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500지수 오르면 4배 버는 ETN 등장…"도박이냐" 비판도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2023.12.06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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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월가 간판 /로이터=뉴스1뉴욕 월가 간판 /로이터=뉴스1


미국에서 처음으로 기초자산의 하루 수익률을 4배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이 출시돼 논란이 되고 있다.

뱅크 오브 몬트리올(BMO)은 5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승인을 얻어 S&P500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4배 따르는 '맥스 S&P500 4배 레버리지 ETN(상장지수중권)'을 출시했다.

이 ETN은 S&P500지수가 오르는 날은 상승률의 4배 수익을 얻고 S&P500지수가 떨어지는 날은 하락률의 4배 손실을 입는다.



이 상품은 이날 뉴욕증권거래소 아카(NYSE Arca)에서 'XXXX'란 티커로 거래를 시작했다.

BMO 캐피탈마켓은 XXXX가 투자자들을 위한 "혁신적인 수단"으로 "이러한 4배 레버리지 ETN들을 출시함으로 우리는 더 다양하고 역동적인 투자 지형을 지속적으로 조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투자자들이 진화하는 시장 여건을 헤쳐나갈 수 있는 전략들을 모색함에 따라 우리는 다양한 투자 욕구를 충족할 수 있도록 혁신적으로 설계된 투자 수단들에 대한 접근을 제공하고 있다"고 섬명했다.

SEC가 4배 레버리지 상품을 허용한데 대해 놀랍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SEC는 2017년에 포스셰어즈란 회사가 승인을 요청한 2개의 4배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를 불허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ETF닷컴에 따르면 스트래터재스 증권의 ETF 애널리스트인 토드 손은 BMO 캐피탈마켓이 4배 레버리지 상품을 ETF가 아니라 ETN으로 만들어 SEC의 규정을 우회해 승인을 받을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TF와 ETN은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증시에서 주식처럼 자유롭게 매매할 수 있기 때문에 똑같이 느껴진다. 하지만 ETN은 주식보다 채권에 가까운 특징이 있다. 발행회사가 투자자산을 보유하기 때문에 발행회사의 신용위험이 있고 만기가 있기 때문이다.

BMO 캐피탈마켓은 XXXX의 투자설명서에서 이 상품이 경험이 많은 투자자들의 단기 매매를 위해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BMO 캐피탈마켓은 "이 상품은 중기 혹은 장기 투자 목적을 가진 증권보다 더 위험하며 하루 이상 보유할 계획을 가진 투자자나 '매수 후 보유' 전략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에겐 적합하지 않다"고 밝혔다.

또 "투자자들은 이 상품에 투자하면 적극적이고 지속적으로 장 중에도 ETN의 가격 변동을 모니터링 해야 하며 S&P500지수의 장기 수익률이 플러스라고 해도 이 상품에서는 상당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 상품에 대한 투자를 고려함에 있어서 극도로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2017년에 4배 레버리지 ETF가 SEC에 승인을 요청했을 때 기관 브로커인 테미스 트레이딩의 파트너인 조 살루치는 "어느 순간이 되면 SEC가 나서서 '그만하면 됐다'고 말해야 한다"며 "여긴 주식시장이지 카지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살루치는 이날 마켓워치와 전화 인터뷰에서도 자신의 6년 전 발언이 지금도 유효하다며 "3배, 4배가 가능하다면 왜 10배, 100배는 안 되나"라며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우리는 투자를 하고 있나, 도박을 하고 있나. 여기가 주식시장인가, 카지노인가"라고 반문했다.

살루치는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는 수단이라는 주식시장 본연의 목적은 망각한 채 카지노처럼 순진한 투자자들이 힘들게 번 돈을 떼어먹으려는 상품들이 늘고 있다고 우려했다.

ETF 스토어의 사장인 네이트 제라시도 SNS인 엑스(X)에 "할머니가 비트코인 현물가격 ETF보다 S&P500지수 4배 레버리지 ETN을 먼저 살 수 있게 됐다니…"라며 한탄했다.

월가의 오랜 공매도 투자자인 짐 차노스는 엑스에 4배 ETN을 마진으로 (대출을 받아) 살 수 있는지 물으며 혀를 내둘렀다.

현재까지 ETF는 3배 레버리지까지만 가능하다. 4배 레버리지 ETN이 처음으로 등장한 만큼 4배 ETN이 늘어나며 ETF까지 레버리지가 4배로 확대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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