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불안정한 세계의 원인은 주요국의 과잉확장(overstretch)이다. 역사적으로 모든 강대국과 제국은 자신의 능력을 벗어난 세력확장의 시기를 겪게 된다.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했을 수도 있고 상대의 대응력이 예상을 뛰어넘은 경우도 있다. 한쪽이 과잉확장의 길을 걸을 때 다른 쪽이 적당한 선을 지킨다면 나름 균형을 잡을 수 있지만 많은 경우 상호 과잉확장으로 인한 불균형과 갈등은 심화한다.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에 반발하면서 대안적 세계질서를 꿈꾸는 중국, 러시아 등도 상황은 비슷하다.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통해 세계를 하나로 연결하면서 국제적 영향력을 극대화하려던 중국의 시도는 시간이 갈수록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규모 인프라 투자는 부실화하기 일쑤고 반중 인식과 감정은 오히려 확산하고 있다. 러시아의 경우도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능력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줬다. 미국과 이스라엘에 맞서는 위치를 표방하는 이란 역시 지속적인 내부 갈등 속에서 지역 내 리더십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 인도, 튀르키예 등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상대를 약화시킬 수 있는 역량은 보유했지만 새로운 질서를 주도적으로 만들어낼 힘은 모두가 부족한 상황인 것이다.
대한민국의 경우 지난 30년간의 질서 속에서 가장 큰 성취를 보이면서 선진국으로 도약했다. 이제 과거의 기억을 뒤로하고 새로운 질서형성 시기에 걸맞은 역할을 찾고 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자세를 갖춰가야 할 때가 됐다. 가보지 않은 길을 다시 걸어가야 하는 시기가 된 것이다. 2024년이 그 답을 찾는 시작이 되기를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