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간에서 대사될 때 두 단계를 거친다. 1단계로, 알코올이 탈수소효소를 통해 분해돼 아세트알데하이드가 된다. 2단계로 아세트알데하이드가 아세트알데하이드 탈수소효소로 인해 분해돼 물이 된다. 각 단계의 효소가 얼마나 잘 작동하느냐에 따라 숙취 정도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술을 마시면 마실수록 주량이 늘까.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권혁태 교수는 "술을 자주, 많이 마시면 술을 더 많이 마시고 덜 취하는 느낌일 들 수는 있다"며 "운동을 많이 하면 근육이 차올라오는 것처럼 술을 분해 능력이 약간은 늘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기 주량과 상관없이 주종(술 종류)이 뭐든 남성은 3잔, 여성은 2잔까지만 마시는 게 안전하다. 전용 잔 1잔이면 알코올이 10g 정도 들어있다.
술을 섞어 마시는, 이른바 '폭탄주'는 더 빨리 취할까? '소맥(소주+맥주)'을 예로 들면 소주와 맥주를 섞으면 각 술의 중간 도수(11도 정도)의 술이 탄생한다. 소주만 마실 때보다는 도수가 떨어지지만, 문제는 소주잔이 아닌 맥주잔으로 마시게 되면서 다량 마시게 된다는 것. 유 교수는 "'소맥'을 마실 경우 맥주보다 도수 높은 술을 맥주처럼 벌컥벌컥 마시게 돼 알코올 섭취량이 많아진다"며 "게다가 맥주의 탄산 성분이 알코올의 흡수를 촉진해 들어오는 알코올 양도 많고, 흡수도 빨라져 더 빨리 취한다"고 경고했다. 폭탄주가 숙취를 부추기는 셈이다.
숙취를 부르는 또 다른 습관이 있다. 안주 없이 술만 마시는 방식이다. 유 교수는 "빈속에 술을 마시면 알코올이 빠르게 흡수돼 빨리 취한다."며 "자기가 해독할 수 있는 능력치보다 알코올 농도가 높아져 숙취가 심해진다"고 언급했다. 술을 마실 때 안주를 곁들이면 알코올이 몸에 흡수되는 속도를 늦출 수 있다. 단, 안주는 과식하지 말고 적정량 먹어야 한다. 과식하면 지방간 발생 위험을 높여서다. 간 해독을 배려하다 간에 지방을 붙여주는 격이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콩나물·미나리는 좋은 '천연 숙취해소제'다. 이들 식품 속 아스파테이트라는 성분이 알코올 분해 효소의 활동을 촉진한다. 술 마신 다음 날 콩나물을 먹으면 숙취가 덜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특히 콩나물국이나 북엇국을 따끈하게 해서 먹으면 숙취를 풀고 해장하는 데 실제로 도움 된다. 유 교수는 "술을 마시면 위장관 운동이 일시적으로 많이 떨어지는데, 이때 찬물을 마시거나 찬 음식을 먹으면 위장 운동이 더 떨어져 구역질·구토 같은 숙취 증상이 심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단, 아무리 따뜻하더라도 마라탕처럼 자극적이면서 맵고 짠 국물은 피해야 한다. 맵고 짠 음식은 위를 강하게 자극할뿐더러 이미 술을 마셔 탈수된 상태에서 땀을 뻘뻘 흘려 탈수를 더 부추기기 때문이다. 해장을 위해선 따뜻하면서도 맑은 국물을 선택해보자.
비타민B군, 비타민C를 먹는 것도 방법이다. 이들 영양소가 부족하면 숙취에 필요한 효소가 몸에서 잘 나오지 않아서다. 술을 마실 때, 술 마신 다음 날 물을 자주, 많이 마시면 알코올로 인한 이뇨 작용과 탈수를 막고 알코올의 분해를 도와 숙취에서 빠르게 벗어날 수 있다. 탄수화물 식품을 먹는 것도 숙취 해소에 약간은 도움 된다. 숙취 다음 날, 빈속으로 있는 것보다 먹어서 에너지를 보충하는 게 숙취를 조금 더 빠르게 벗어날 수 있다. 권 교수는 "피자를 먹으면 숙취를 해소하는 데 도움 된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는데, 피자의 치즈보다는 빵(탄수화물)이 에너지를 보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술자리에서 목마를 때 술 대신 물을 마시는 것도 팁이다. 간이 알코올을 분해할 시간도 벌고 분해에 필요한 물도 공급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술 마신 날엔 늦지 않게 잠을 청하는 게 중요하다. 잠을 늦게, 적게 자면 숙취 해소를 방해해서다. 권 교수는 "진통제 계열, 진통 소염제를 먹는 것도 숙취를 빨리 벗어나는 데 도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