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도시개발공사, 백현마이스 포기?…PFV 기업결합신고 철회요청

머니투데이 김평화 기자 2023.12.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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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도시개발공사, 백현마이스 포기?…PFV 기업결합신고 철회요청


사업비 약 6조2000억원 규모 백현마이스(MICE, 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도시개발사업을 진행중인 성남도시개발공사(성도공)가 해당 사업에서 발을 빼는 모습이다. 사업진행을 위해서는 오는 27일까지 실시계획인가를 접수해야 하고 그에 앞서 민간참여자인 메리츠증권 컨소시엄과 PFV(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를 설립해야 한다. 하지만 오히려 컨소시엄이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접수한 기업결합 신고(PFV 설립 선행절차)에 대한 신고철회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 컨소시엄(메리츠증권·DL이앤씨·태영건설·삼성증권·유니퀘스트·JS산업개발·씨에스프라퍼티)은 지난 5일 성도공의 위임을 받아 PFV(성도공 지분 50%+1주·컨소시엄 지분 50%-1주) 기업결합 신고를 공정위에 접수했다. 하지만 성도공은 지난 8일 공정위에 신고철회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성도공과 성남시가 백현마이스 사업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백현마이스는 성남시의 20년 숙원사업으로, 교통개선대책 등에 투입될 공공기여 1조5000억원 상당의 시민혜택이 예상되는 사업으로 기대를 모아 왔다. 신상진 성남시장의 핵심공약 중 하나이기도 하다.

컨소시엄은 지난 7일 실시계획인가 신청을 위한 서류를 성도공에 전달하고 성남시청과의 사전협의를 요청했지만, 성도공은 협의는 물론 수령도 거부한 것으로 파악됐다. 컨소시엄과 성도공이 함께 설립해야 하는 PFV가 오는 27일까지 실시계획인가 신청을 못하면 백현마이스 사업대상지에 대한 도시개발구역지정이 자동해제(지정 3년 경과) 돼 적어도 3년은 사업시행이 불가능해진다. 일정이 촉박하지만 성도공은 신청서류 수령·협의를 거부하고 기업결합신고를 철회했다.



앞서 성도공은 컨소시엄과 지난 9월27일 사업협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이후 '연대책임' 문구를 협약에 추가할 것을 컨소시엄 측에 요구했다. 이와 관련 컨소시엄 측은 각 사의 심의 소요기간을 고려할 때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정을 앞둔 시점에 역할·책임 범위를 넘어선 '무한 연대책임(사실상 지급보증)'을 성도공이 일방적으로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성도공의 승인없이 민간참여자는 임의탈퇴가 불가능하고 시공사의 책임준공에 대한 사항은 협약에 이미 반영돼 '무한책임'으로 해석가능한 '연대책임' 문구를 넣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컨소시엄은 성도공의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 '조정안'을 내놨다. '합리적인 연대책임'과 '책임준공'을 문구에 넣는 방안을 지난 8일 성도공 측에 제시하고 성도공 사장 면담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도공은 대리인을 통해 부정적인 의견을 컨소시엄 측에 전달하는 것 외에는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오는 27일까지 PFV 설립과 실시계획인가 접수가 마무리되지 않으면 백현마이스 사업은 사실상 무산된다. 이 경우 귀책사유를 두고 법적공방이 전개될 전망이다. 귀책사유가 성도공에 있는 것으로 결론날 경우 수천억원의 손해배상 뿐 아니라, 관련자 전원에 대한 민·형사책임(직권남용·배임·업무방해 등)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성남시는 백현마이스 사업 관련 절차를 성도공에게 모두 일임했다며 거리를 두고 있다. 하지만 성남시 역시 지난 5월 메리츠 컨소시엄을 사업자를 선정할 당시 내부감사를 거쳐 공정성·투명성을 확인했다고 성남시민들에게 직접 공표했기 때문에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성도공은 현재 논의중인 상황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컨소시엄 관계자는 "성도공, 성남시청 비서실 등을 통해 수차례 성남시장, 성도공 사장 미팅을 요청했으나 반응이 없다"며 "이정도면 사업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 아니냐는 강한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비리가 있었다는 일각의 의혹에 대해 컨소시엄 측은 "대장동 일당 관련설은 사실무근으로 JS산업개발은 컨소시엄구성원이 본 사업을 위해 합작한 회사로 개발사업에서의 일반적인 방식을 택한 것"이라며 "메리츠 컨소시엄은 사업단계별로 전략·건설·재무출자자가 본연의 역할과 책임에 충실해 성남시민에게 최대한 혜택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춰 구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리츠 컨소시엄은 1조5000억원의 공공기여를 제시, 경쟁사 대비 6000억원 이상 높은 공공기여를 제안해 사업자로 선정됐다. 입찰 당시 메리츠 컨소시엄은 3.3㎡당 2950만원, 차순위로 탈락한 한화 컨소시엄은 3.3㎡당 2200만원을 매각가로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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