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엔 없고 中쇼핑몰엔 있네"…쿠팡, 등돌린 제조사에 손 내밀었다

머니투데이 김민우 기자, 조한송 기자 2024.01.12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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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LG생건, 납품 중단 4년 9개월 만에 극적 화해... 왜?

"쿠팡엔 없고 中쇼핑몰엔 있네"…쿠팡, 등돌린 제조사에 손 내밀었다


쿠팡이 LG생활건강 (448,000원 ▼7,000 -1.54%)(이하 LG생건)과 손을 잡고 직거래를 재개하기로 했다. 2019년 4월 납품가 갈등 속에 LG생건이 쿠팡에 납품을 중단한 지 4년 9개월 만이다.

대형 제조사와 유통체인의 반(反) 쿠팡 전선이 확대하는 상황에서 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 쇼핑몰들까지 국내시장에 본격 진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위기의식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품 선택권 강화한 쿠팡...로켓배송 올라탄 LG생건
12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과 LG생건는 다시 직매입 거래를 재개하기로 하고 오는 1월 중순부터 순차적으로 로켓배송 상품을 늘려나가기로 했다.

쿠팡 입장에서는 LG생건이 보유한 글로벌 브랜드 코카콜라 등을 비롯해 인기 베스트셀러 생활필수품인 페리오·테크 등 주요 상품들을 입점시켜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넓힐 수 있게됐다.



LG생건의 글로벌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인 오휘·숨37·더후도 쿠팡 로켓럭셔리에 입점한다. 이로써 설화수, 헤라와 함께 국내 럭셔리 톱3 브랜드를 모두 로켓배송으로 받아볼 수 있게 됐다.

글로벌 1위 음료 브랜드 코카콜라도 다시 입점하면서 펩시와 함께 탄산음료 '양대 산맥' 라인업을 구축하게 됐다.

국내 시장점유율 1위 페리오 치약과 엘라스틴, 테크 세제, 인기 화장품 브랜드 CNP 등도 대거 들어오면서 쿠팡 이용자들의 선택권을 높였다.


LG생건 입장에서도 온라인쇼핑몰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쿠팡을 통해 다시 상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됐다.

'反쿠팡연대' 확대, 알리 진격에...쿠팡이 먼저 손 내밀었다
쿠팡과 LG생활건강의 직거래 재개가 극적으로 성사된 것에 대해 업계에서는 쿠팡이 LG생활건강에 적극적으로 먼저 손을 내밀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019년 4월 쿠팡과 LG생활건강은 납품 협상 과정에서 갈등을 빚었다. 이 과정에서 LG생건은 자사 상품에 대해 불공정 거래를 일삼았다며 쿠팡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이때 쿠팡도 "LG생건이 쿠팡에 타 유통업체 판매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공급했다"고 반박하며 거래가 중단됐다.

이후 공정위는 2021년 8월 쿠팡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32억9700만원을 부과했고 쿠팡은 이에 반발해 공정위를 상대로 시정명령 등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냈다.

행정소송 판결은 이달 18일 예정돼있다. 판결 일주일을 남겨두고 쿠팡과 LG생건이 극적으로 화해를 한 셈이다.

납품 중단 이후 양사는 몇차례 거래 재개를 위한 논의를 했으나 조건이 맞지 않아 협상이 진전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쿠팡이 거래재개 추진 의사를 가지고 LG생활건강과 협상을 진행하면서 지지부진했던 논의에 탄력이 붙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제조사들과 유통업체들의 반(反) 쿠팡 전선이 확대되자 위기의식을 느낀 쿠팡이 제조사들과 화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CJ제일제당 (333,500원 ▲4,500 +1.37%)은 2022년 말 납품단가 이견으로 쿠팡에 햇반 등 주요 상품의 납품을 중단했다. 이후 신세계 (173,000원 ▲200 +0.12%)·네이버 등과 손을 잡고 쿠팡을 압박하는 대기업 연합전선을 늘려갔다.

여기에 쿠팡도 주요 중소중견 식품 제조사들의 입점을 늘리며 대응했다. 하지만 뷰티·생활용품·음료 등 LG생건의 글로벌 베스트 상품들을 보유하지 않고는 장기적인 경쟁 지형에서 쿠팡이 불리해질 가능성이 제기돼왔다.

햇반, 코카콜라 등과 같이 '1등 상품'이 쿠팡에서 빠질수록 쿠팡으로선 소비자 확대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LG생건도 쿠팡과 갈등 이후 실적 악화의 어려움을 겪었다. LG생건은 2019년 매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해왔으나 2022년 18년 만에 처음으로 역성장을 기록했고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44.9% 감소하며 6년 만에 1조원을 하회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LG생건의 지난해 실적은 매출 6조9597억원, 영업이익 4924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3.15%, 30.7%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알리 익스프레스나 테무 같은 중국 쇼핑몰들의 한국 진출도 쿠팡의 위기의식을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모바일 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알리의 지난해 12월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는 713만명으로 2위 11번가와 격차를 50만명대로 좁혔다. 지난해 초 227만명과 비교해 3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알리익스프레스는 해외 직접구매(직구)를 넘어 국내 오픈마켓으로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LG생건의 코카콜라를 비롯해 쿠쿠, 애경산업 등 국내 브랜드 13개가 최근 알리익스프레스에 입점했다.

올해는 한국 내에 물류센터 건립을 예고하고 있다. 현실화할 경우 지금의 '5일 배송' 체계가 크게 단축되면서 이용 소비자들이 더 늘어날 공산이 크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 입장에서 중국 쇼핑몰까지 쿠팡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양한 베스트셀러를 확보해 대형 유통사와 제조사가 뭉친 '반 쿠팡 연대'에 대한 대응 수준을 높이기 위한 선택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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