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반도체 동맹' 네덜란드서 귀국…마주한 국내 현안은

머니투데이 안채원 기자, 박종진 기자 2023.12.15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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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암스테르담=뉴시스] 조수정 기자 = 네덜란드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4일(현지시간) 암스테르담 스히폴공항에 도착해 공군 1호기 탑승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2023.12.14.[암스테르담=뉴시스] 조수정 기자 = 네덜란드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4일(현지시간) 암스테르담 스히폴공항에 도착해 공군 1호기 탑승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2023.12.14.


윤석열 대통령이 3박5일 간의 네덜란드 국빈 방문을 마치고 귀국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네덜란드 방문에서 세계 1위 반도체 노광장비 기업을 키워 낸 네덜란드와 반도체 동맹을 맺고 총 32건의 양해각서 등을 체결하는 경제적 성과를 냈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15일 오전 7시쯤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당에서는 윤재옥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이, 정부에서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장호진 외교부 1차관이, 대통령실에서는 김대기 비서실장과 한오섭 정무수석이 마중 나왔다.



윤 대통령은 짙은 남색 정장에 주황색 넥타이를 착용했고, 김 여사는 검은색 코트에 흰색 블라우스, 검은색 바지 차림이었다. 윤 대통령은 환영 나온 인사들과 일일이 악수한 뒤 공항을 떠났다.

이번 네덜란드 국빈 방문의 최대 성과는 '반도체 동맹' 구축이다. 윤 대통령은 네덜란드와 '반도체 동맹'을 선언하며 치열한 전 세계적 공급망 경쟁 속에서 우위를 선점했다. ASML은 최첨단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해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사실상 독점 생산하고 있다. 쉽게 말해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ASML의 장비를 제때 공급 받지 못하면 제품을 제대로 생산하지 못하는 구조다.



윤 대통령은 순방 기간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 회장 등을 대동하고 ASML의 본사를 방문했다. ASML은 해외 정상에게는 최초로 자사의 클린룸(먼지와 세균 등을 제거한 초정밀 제조시설)을 개방하며 반도체 동맹에 의지를 다졌다.

삼성전자와 ASML은 윤 대통령의 국빈방문을 계기로 1조원을 공동 투자해 '차세대 반도체 제조기술 R&D(연구개발) 센터'를 우리나라에 짓기로 하는 MOU(양해각서)도 체결했다. 이를 비롯해 정부·기업 간 MOU와 계약 등을 총 32건 맺는 성과를 거뒀다.

체결 주체별로 보면 정부·기관 간에는 MOU 11건, LOI(투자의향서) 1건, 계약 1건이, 기업 간에는 MOU 19건이 체결됐다. 관련 분야별로 보면 △반도체 분야 6건 △무탄소 에너지 분야 5건 △미래 과학기술 분야 3건 △물류 분야 3건 △경제안보 및 국방·방산 분야 2건 등이 맺어졌다.


한-네덜란드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반도체 동맹'이란 표현을 명문화한 것도 성과다.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현지 브리핑에서 "이번 윤 대통령의 국빈 방문에서 양국 간 반도체 협력을 반도체 동맹으로 격상한 것은 시기적으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이번 정상 공동성명에 담긴 반도체 동맹의 의미를 한마디로 압축하면 반도체 초격차를 목표로 양국의 정부와 기업, 대학이 기술, 인력, 공급망을 아우르는 반도체 산업 전 영역에 걸쳐 강력한 전략적 연대가 구축된 것"이라고 밝혔다.

박 수석은 "양국이 정부 간 반도체 협력채널을 신설하고 핵심품목의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기로 함에 따라 미국, 일본, 영국에 이어 네덜란드로 연결되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연대가 완성됐다"며 "위기경보 핫라인 구축, 대체 수입처 발굴, 비축품목 스왑 등의 협력을 통해 우리 기업들의 공급망 리스크를 완화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우리 독립운동 역사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리더잘(Ridderzaal)'과 이준 열사 기념관도 방문했다. 윤 대통령은 방문 현장에서 "어려운 상황에서도 국권 회복과 독립을 위해 애쓰신 순국선열들의 희생 덕분에 오늘날의 자유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의 전당'을 뜻하는 리더잘은 1907년 제2차 만국평화회의가 열린 장소로, 당시 고종 황제는 '헤이그 특사(이준·이상설·이위종)'를 파견해 을사늑약(일제가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강제 박탈한 불평등조약)의 부당함을 알리고자 했다. 하지만 일제의 끈질긴 방해로 헤이그 특사는 결국 회의장에 입장하지 못했다.

네덜란드를 끝으로 올해 해외 방문 일정을 모두 마친 윤 대통령은 당분간 국내 현안을 챙기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윤 대통령은 내주쯤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 대한 추가 개각을 단행할 예정이다.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가 사의를 표한 가운데 대통령실과 여당의 관계를 다시 안정시키는 것 또한 윤 대통령이 마주한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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