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들 "중국이 팔 비틀자 맞선 선택… 대만해협 불안 고조"

머니투데이 김하늬 기자 2024.01.14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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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총통 라이칭더]
독립노선 걷는 민진당의 3연임, 양안관계 우려
외신들 일제히 "지정학적 불안정성 높아질 것"

(타이베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라이칭더  대만 총통 당선인이 13일 (현지시간) 타이베이 민진당사 밖에서 열린 선거 승리 집회에 참석을 하고 있다. 2024.1.14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타이베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라이칭더 대만 총통 당선인이 13일 (현지시간) 타이베이 민진당사 밖에서 열린 선거 승리 집회에 참석을 하고 있다. 2024.1.14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라이칭더 민진당 후보가 13일(현지시간) 대만 총통에 당선되자 주요 외신들은 중국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대만 유권자들이 '대만 독립' 노선에 표를 던졌다며 주목했다. 하지만 선거가 끝난 대만의 셈법은 복잡하다. 미국과 중국 간 패권 경쟁의 최전선인 대만에서 지정학적 불안정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중국이 '질색'하던 라이칭더가 새 총통이 됐다"며 "대만 유권자들은 '민진당에 대한 투표가 전쟁을 위한 투표'라던 중국의 경고를 무시하는 선택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그동안 경제적·군사적으로 행해 온 대만의 '팔 비틀기' 행보가 도리어 대만 사람들에게 독립을 지키고, 중국이라는 거대한 그림자를 넘어서야겠다는 열망을 키워줬다"고 분석했다.



NYT는 "라이칭더의 승리로 민진당은 1996년 대만에서 총통 직선제를 도입한 이후 어떤 정당도 달성하지 못한 3 연임에 성공했다"며 "현 총통인 차이잉원은 중국과 거리를 두면서 갈등을 피하고 미국 및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과 관계를 강화하겠다고 공언해왔는데 라이칭더도 이를 이어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룸버그통신도 "시진핑 국가 주석이 '트러블 메이커'라고 부른 사람을 대만이 지도자로 택했다"며 "중국에 타격을 입힌 셈"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대만과 중국 본토의 궁극적 통일이 '역사적 필연'이라고 주장한 시 주석의 강경책에 대한 일종의 거부"라고 평가했다. 라이칭더의 러닝메이트였던 샤오비킴 부총통 당선인이 미국 주재 대만 대사를 역임한 점도 언급했다. 미국과 더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으며, 앞으로도 무게중심이 미국에 쏠릴 것이란 해석이다.



(타이베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라이칭더  대만 총통 당선인이 13일 (현지시간) 타이베이 민진당사 밖에서 열린 선거 승리 집회에 러닝 메이트 샤오비킴과 참석해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2024.1.14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타이베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라이칭더 대만 총통 당선인이 13일 (현지시간) 타이베이 민진당사 밖에서 열린 선거 승리 집회에 러닝 메이트 샤오비킴과 참석해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2024.1.14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반중·자주'라는 정치적 레토릭으로 대선 승리를 거머쥔 라이칭더 당선인이 취임 후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주목된다. 외신들은 그가 차이잉원 총통과 마찬가지로 중국과의 대화에 열려있다는 원칙론을 유지해왔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라이칭더는 중국과 평화를 추구하되, 침략에는 단호하게 맞선다는 원칙을 내세운 바 있다"며 "국제적으로 라이칭더 당선인의 성패는 중국과의 '관계 관리'에 달려있다"고 보도했다.

대만 시민들이 친중(親中) 성향의 국민당에 반대표를 던졌다는 점에 불만을 품은 중국의 무력 시위도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다. CNN방송은 "정치 분석가들은 중국이 앞으로 며칠 또는 몇 주 안에 선거 결과에 대한 불쾌감을 표현하기 위해 경제적·군사적 압박을 나타낼 수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가디언지도 국제위기그룹(ICG)의 중국 선임분석가 아만다 시아오를 인용해 "오는 5월 라이칭더 당선인의 취임식을 앞두고 중국은 군사훈련보다는 무역을 이용한 압박을 더 많이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미국 측은 이날 선거 이후 중국이 대만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것에 대비하고 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신문은 또 "중국이 어떤 조치를 얼마나 빨리 취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군사 훈련 강화부터 경제 조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압박이 예상된다"며 "이번 결과는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에 있어 좋은 소식이 아니다"는 베이징 유니온대학교 대만학연구소 리젠광 교수의 발언을 인용 보도했다.


한편 라이칭더 당선인은 대만 독립 노선을 추구하는 민진당에서도 강경파로 분류된다. 전임인 차이 총통보다 더 강성파로 분류된다. 그는 정치에 입문한 뒤 "대만은 이미 주권국가"이고 "주권국가인 대만에 통일과 독립의 문제는 없다"며 대만 자주 독립을 강조해왔다. 때문에 그가 민진당의 총통 후보가 된 지난해 4월부터 중국의 대만 압박이 거세질 것이란 관측이 꾸준히 나왔다.

이날 치러진 총통 선거는 라이칭더 민주당 후보가 558만3974표를 얻어 득표율 40%로 당선됐다. 제1야당인 국민당의 허우유이 후보는 466만8068표(득표율 33.4%)로 2위에 머물렀다. 제3지대를 표방한 민중당의 커원저 후보는 368만8943표를 얻어 26.4%의 득표율로 3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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