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이뤄진 기술 빼돌리기가 해외 본사에서 고액 연봉을 미끼로 한국 기업 출신 엔지니어들을 스카우트하는 방식이었지만 이번에는 해외까지 인력을 끌어들일 필요도 없이 한국에 거점을 두고 국가핵심기술을 빼가는 방식을 택했다. 산업기술을 빼가는 방식이 점점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장성기차는 중국 최대 SUV(다목적스포츠차량) 판매 기업이고 에스볼트는 중국 내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 4위 업체다. 장성기차는 최근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에서 미국 자율주행 플랫폼 기업 엔비디아와 협업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발표되기도 했다.
중국 본사 사무실에서 일을 하거나 자주 출장을 요구했던 기존 중국발 기술유출 사건과 달리 에스볼트코리아는 '국내 근무'의 장점을 내세웠다. 이 같은 수법을 수사당국이 포착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에 송치된 A씨는 삼성SDI에서 2009년 임원으로 승진한 인물로, 배터리셀 핵심 기술 연구개발을 담당해 왔다. 기술유출에 가담한 이들 일당은 2018년 회사 재직 도중 자신의 스마트폰 등으로 전기차 도면, 배터리셀 도면 등을 사진으로 찍어 보관하다가 에스볼트코리아 이직 이후 이 자료를 에스볼트 측에 제공했다. 이들의 연구·업무 경력 덕분에 기술유출 과정 자체도 순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에스볼트 측은 경찰 조사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A씨 일당도 이직 자체는 우연의 일치였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머니투데이는 이들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삼성SDI·SK온 측도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해외 기술유출 사건은 폭증하는 추세다. 경찰청이 지난해 2월부터 10월까지 '경제안보 위해범죄 특별단속'을 실시한 결과 해외 기술유출 송치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75% 증가했다. 경찰은 해외 기술유출 사건을 총 21건 송치했는데 이는 2013년 이후 가장 많았다. 피해기술별로는 디스플레이가 8건으로 가장 많았고, 반도체·기계 3건, 조선·로봇 1건, 기타 5건 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