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톤 화물차를 운전하던 피고인은 다른 승용차를 충격하는 사고를 내자 현장을 이탈하여 소주 1병에 복숭아 음료 1캔을 섞어 마셨고(이하 '후행 음주'), 교통사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로부터 음주측정을 받아 혈중알콜농도가 0.169%로 측정되었다. 경찰은 사고발생일로부터 2개월이 경과한 시점에 같은 조건으로 음주측정을 실시했고, 검찰은 그 측정결과(0.115%)와 당초 측정결과(0.169%)의 차이 0.054%를 사고 당시의 혈줄알콜농도로 기소했다.
범죄사실을 알기 위해 과학공식 등과 같은 경험칙을 이용할 경우에는 그 법칙 적용의 전제가 되는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사실에 관하여 엄격한 증명이 필요하고, 만일 공식을 적용할 때 불확실한 점이 남아 있고 그것이 피고인에게 불이익하게 작용한다면 그 계산결과는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증명력이 있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이 제시한 이유다.
'의심스러운 때에는 피고인의 이익으로(in dubio pro reo)'라는 형사법의 대원칙을 지키려는 대법원의 고충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양심을 갖춘 평범한 일반인이라면 도저히 생각하기 어렵고 실행에 옮기기는 더욱 어려운 방법으로 죄를 면하려고 했고, 실제 음주운전의 결과로 보이는 교통사고까지 낸 피고인에게 면죄부를 준 판결이 일반 국민의 법감정에 부합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어찌되었든 대법원 판단이 그러하다면 이와 비슷한 문제가 다시 발생할 수 있으므로, 대법원도 지적한 것처럼 입법적 조치는 반드시 필요해 보이고, 수사기관도 증거인멸죄를 적용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 사건의 음주운전자는 비록 0.03%의 차이로 처벌을 면했지만, 혈중알콜농도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자신이 없다면 혹여라도 이 방법을 믿고 음주운전을 하는 운전자는 없기를 바란다. 설령 그런 꼼수로 형사처벌은 면하더라도, 음주운전이 자신을 포함한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해칠 수 있는 위험하고 중대한 범죄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김태형 변호사(법무법인 지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