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상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가 머니투데이와 만나 전이성 대장암의 치료 환경 현황과 발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이창섭 기자
얼비툭스는 'EGFR 양성, RAS 정상형의 전이성 직결장암 환자'에만 사용할 수 있었다. 지난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얼비툭스 허가 사항에서 'EGFR 양성'이란 문구를 삭제했다.
김 교수는 지난 8월 머니투데이가 소개한 '차세대 젊은 의료진'이다.(암 메시지 해독하는 교수, 챗GPT에 "4기 대장암 완치" 물은 까닭) 최근 본지와 다시 만난 김 교수는 전이성 대장암의 치료 현황과 최근의 변화를 설명했다.
EGFR은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다. 암의 생존과 전이는 자극하면서도 사멸은 억제하는 단백질이다. 얼비툭스는 EGFR을 억제하는 표적항암제다. 김 교수는 "얼비툭스는 암세포의 대문 역할을 하는 EGFR을 막아 굶겨 죽이는 기전을 갖는다"며 "EGFR 인자는 대장암의 90~95%에서 발견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병원마다 검사 방법, 해석에 따라 EGFR 인자가 발견되지 않는 대장암 환자도 있다. 이런 환자는 대장암 항암 치료가 필요함에도 얼비툭스를 처방받지 못했다. 게다가 얼비툭스의 효과가 EGFR 인자와는 상관없다는 연구도 다수 보고됐다. 이제 'EGFR' 관련 문구가 사라졌기에 더 많은 환자가 얼비툭스를 처방받을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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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비툭스와 세포독성 화학항암제 병용요법은 말기 대장암 환자의 생존기간을 약 39개월까지 늘렸다. 국내 허가 이후 20여년간 전이성 대장암 1차 치료에서 굳건한 지위를 유지했다. 김 교수는 "간의 90% 이상이 암으로 뒤덮인 환자의 경우 한 달도 채 살지 못해 치료를 포기하곤 하는데 얼비툭스에 반응이 있으면 3년은 더 살 수 있다"며 "내 환자 중에는 약을 오래 써 4~5년을 치료받는 분도 두 명이나 있다"고 말했다.
김한상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얼비툭스를 사용하면 4기 대장암 환자도 절제 수술을 받을 수 있다. 대장에서 발현한 암이 폐와 간 등으로 전이되면 절제 수술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얼비툭스를 세포독성 화학항암제와 같이 투여하면 수술이 가능할 정도로 종양의 크기를 줄일 수 있다.
김 교수는 "대장암에서 4기로 진단되는 비율이 25%인데, 이 환자 중에서 30% 정도는 근치(완치) 목적의 수술까지 가능하며 수술받으면 장기 생존율은 60%까지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이어 "근치 목적의 수술에 성공한 환자는 생존율이 두 배 오르는 셈인데 반대로 얘기하면 40% 환자는 수술 후에도 재발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얼비툭스는 내성 문제에도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일반적으로 항암제를 쓰다가 내성이 발생해 효과가 떨어진 이후에는 약을 바꿔야 한다. 김 교수는 "얼비툭스가 1차 치료에 부분적으로 효과를 보였다면 시간이 지나고 다시 썼을 때 또 효과를 볼 가능성이 있다"며 "1차 치료에서 부분적으로 효과가 있었던 환자를 대상으로 3차 치료에서 다시 썼을 때 경험적으로 40% 정도 환자가 치료에 반응을 보인다"고 했다. 다만 이렇게 얼비툭스를 다시 사용했을 때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김 교수는 "보통 3차 이상의 대장암 치료를 받는 환자는 6~8개월간 생존하지만 얼비툭스 치료군은 이보다 8개월은 더 살 수 있다. 한 번 효과가 없었다고 실망하지 말고 재도전할 수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료진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객관적인 결정을 믿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