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 전 부모 위협한 그 사람?"…도망친 강도 잡은 '경찰의 촉'

머니투데이 최지은 기자 2024.01.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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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경기남부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 이전백 경사

편집자주 한 번 걸리면 끝까지 간다. 한국에서 한 해 검거되는 범죄 사건은 113만건(2021년 기준). 사라진 범죄자를 잡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이 시대의 진정한 경찰 베테랑을 만났다.

지난해 12월28일 오전 2시20분쯤 경기 광명시의 한 편의점에 강도가 들었다는 112 신고가 접수됐다. 강도는 흉기로 점원을 위협한 뒤 현금 46만원을 훔쳐 달아났다. 경기남부경찰청 112치안종합실 소속 이전백 경사(36)는 편의점 인근 아파트에서 "조용히 와달라"는 문자 신고를 접하고 수상하다는 생각에 문자를 보낸 휴대전화의 이전 신고 기록을 확인했다. 신고 기록 속 사진과 편의점 내부 CCTV(폐쇄회로TV)에 찍힌 용의자의 모습이 일치한다는 사실을 포착한 이 경사는 신속하게 지령을 내려 30분 만에 범인을 검거하는 데 일조했다. 근무 중인 이 경사의 모습./사진=본인 제공지난해 12월28일 오전 2시20분쯤 경기 광명시의 한 편의점에 강도가 들었다는 112 신고가 접수됐다. 강도는 흉기로 점원을 위협한 뒤 현금 46만원을 훔쳐 달아났다. 경기남부경찰청 112치안종합실 소속 이전백 경사(36)는 편의점 인근 아파트에서 "조용히 와달라"는 문자 신고를 접하고 수상하다는 생각에 문자를 보낸 휴대전화의 이전 신고 기록을 확인했다. 신고 기록 속 사진과 편의점 내부 CCTV(폐쇄회로TV)에 찍힌 용의자의 모습이 일치한다는 사실을 포착한 이 경사는 신속하게 지령을 내려 30분 만에 범인을 검거하는 데 일조했다. 근무 중인 이 경사의 모습./사진=본인 제공


지난해 12월28일 새벽 2시20분쯤 경기남부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에 신고 하나가 접수됐다. 경기 광명시의 한 편의점에서 비상벨을 통해 들어온 신고였다. 편의점에 흉기를 든 강도가 들어와 점원이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해당 편의점은 전화기의 수화기를 내려놓은 채 일정 시간이 지나면 112에 자동으로 연결되도록 신고 체계가 갖춰져 강도 몰래 112에 연락할 수 있었다.

경기남부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 소속 이전백 경사(36)는 편의점에 강도가 들었다는 사실을 접하자마자 신고 대응 단계를 '코드 제로(0)'로 격상했다. '코드 제로'는 112 신고 대응 단계 중 최고 수준으로 최단 시간 출동이 필요한 가장 긴급한 상황을 뜻한다.



지역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편의점 강도는 달아난 뒤였다. 점원은 10~20대로 보이는 젊은 남성이 들어와 알 수 없는 소리를 지른 다음 가위로 위협하더니 현금 46만원을 들고 나갔다고 말했다.

편의점 내부 CCTV(폐쇄회로TV)를 확인했지만 강도가 마스크를 쓴 상태라 눈매와 귀 정도만 확인할 수 있었다. 강도가 차량 등을 이용해 도망간 것은 아닌 것으로 파악해 이 경사는 현장 경찰들에게 편의점 주변부터 수색하라고 지령을 내렸다.



15분쯤 뒤 편의점 인근의 한 아파트에서 "조용히 와주세요"라는 문자 신고가 접수됐다. 이 경사는 순간 수상함을 느꼈다. 해당 번호의 과거 신고 이력을 조회해보니 2달 전 실종과 가정폭력으로 신고가 접수된 기록이 있었다.

실종신고의 경우 구조를 요청한 사람의 사진을 먼저 확보한다. 당시 신고 기록과 함께 사진 2장이 첨부돼 있었다. 첨부된 사진을 자세히 살펴보니 CCTV에 찍힌 용의자와 일치했다. 가정폭력 신고 기록에는 아들이 가위를 사용해 부모님을 위협했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편의점 강도 역시 가위로 점원을 위협했다는 점이 같았다.

이 경사는 편의점 주변을 수색하던 경찰들에게 즉시 해당 아파트로 출동하라고 무전을 통해 알렸다. 경찰들이 출동해 살펴본 결과 문자 신고가 들어온 집의 아들이 편의점 강도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경사는 "강력 범죄의 경우 최대한 빠르게 용의자를 붙잡아야 하기 때문에 CCTV에 찍힌 용의자의 모습을 집중해서 여러번 봤다"며 "문자 신고가 들어왔을 때 이전 신고 기록에 있던 사진을 보고 비슷하다는 점을 알아챌 수 있었다"고 밝혔다.

/사진=뉴스1/사진=뉴스1
꼭 10년 전 경찰이 된 이 경사는 2019년부터 112치안종합상황실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신고 접수 업무부터 시작해 2년 전부터 무전으로 현장 경찰들에게 지령을 내리는 업무를 맡았다.

지난해 6월에는 납치된 피해자를 구한 적도 있다. 피해 여성은 연인이던 남성으로부터 흉기 위협을 당한 뒤 7시간가량 감금됐다가 차량으로 납치된 상태였다. 여성은 경찰에게 지급받은 스마트워치로 위급 상황임을 알렸지만 수화기 너머로는 차 소리와 남성의 목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스마트워치로 위치를 찾아도 고속도로라는 사실만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경사는 우선 고속도로 순찰대에 확인된 위치로 출동하라고 공조를 요청한 뒤 인근 경찰서의 형사들에게도 출동 지령을 내렸다. 때마침 차량이 한 휴게소에 멈췄지만 남성 명의의 차량과 일치하는 차량은 찾을 수 없었다.

이 경사는 휴게소에서 차량이 나가지 못하게 가로막은 뒤 검문을 하라고 했다. 잠시 뒤 한 차량의 조수석에서 여성이 살려 달라며 뛰쳐나왔다. 알고 보니 남자는 렌트 차량으로 여성을 납치했고 차 안에는 전기충격기와 밧줄 등이 구비돼 있었다. 자칫하면 여성이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 경사는 112 신고를 할 때는 '위치'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주소를 최대한 구체적으로 읊거나 주소를 모를 경우 눈에 보이는 큰 건물의 이름을 알려야 한다. 휴대전화의 GPS와 와이파이를 켜두면 경찰이 위치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 경사는 "앞으로도 주어진 임무에 충실히 임하면서 곧 태어날 아이에게 자랑스럽고 떳떳한 아빠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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