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피·코스닥 상장사의 자사주 소각 규모는 총 6조1469억원으로 전년(3조5026억원) 대비 75.5% 급증했다. 2021년(2조5408억원)과 비교해 자사주 소각은 2년 사이 2배 이상 늘었다. 자사주 소각을 공시한 기업수 역시 지난해 119곳으로 전년(73곳) 대비 63% 증가했다.
그동안 국내 증시에서 자사주 매입은 비교적 활발했지만 소각은 드물었다. 상장사들이 자사주를 주주환원 목적으로 활용하기 보다 지배주주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인정되지 않아 자사주 비중이 높아질수록 최대주주의 지배력은 커진다.
셀트리온은 셀트리온헬스케어와의 합병을 앞두고 주가 부양을 위해 3600억원 어치의 주식을 소각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현대차는 3154억원 주식 소각으로 주주환원에 응했다. 기아 역시 2245억원을 소각했다. 이밖에 네이버(3053억원) KT&G(3026억원) SK텔레콤(2000억원) 크래프톤(1679억원) 현대모비스(1465억원) SK스퀘어(1063억원) SK(1007억원) 등이 대규모 주식 소각을 실시했다.
올해도 자사주 소각은 이어진다. 전날 동원산업은 발행주식수의 22.5%에 해당하는 1046만770주를 소각한다고 공시하면서 주가가 25.76% 급등했다. 셀트리온도 합병 후 약 5000억원 규모 자사주 소각을 실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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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 펀드와 소액주주들이 주주행동에 나서고 정치권에서도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면서 상장사들의 자사주 소각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 VIP자산운용은 삼양패키징에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을 강화하라고 요구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창당한 개혁신당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의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공약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