비롯해 영화배우, 가수 등 셀럽의 건강 관리 비법으로 명성을 얻었다. 007 제임스 본드를 열연한 배우 다니엘 크레이그, 할리우드 여배우인 제니퍼 애니스톤과 데미 무어를 비롯해 스포츠 스타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플로이드 메이웨더, 우사인 볼트도 크라이오 테라피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크라이오 테라피는 사실 의학적으로 꽤 오랜 시간 사용하던 치료법이다. 피부 사마귀를 얼려 괴사시키거나 냉각침을 조직에 찔러 동결과 해동을 여러 차례 반복하며 암세포를 파괴하기도 한다. 국소적으로 사용하던 데서 적용 영역을 확대한 것이 최근의 전신 크라이오 테라피다.

(알라이얀(카타르)=뉴스1) 김성진 기자 = 대한민국 황희찬이 30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16강전 대한민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경기에서 슈팅을 때리고 있다. 2024.1.3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알라이얀(카타르)=뉴스1) 김성진 기자 = 대한민국 황희찬이 30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16강전 대한민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경기에서 슈팅을 때리고 있다. 2024.1.3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크라이오 테라피의 장점은 크게 세 가지로 소개되고 있다. 첫 번째는 통증 조절이다. 상처를 입었을 때 응급 처치로 얼음찜질이 도움 되듯, 체온을 낮추면 염증 반응이 억제되고 신경 예민도가 낮아져 통증을 덜 느낄 수 있다. 실제로 크라이오 테라피는 1980년대 초 일본의 토시로 야마구치라는 의사가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의 조절되지 않는 통증을 줄이기 위해 고안한 치료법이기도 하다.



두 번째로 신체 회복이다. 급격히 떨어진 체온이 서서히 오르면서 산소가 풍부한 혈액이 전신을 돌고 손상된 조직의 치유와 회복을 돕는다는 것이다. 이병훈 가천대길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프로 운동 선수들은 휴식 시간이 길지 않다"며 "조직 손상을 회복하는 과정에 피떡이 형성되고 염증 반응이 일어나는데 이를 조절하기 위한 목적으로 예전부터 크라이오 테라피를 많이 선택해왔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다이어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체온 회복 과정에 신진대사가 활성화하고 혈류량이 증가해 칼로리 소모로 이어진다. 호주에서 크라이오 테라피 사업을 전개하는 크라이오(cryo)사는 단 3분 만에 최대 800칼로리를 소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70kg 정도의 성인이 한 시간 정도를 뛰어야 뺄 수 있는 열량이다.

크라이오 테라피 챔버./사진=위키피디아크라이오 테라피 챔버./사진=위키피디아
하지만, 크라이오 테라피에 대한 '맹신'은 금물이다. 국소 치료에서 의학적인 효과는 증명됐지만 전신에 작용하는 크라이오 테라피의 효과는 연구자에 따라, 의료기관마다 결과가 제각각 다르다. 특히, 다이어트 효과는 '과대 포장'된 결과라는 게 의학계의 중론이다. 3분 만에 수백 칼로리를 소모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이는 학계에 보고돼 대대적으로 상업화해야 할 엄청난 성과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몇 년 전 홈페이지를 통해 "크라이오 테라피의 치료 효과를 뒷받침할 근거가 불충분하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도 크라이오 테라피를 다루며 "(크라이오 테라피가) 인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더라도, 그 치료가 효과적이라는 말을 믿는 플라시보(위약) 효과가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계했다.

만약 고혈압이나 당뇨병, 심장병, 뇌혈관 질환을 앓는다면 갑작스러운 체온 저하와 이로 인한 혈류량 감소가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치료에 나서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천식 등 호흡기 건강이 나쁜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병훈 교수는 "일반인도 처치 시 직원이 상주하는지 사전에 파악하고 크라이오 테라피를 받은 뒤에는 피부 상태를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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