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세금 깎아주는 국가전략기술, 정부 아닌 국회가 법으로 정한다"

머니투데이 세종=유선일 기자 2024.01.10 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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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세금 깎아주는 국가전략기술, 정부 아닌 국회가 법으로 정한다"


국회가 그간 정부와 공유했던 '국가전략기술' 분야 지정 권한을 사실상 가져왔다. 정부 단독 판단으로 국가전략기술 분야를 지정해 해당 분야 투자 기업의 세금을 깎아주는 것은 문제라는 판단에서다. 한편으론 여야 갈등으로 제때 국가전략기술 분야 지정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가전략기술, 사실상 국회가 지정"
9일 국회에 따르면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시행령'에 따라 이미 국가전략기술 분야로 지정돼 있던 바이오의약품을 '법률(조특법)'상 국가전략기술 분야로 재차 직접 명시하는 내용의 조특법 개정이 지난해 말 이뤄졌다.



국가전략기술은 '국가안보 차원의 전략적 중요성이 인정되고 국민경제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기술'이다. 정부는 기업이 국가전략기술 분야 시설·R&D(연구개발)에 투자할 경우 세금을 깎아준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조특법 시행령을 개정해 기존 6개 분야 국가전략기술(△반도체 △이차전지 △백신 △디스플레이 △수소 △미래형이동수단)에 바이오의약품을 추가한 바 있다. 그런데도 국회가 굳이 바이오의약품을 시행령이 아닌 법률에 다시 명시한 것은 국가전략기술 분야 지정 '권한'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국회는 조특법을 개정하면서 "기획재정부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국가전략기술 분야를 추가하려는 경우 사전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보고한다"는 내용의 '부대의견'을 달았다. 사실상 국회 승인 없인 정부 마음대로 시행령을 고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국가전략기술 분야 지정 권한은 정부에게 있었다. 당시 조특법은 국가전략기술을 '대통령령(시행령)으로 정하는 기술'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지난해 4월 개정 시행된 조특법에 따라 정부와 국회가 모두 국가전략기술 분야 지정 권한을 갖게 됐다.


당시 개정된 조특법은 국가전략기술을 '반도체, 이차전지, 백신, 디스플레이, 수소, 미래형 이동수단 및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분야와 관련된 기술'로 규정했다. 6개 분야 국가전략기술(현재는 바이오의약품이 추가돼 국가전략기술 분야는 총 7개)을 직접 법률에 명시하는 한편 시행령을 통한 정부의 지정 권한을 보장한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국가전략기술 분야 지정은 국회가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해당 제도가 기업 세금을 대폭 깎아주는 '특혜' 성격이 있는 만큼 국회 논의를 거쳐 신중하게 지원 분야 결정이 이뤄질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반면 정치적 이유로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국가전략기술 지정이 지연돼 제도의 본래 취지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있다.

방산, 신성장·원천기술로 지정...배경은
정부가 방위산업 기술을 국가전략기술이 아닌 신성장·원천기술로 지정하기로 한 것도 국회 움직임과 무관치 않을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 "방산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는 올해 경제정책방향에서 방산기술을 신성장·원천기술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신성장·원천기술은 국가전략기술보다 세액공제 혜택이 작아 방산업계에선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정부는 방산기술이 국가전략기술 정의와 부합하지 않아 신성장·원천기술로 지정했다는 입장이다. 방산은 반도체·이차전지처럼 현재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분야라기보단 앞으로 육성해 나가야 하는 신산업 분야라는 설명이다.

일각에선 국가전략기술과 신성장·원천기술의 정의가 모호해 둘을 구분할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례로 '미래형 이동수단'은 국가전략기술로, 이와 유사한 '미래형 자동차'는 신성장·원천기술로 각각 지정된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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