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고 온 담배 챙겨달라" 족발집서 술 마시다 걸린 10대 '뻔뻔'

머니투데이 박효주 기자 2024.01.18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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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실수로 미성년자에게 주류를 판매하다 적발된 자영업자가 업주만 처벌받는 것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지난 17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청소년은 무죄, 난 벌금 3000만원. 이게 공정한 사회인가'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족발집을 운영한다는 글쓴이 A씨는 "시한폭탄을 안고 활개 치고 돌아다니면서 도리어 술값을 못 낸다고 하거나 되레 돈을 요구하는 청소년들이 사회적으로 얼마나 큰 문제인지 조금이나마 알리고 싶은 마음으로 글은 쓴다"며 최근 벌어진 일을 털어놨다.



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5일 A씨 족발집에 미성년자 2명이 들어왔다. 당시 가게 일이 바빴던 A씨는 주방에 있었고 아르바이트생이 이들을 받았다. 아르바이트생은 이들 옷차림과 화장 등을 보고 성인이라고 생각해 주민등록증 검사를 하지 않았고 미성년자 주류 판매로 단속됐다고 한다.

A씨는 "족발집이라 10대가 거의 오지 않고 시간도 오후 10시 30분쯤이었고 취한 채 들어와 직원이 방심한 거 같다"며 "고의로 미성년자에게 주류를 판매한 정황은 없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쨌든 잘못된 일이니 겸허히 받아드리려고 하지만 정작 업장을 속인 청소년들은 아무 처벌도 없다. 이들을 언제까지 이렇게 보호만 해줘야 하는지 의구심이 든다"며 현행법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단속 당시 가게에 있던 미성년자 이름이 특이해 SNS(소셜미디어)에서 검색해보니 우리 가게에서 적발되고도 3일 뒤 또 다른 술집에서 놀고 있는 모습을 촬영해 올렸더라"라며 "이후에도 계속 봤는데 보름 동안 돌아다닌 술집만 해도 열 군데가 넘었다"고 했다.

이어 "(적발된) 미성년자들이 경찰이 다녀가고 몇 시간 뒤 가게에 전화해 '우린 무전 취식 아니니까 계좌번호 주세요. 그리고 전자담배 두고 왔는데 그거 찾으러 갈 테니까 잘 챙겨 놓으시고요'라는 말까지 했다"며 "술 먹고 다니는 게 얼마나 당당하면 이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절망에 휩싸인 순간 이 말을 들었을 때 어떤 기분인지 가늠이 되냐"고 분노했다.


A씨는 불찰을 만회하기 위해 행정사를 고용했고 그로부터 영업정지 2개월이 나올 것이란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또 기소유예를 받으면 영업정지가 1개월로 줄지만 과태료 3000만원 정도를 납부해야 할 수 있다는 말도 들었다고 한다.

A씨는 "살인 미수와 같은 음주운전 벌금도 1000만원 내외로 알고 있는데 내가 음주운전보다 3배나 큰 잘못을 저지른 게 과연 맞는 것이냐"며 "처벌 때 참작이 될까 싶기도 하고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지금도 그 미성년자 SNS를 보며 술 마시고 있는 사진을 수집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누리꾼들은 "법이 진짜 문제 많다. 생활기록부에라도 기록해야 하는 거 아니냐", "이건 진짜 바뀌어야 한다", "신분증 검사 제대로 안 한 건 잘못이 맞지만 미성년자가 고의적으로 술집에 오는 것도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는 게 맞다" 등 반응을 보였다.

A씨 사례 외에 부모를 동반한 상황에서 미성년자가 음주해 업주가 처벌받은 사례도 있다. 또 미성년자들이 술을 마시고 업주를 협박해 돈을 내지 않고 나가거나 되레 금전을 뜯어내기도 해 관련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청소년이 반복적, 상습적으로 신분증을 위변조하거나 폭행 협박을 해 음주한 사실이 적발될 때는 여가부 장관이나 지자체장이 위반행위를 제공한 청소년에 대해 사회봉사 및 교육 등의 조처를 내리게 하는 청소년 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하지만 발의만 될 뿐 법안이 통과된 사례는 아직 없다.



미국과 영국 등 일부 국가는 우리나라와 달리 미성년자가 술을 구매하면 술을 판매한 업주뿐 아니라 미성년자에게도 벌금 등 법적 책임을 묻는다. 일본은 문제를 일으킨 미성년자를 처벌하지 않는 대신 보호자와 감독 위치에 있는 이에게 법적 책임을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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