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케 섀이드 캘리포니아 대학교 샌디에이고 일본 경영학 교수/사진제공=울리케 섀이드 교수
하지만 전문가들은 일본의 저력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원천기술과 소재, 부품, 장비 산업 등에 있어 일본은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고, 이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 일본은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적인 제품을 선보였지만 디지털·모바일 시대 들어서는 혁신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일본의 혁신성을 어떻게 평가하나?
▶일본의 혁신성이 뒤처진다는 평가에 동의하지 않는다. 혁신을 측정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하나의 방법으로 투입 시장과 제품 시장을 살펴보고 가장 중요한 부품이 어디서 공급되는지 확인해 볼 수 있다. 이 측면에서 보면 일본은 세계 1위다. 일본은 이 분야의 선두주자로서 매우 중요한 소재와 부품을 만들어 글로벌 공급망에 공급한다. 오히려 이 부분에서는 미국이 뒤처진다.
이제 더 빠르고 가장 획기적인 혁신이 필요한 새로운 단계가 다가오고 있다. 그것은 스타트업에 유리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일본은 대기업이 많기 때문에 혁신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 일본 혁신 생태계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인가?
▶ 혁신 생태계에는 스타트업, 엔젤 및 VC(벤처캐피털), 규제 기관, 대기업, 변호사와 회계사 등의 지원 기관들이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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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에서는 이 모든 것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가장 오래된 클러스터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지난 20년 동안 이러한 부분들이 성장해 왔고, 여전히 몇 가지 약점이 있지만 이런 구성 요소들을 이제 모두 갖췄다고 말할 수 있다.
일본의 과제는 정책과 사회다. 사회 측면에서 일본은 여전히 창업보다 대기업에 취직하는 것을 더 높이 평가한다. 고용안정과 안정적인 수입을 우선시하고, 젊은 인재들이 대기업으로 많이 간다. 대기업의 가파른 계층 구조와 관료주의로 인해 인재의 혁신성을 발휘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가능성이 존재한다.
-일본은 원천기술, 소재, 부품, 장비 산업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강점은 혁신 생태계와 스타트업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스타트업 성장에 반드시 기술을 우선시할 필요는 없다. 이 부분은 '쉘로우 테크(Shallow Tech, 기술보다 애플리케이션 개발, 기존 기술 개선 등을 통한 서비스와 제품)'와 '딥 테크(Deep Tech, 심도 있는 기술을 바탕으로 한 혁신과 서비스)'의 차이로 설명할 수 있다.
기술을 덜 중요하게 생각한 제품과 서비스가 좋지 않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오히려 점진적인 혁신을 통해 제품을 빠르게 시장에 출시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틱톡이 대표적인 예로, 얕은 기술을 바탕으로 하지만 파괴적인 기술이 되기도 한다. 우버도 거대한 소프트웨어 플레이어가 되고 있다. 얕은 기술은 시장 출시 속도가 더 빠르며 더 짧은 기간에 더 많은 ROI(투자수익률)를 생성하는 경우가 많다.
-일본은 고령화, 출산율 감소 등 인구 문제를 겪고 있다. 인구 구조 속에서도 계속해서 혁신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인구구조 변화는 큰 위협이지만 기회이기도 하다. 새로운 DX(디지털 전환)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줄어드는 인구를 대신해 구인난을 해결하는 기술 등이다.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술을 사용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는다면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의 혁신기업은 언어의 한계 등으로 글로벌화보다는 내수 시장에 초점을 맞춘 사업이 많다는 지적도 있다. 글로벌화를 위해 정부, 기업 등 혁신 생태계 이해관계자들의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많은 일본 스타트업은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일본 시장은 여전히 1억 2000만 명에 달하는 매우 큰 시장이다. 해당 시장을 위한 제품을 만드는 것은 의미가 있다. 글로벌화는 큰 도전으로 합리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수익이 비용보다 클 경우에만 글로벌 시장을 봐야 한다.
많은 일본 스타트업의 경우 게임과 같은 얕은 기술 비즈니스를 하는 경우가 많아 글로벌화에 대한 인식이 크지 않은 것 같다. 물론 생명공학, AI(인공지능)와 같은 딥테크 분야에서는 일본도 많은 스타트업이 글로벌로 진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