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화장지 원단 업계는 이날 위생용지위원회를 열고 APP를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에 덤핑으로 제소하기로 했다. 제소 결정은 내렸고, 시점을 논의 중이다. 국내 11개 원단 제조사 중 현재 대왕페이퍼와 삼정펄프, 신창제지, 아이유제지, 프린스페이퍼, 대원제지가 제소에 동참한다. 참여 기업들은 생산가능물량(케파)을 합쳐 전체 산업의 31.6%를 차지하는 오래된 중소기업들이다.
APP의 강점은 가격 경쟁력이다. 최종 제품인 화장지, 미용지, 키친타올, 핸드타올, 냅킨 등 위생용지는 원단을 단순 제단, 포장해 만들며 원단은 펄프만으로 생산하거나, 종이자원(폐지)을 혼합해 만든다. 보통 펄프를 많이 쓸수록 가격이 비싼데, 100% 펄프 원단은 혼합 원단보다 가격이 보통 10~20% 비싸다. APP는 원단의 대부분을 100% 펄프로 생산하고도 가격이 종이자원을 혼합한 국산품보다 25~50% 저렴하다.
국내 업계는 국제통상 전문 컨설팅사와 수개월 협업해 APP가 원단을 한국에 본국보다 싼 가격에 납품한다는 근거를 수집해왔다. 이미 미국과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은 APP에 반덤핑 관세나 상계관세, 세이프가드(수입 제한)를 부과했었다. 한국 정부는 2004~2010년 APP 백상지에 7.7%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APP 말고도 국내 시장엔 중국 제조사들의 저가 원단이 유입되고 있다. 유입량은 2022년 7700톤에서, 중국 내수시장이 침체하면서 지난해에는 3만2719톤으로 3배 넘게 늘었다. 해외의 저가 원단 유입으로 국내 제조사들의 생산 물량을 26% 가량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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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 업체들은 원단 생산기계를 월평균 10일씩 가동 중단하고 있다. 화장지 원단 산업은 '장치산업'이라 부를 정도로 생산기계의 규모가 커 재가동할 때 수억원이 소요되지만 주문이 대폭 줄어 가동 중지가 불가피하다. 업계 관계자는 "길면 1~2년, 짧게는 6개월이면 문을 닫아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전했다. 원단 제조사에 종이자원을 납품하는 재활용 선별업체도 피해를 본다.
산업자원통상부는 제소를 접수한 후 2개월 내에 조사 여부를 결정하고, 1년 동안 조사에 착수한다. 업계 관계자는 "저가 원단 덕에 화장지 완제품이 저렴해지는 등 장점도 있지만 국내 산업이 고사하면 앞으로는 불안정한 물량 공급에 취약해질 것"이라며 "글로벌 강자에 대응해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지만 산업의 생존을 위해 제소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저가 수입산 원단의 공세에 호주는 킴벌리클락 법인이 원단 제조를 중단했고, 뉴질랜드는 유일했던 제조사가 도산했다. 대만은 중국산 원단 공세에 산업이 고사하고, 코로나19(COVID-19) 기간 공급이 끊기자 화장지 품귀 현상을 겪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