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이재명 민주당 심판 넘어 '실력' 강조…환호·박수 쏟아져

머니투데이 박소연 기자, 김지영 기자 2023.12.26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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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종합)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3.12.26. /사진=뉴시스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3.12.26. /사진=뉴시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첫 일성으로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폭주를 막고 운동권 특권정치를 청산하겠다고 했다. 내년 총선에서 불출마를 선언하며 '헌신'을 강조하는 한편, 당보다 국민이 중요하다는 '선민후사'를 비전으로 제시했다. 야당에 대한 승리를 넘어 여당으로서 스스로 실력을 갖추고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는 화두도 제시했다. 연설 도중 수시로 박수와 환호가 터졌다.

한 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12분간 비대위원장 수락연설을 했다. 서두에선 본인이 정치를 시작하게 된 이유로 '책임감'을 언급한 뒤, 곧바로 민주당의 입법 폭주와 이재명 대표 방탄 논란을 집중 겨냥했다. '운동권 특권정치', '개딸 전체주의' 등 선명한 단어를 사용하며 공세에 나섰다.



그는 "중대 범죄가 법에 따라 처벌받는 걸 막는 것이 지상목표인 다수당이 폭주하면서 나라의 현재와 미래를 망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수십년간 386이 486, 586, 686이 되도록 썼던 영수증을 또 내밀며 대대손손 국민들 위에 군림하고 가르치려 드는 운동권 특권정치를 청산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이 운동권 특권세력과 개딸 전체주의와 결탁해 자기가 살기 위해 나라를 망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이것이 총선 승리의 명분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한 위원장은 민주당의 폭주를 막는 것만이 정치의 목표가 될 순 없다며 집권여당이 실력으로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한단 점을 짚었다. 구체적으로 인구감소 문제 해결과 범죄·재난 대비, 서민·약자 지원, 경제문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선구적인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사법리스크에 몰린 민주당을 압도하지 못하는 국민의힘에 '반성'을 촉구해 눈길을 끌었다. 한 위원장은 "국민의힘이 잘해왔고, 잘 하고 있는데도 억울하게 뒤지고 있는 거 아니다"라며 "운동권 특권정치 청산이란 시대정신은 우리가 실력과 자세를 갖춘 사람들이라고 공동체와 동료시민들을 설득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실현될 수 있다"고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축하 꽃다발을 받고 있다. (공동취재) 2023.12.26. /사진=뉴시스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축하 꽃다발을 받고 있다. (공동취재) 2023.12.26. /사진=뉴시스
또 "선당후사 안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대신 '선민(民)후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인이나 당의 이익보다 국민의 이익이 먼저라는 것으로, 기존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에게선 듣기 어려웠던 말이다. 이를 위해 내년 총선에서 지역구와 비례대표 출마를 하지 않겠다며 "오직 동료시민과 이 나라의 미래만 생각하며 승리를 위해 용기있게 헌신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공천 기준으로 차별 없는 공정 경쟁과 다양성 존중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우리 당은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기로 약속하시는 분들만 공천할 것이다. 약속을 어기는 분들은 즉시 출당 등 강력히 조치하겠다"고 민주당과 차별화를 꾀했다.

한 위원장은 정치인으로서 데뷔 무데인 이날 연설에서 특유의 자신감 있는 태도로 당의 비전을 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총선을 4개월여 앞두고 당이 절체절명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이를 타개할 방안을 스스로의 언어로 밝혔다는 점에서다. 당 일각에선 '대선 출마 선언문을 방불케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위원장이 '실천하는 여당'의 모습을 촉구하며, "미래를 정교하게 준비하기 위해, 위대한 나라와 동료 시민에 대한 책임감을 다하기 위해 이기자"고 밝힌 대목 등에서 장내 박수가 연거푸 쏟아져 한 위원장에 대한 기대를 짐작케 했다.

다만 당정관계에 대한 질문에 "수직적이니 수평적이니 이야기가 나올 게 아니다", "사극에 나올 법한 궁중암투는 지금 이 관계에선 끼어들 자리가 없다"고 답한 것은 사태의 본질을 비켜간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당정관계가 현재의 리더십 위기를 초래한 근본 원인인데, 이에 대한 위기의식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27일 탈당을 예고한 이준석 전 대표와 관련해선 "특정한 분들을 전제로 계획을 가지곤 있지 않다"고 밝혀, 사실상 손을 내밀 생각이 없음을 시사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이날 온라인으로 전국위원회를 열고 한 위원장 임명안을 통과시켰다. 자동응답시스템(ARS)으로 진행된 투표에는 전국위원 재적 824명 중 650명이 참여, 찬성이 627명, 반대가 23명이었다. 함께 상정된 비대위 설치 안건은 찬성 641명, 반대 9명으로 가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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