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초 강원 영동에 12월 중 호우특보가 발효된 지난 11일 강원 평창 용평리조트 슬로프 외곽에 눈이 녹아 비와 섞인 모습./사진=김도균 기자
12월이 중순에 접어들었지만 한동안 고온이 지속된 데다 때아닌 호우특보 수준의 비까지 겹치며 스키장 운영이 차질을 빚고 있다. 인공 눈을 뿌려도 녹는 날씨에 스키장은 슬로프를 축소했다.
스키장을 찾은 이용객들은 예상치 못한 비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호주에서 온 리안 샤프(30)는 "비가 오는 걸 알고 있었지만 평창에 사흘만 머무를 수 있기 때문에 일정상 왔다"고 말했다. 스키를 20년 가까이 즐긴 김재우씨(38)는 "12월에 비 오는 건 진짜 드문 일"이라며 "슬로프가 미끄러워서 초보자들은 다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지난 11일 밤 9시쯤 강원 평창 용평리조트 내 위치한 편의점 앞. 이곳에선 우의가 때아닌 대목을 맞았는데 스키장 측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는지 상자에 손글씨로 3000원(1회용), 5000원(다회용)을 각각 적어 판매했다./사진=김도균 기자
대학교 교양 수업으로 용평리조트를 찾은 이상봉씨(19)는 "초등학생 때부터 스키를 탔는데 비맞으면서 탄 적은 처음"이라며 "이 정도면 돈을 덜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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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인 지난 8일 경기 광주 곤지암리조트를 찾았다는 김민재씨(22)는 "온도가 높으면 눈이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해서 눈 위에 스키가 지나간 길이 그대로 얼어버린다"며 "그 위를 지나가면 미끄러지거나 넘어져버리기 십상"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설질이 너무 안 좋아서 못타겠다고 욕을 했지만 인공 눈을 뿌려도 녹는 상황이라 스키장을 비판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했다.
김씨의 말대로 스키장도 난처한 입장이다. 강원 홍천 비발디파크 관계자는 "현재 눈이 녹는다기보다 추가로 눈을 뿌리는 게 불가능한 날씨"라며 "눈 보강 작업을 진행해야 하지만 주말에 영하로 떨어진다고 하니 그때부터 제설 작업을 진행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최근 한반도가 고기압 영향권에 놓이며 상대적으로 따뜻한 남서풍이 지속적으로 유입되면서 기온이 올랐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고기압은 북쪽에서 찬 공기가 확장하면 물러나는 경향이 있는데 대기 상층에서 서풍이 강하게 불며 찬 공기의 남하를 저지했다.
주말이 시작되는 오는 16일쯤 겨울 날씨를 회복할 것으로 기상청은 전망한다. 14~15일 저기압의 영향으로 전국에 비 또는 눈이 예상되며 16일부터 낮 최고 기온이 영하권에 머무는 추위가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