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쑤성 지진 현장에서 구호식품 지급을 기다리고 있는 이재민들./사진=차이신
지난 18일 새벽 발생한 진도 6.2 규모 간쑤성(甘肅省) 대지진으로 큰 인명피해를 입은 중국이 일단 구조작업을 마무리했다고 21일 관영매체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이제 행정력은 지진피해 복구에 집중된다.
간쑤성과 칭하이엔 여러 곳에 대피소가 세워졌다. 20일 칭하이성 진티안(金天)마을 대피소에서 중국 관영 환구시보 취재진을 만난 54세 리(李)모씨는 "야채와 고기, 빵, 뜨거운 국이 점심으로 제공됐다"며 "음식이 준비되자 천막안에 있는 사람들이 인내심을 갖고 기다렸고 우리를 많이 도와준 인민해방군 군인들에게 먼저 식사를 하게 했다"고 말했다.
피해복구에 본격적으로 돌입하면서 중국 언론은 연이어 미담 띄우기에 나서고 있다. 재난 극복에 중국공산당이 총력을 다하는 모습을 집중 조명하고 이른바 '지진 복구 영웅'들을 탄생시켜 민심을 다독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전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하일 미슈스틴 러시아 총리의 "간쑤성 지진에 대해 원조를 제공하고 싶다"는 말에 대해 "구호물자는 충분하며 중국 공산당의 지도로 재해를 극복할 수 있다"고 답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재난 극복의 주체가 중국 공산당임을 강조했는데, 신속하고 적절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통해 당의 지도력이 건재함을 부각시키고 행정력에 대한 신뢰를 높이겠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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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부진이 계속되면서 중국 내부 민심은 갈수록 흉흉해진다. 빈부격차가 커지는 가운데 중국인들의 내수소비 심리는 극도로 위축되고 있다. 사회주의국가 입장에선 치명적 요소인 실업률은 청년층을 중심으로 치솟고 있다. 이 가운데 올 들어서만 중국 내에서 중급 이상 지진이 11차례나 관측된 상황이다. 자칫 이번 지진 피해를 통해 사회적 불안감이 확산하고 민심이 당에서 이반할 것을 극도로 경계하는 분위기다.
현지 매체 차이신은 간쑤성 지스산(積石山)피해 현장에서 "사람들이 말 없이 노점을 차리고 피해자들에게 우육면을 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간쑤성 성도인 란저우(蘭州)의 이름을 따 란저우라면이라고도 불리는 간쑤성 우육면은 간쑤성의 소울푸드 격이다. 자발적 자원봉사자들이 몰려 구호에 나서고 있음을 부각시키는 아이템으로는 최고다.
한 지진피해 이재민 여성이 마정화씨의 우육면 노점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차이신은 18일 지진 발생 이후 이 여성이 처음으로 먹는 따뜻한 음식이라고 전했다. 이 여성은 이번 지진으로 누이동생을 잃었다./사진=차이신
그러나 더 큰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위해 팔을 걷었다. 그는 "마을사람과 식당 직원 16명을 모아 그날 아침에 밀가루 50포대와 쇠고기 1톤, 고추기름 등을 트럭에 가득 싣고 집에서부터 100km 이상을 운전해 왔다"며 "혹한 속에서 눈물을 흘리는 노인들에게 안타까운 위로의 말 한마디도 전하지 못하고, 그저 우육면에 뜨거운 국 한 국자를 부어 건넸다"고 말했다.
관영언론들은 정부차원 노력을 부각시키는 데 총력을 다하고 있다. 글로벌타임스는 현지 구조대원을 인터뷰하고 "이들은 끝없이 흙을 굴착했지만 진흙이 액체처럼 흘러나와 순식간에 채워져 작업이 대단히 어려워보였다"며 "구조대원들은 영하의 기온 속에서 두 시간 간격으로 교대하며 쉬지 않고 구조작업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또 환구시보는 "간쑤성 교통국의 쉴 틈 없는 노력으로 심각하게 손상된 24개 농촌도로를 포함해 재해지역과 특히 진원지 쪽으로 이어지는 모든 손상도로와 고속도로가 정리되고 재개통됐다"고 보도했다. 란저우 지역 철도도 모두 정상 운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또 중국지질조사국이 전문가 33명을 조직해 간쑤성과 칭하이성의 재해 피해 지역으로 긴급 파견했다고 보도했다. 환구시보는 "이들이 비상 관리 부서 및 지방 정부와 협력하여 현장 지질 재해 조사 및 조사, 공중 드론 조사, 모니터링 및 조기 경보 작업, 위험 평가 및 위험 물질 처리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라며 "지진에 대한 해석과 연구를 진행하고, 재난구조용 자료도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