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감동'은 계속된다…"디지털 혁신, 수익성 개선 전력"

머니투데이 대담=김유경 정보미디어과학부장, 정리=변휘 기자 2024.01.08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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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투 초대석]조해근 우정사업본부장

조해근 우정사업본부장./사진제공=우정사업본부조해근 우정사업본부장./사진제공=우정사업본부


"장점은 살리고 약점은 보완하겠습니다. 전국 어느 곳에나 촘촘히 포진한 우체국망은 우리만의 장점입니다. 이를 기반으로 우편·금융과 공적가치를 충실히 수행하겠습니다. 아울러 디지털 혁신으로 서비스 품질을 개선하고 생산성을 향상시켜 약점을 개선해 나가겠습니다."

조해근 우정사업본부장(57·사진)은 지난 3일로 취임 100일을 맞았다. 지난해 9월 26일 취임 이전까지 본부장 공석이 4개월여 지속됐던 만큼, 우정사업본부의 경영안정에 주력하면서 업무 전 분야의 디지털 혁신, 우편·금융 사업의 수익성 개선 및 리스크 관리 방안 마련에 매진해 왔다.



조 본부장은 성장이 정체된 우편사업의 수익구조 개선을 위해 물류·배달 체계를 효율화하고 경쟁력 있는 상품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금융 부문에선 비대면 예금·보험 신상품을 개발하고 리스크 관리 선진화를 꾀한다. 아울러 전국에 촘촘하게 산재한 우체국 특유의 인프라를 활용해 복지·환경 등 민생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신규 공익사업을 발굴할 계획이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우체국 금융 온라인 서비스의 일부 장애로 이용자들이 겪은 불편 해소에도 적극 나선다.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해 지난해 5월 선보인 '차세대 금융시스템'이 완벽히 안착하지 않은 탓으로, 향후 개선을 위한 조 본부장의 어깨가 무거워지는 대목이다. 그는 "국민들에게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하면서 "앞으로 금융서비스 제공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운영관리와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조 본부장과의 일문일답.

핵심 경영전략은…'우정 디지털 플랫폼' 등 5대 전략 제시
-지난해 9월26일 취임 후 이달 4일로 취임 100일을 맞이했다. 소감과 포부를 부탁한다.

▶'국민과 함께 새롭게 거듭나는 대한민국 우정' 구현을 목표로 열과 성을 다하겠다. 특히 통신기술의 발전으로 우편물량이 감소하고, 인터넷은행과 빅테크가 금융시장의 더욱 치열한 경쟁을 촉발하는 등 우정사업은 다른 전통산업들과 마찬가지로 커다란 변화의 요구에 직면해 있다. 우정서비스도 우편·예금·보험 등 분야에서 품질을 높여 사업의 건전한 성장을 추구하고, 국민들이 일상에서 따뜻한 서비스로 체감하도록 공적 가치를 수행하면서 변화를 게을리하지 않겠다.


-임기 중 핵심 경영 전략은 무엇인가.

▶물류 현장과 고객 관리, 상품·상담에 AI(인공지능)를 적용하고, 비대면 거래를 선호하는 MZ고객에 다가가기 위해 디지털 창구를 설치하는 등 '우정 디지털 플랫폼'이 첫번째 과제다. 이와 함께 우편사업의 수익구조 개선, 금융사업의 안정적 성장, 온 세상을 연결하는 공적가치, 안전하고 활기찬 조직문화 조성까지 5대 전략을 제시했다.

"우편요금 현실화? 물가 안정되면 기회 올 것"
조해근 우정사업본부장./사진제공=우정사업본부조해근 우정사업본부장./사진제공=우정사업본부
-편지 쓰는 사람이 줄고, 택배사업 경쟁은 치열하다. 우편사업 수익구조는 회복이 어려워 보인다.

▶종이문서의 디지털화, 모바일 전자고지의 활성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통상우편의 감소는 오래전부터 예상했던 결과다. 실제 우편 물량은 2002년 55억통을 찍은 뒤 내리막을 거듭해 2022년에는 29억통으로 반토막 났다. 또 택배사업은 2021년 쿠팡의 진출에 이어 우체국보다 지점수가 많은 편의점이 젊은 층을 공략하고 있어 경쟁이 심화된 게 현실이다.

-우편사업 실적 전망은 어떠한가.

▶지난해 우편사업 적자 규모는 1600억원으로 예상한다. 올해 적자는 더 커질 것이라는 게 솔직한 예측이다. 눈에 띄게 개선될 요인이 없는데, 인건비는 매년 불어나기 때문이다. 다만 예상되는 적자를 조금이라도 더 줄이는 게 목표다. 소포 물류와 집배 인력의 배달 체계를 효율화하고, 전국망을 활용해 고부가가치 서비스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또 각종 플랫폼 제휴와 전자상거래 상품 개발 등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우편요금의 현실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우편사업은 모든 국민이 전국 어디서나 편리하고 저렴하게 소포·편지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보편 서비스다. 다만 현행 우편요금은 주요국과 비교해도 낮은 편이다. (규격우편물의 현행 국내 요금은 430원, 영국은 1389원, 일본 875원, 미국 664원) 지금까지는 우체국이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버텨왔지만, 앞으로는 현실화 필요성이 있다. 이제는 개인이 보내는 우편 수요가 극히 제한적인 만큼, 소비자 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적다. 그러나 어려운 민생을 고려해 물가안정이 중요한 시기다. 경제여건이 좋아지고 물가도 안정되는 시기가 오면 우편요금 현실화도 가능할 것이라 생각한다.

-우편사업의 수익성 개선이 단시간내 이루기 어려운 만큼, 우체국금융 수익성 확보가 핵심 과제다.

▶그렇다. 우정사업은 독립채산제로 운영돼 각 회계별로 사업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세금 지원 없이 운영한다. 금융사업의 수익성 확보가 절실한 이유다. 우편사업 결손을 예금사업 이익으로 메꿔야 한다. 이를 위해 모바일 전용 신상품 개발, 온라인 미니보험 출시, 외부 플랫폼과 연계한 통합 마케팅이 필요하다. 특히 우리의 강점인 우체국망을 잘 활용해야 한다. 우편·예금·보험의 '콜라보'를 활용한 종합서비스를 바탕으로 국민금융 플랫폼을 구현하는 게 목표다. 과거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높았던 시기에 자산운용 측면에서 어떻게 대응하고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를 10년 정도 '롱텀(Long-term)'으로 분석해 중장기적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

-경영목표를 숫자로 제시한다면.

▶우편물량의 지속적인 감소로 우편사업의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디지털·물류 혁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과 서비스 품질 개선을 통한 수익구조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믿는다. 이를 통해 올해 700억원, 내년도 1300억원의 경영수지 흑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 경영수지 흑자 700억 목표…금융시스템 장애 "죄송하다"
조해근 우정사업본부장(왼쪽)이 15일 전남 여수 도서지역에서 진행하는 ‘가스안전 복지등기’ 우편서비스를 직접 담당했다.2023.11.15 /사진=우정사업본부 제공조해근 우정사업본부장(왼쪽)이 15일 전남 여수 도서지역에서 진행하는 ‘가스안전 복지등기’ 우편서비스를 직접 담당했다.2023.11.15 /사진=우정사업본부 제공
-최근 우체국의 공적 역할 수행이 관심을 받고 있다.
▶우체국은 과거 '라돈침대' 사건 당시 매트리스 수거부터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공적마스크 판매, 재택 치료키트 배송 등 국가비상 상황마다 사회적 책임에 힘써 왔다. 최근에는 지자체와 협력해 집배원이 소외계층의 안전을 직접 살피는 '복지등기우편', 처리가 까다로운 폐의약품 회수에 우편을 활용하는 '폐의약품 회수 우편서비스'가 좋은 반응을 얻었다. 집배원 등 우정인력이 국민에게 감동을 드릴 수 있고, 관련 지자체로부터 서비스 비용을 일정 분담받아 우편사업 수익성 개선에도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이다. 앞으로도 우체국 인프라를 활용한 국민 체감 사회공헌 사업을 지속해서 발굴·추진하겠다.

-이러한 신사업을 위해선 노사 관계의 원만한 형성이 필수다.
▶각종 경영 현안과 신규사업에 대해 상호 이해·공유하는 등 상시 소통체계를 구축하겠다. 복지등기 우편, 4대은행 우체국 금융망 개방 등의 신규사업 역시 노사 간 협의를 거쳐 본사업을 차질 없이 수행 중이다. 앞으로의 신사업과 현안에 대해서도 충분한 논의를 거칠 예정이다.

-지난해 5월 구축한 우정사업본부의 차세대 금융시스템이 여전히 불안정하다. 관련 현황 및 대책은.
▶노후화된 금융시스템을 클라우드·빅데이터 등 신기술 기반 차세대 금융시스템으로 전면 재구축하는 작업을 완료했다. 문제는 오픈 첫날(지난해 5월 8일) 우체국뱅킹 이용자의 폭증으로 서비스 접속 오류가 발생했다. 신속하게 복구했지만 최근까지 간헐적 서비스 장애가 발생했다. 국민들에게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 앞으로 안정적인 금융서비스 제공 및 시스템 장애 최소화를 위해 시스템을 최적화하고, 오류 발생 시 즉각적인 조치와 해결을 위해 비상대응체계를 운영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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