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만원 갚기도 힘들다…저축銀 소액대출 연체액, 3개월 새 80억 늘어

머니투데이 황예림 기자 2023.12.04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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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윤선정 디자인기자/사진=윤선정 디자인기자
저축은행에서 300만원 이하 소액신용대출을 받은 채무자의 연체액이 3개월 만에 80억원 가량 늘어났다. 연체액이 빠르게 늘면서 연체율도 7%에 가까워졌다. 고물가 현상으로 체감 경기가 나빠지며 취약 채무자의 상환 부담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4일 79개 저축은행의 올해 3분기 통일경영공시 보고서를 전수조사한 결과, 300만원 이하 소액신용대출 현황을 공개한 37개 저축은행의 소액신용대출 잔액은 1조1129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 2분기 1조452억원이었던 잔액이 3달 새 6.5%(678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연체액은 674억원에서 750억원으로 11.4%(77억원) 늘었다. 연체액이 대출 잔액보다 빠른 속도로 늘면서 연체율도 6.44%에서 6.74%로 0.30%포인트(p) 올랐다.

연체율이 10% 이상인 저축은행은 전체의 3분의1 수준인 12개로 집계됐다. 소액신용대출을 11억원 규모로 취급하는 A저축은행은 올해 3분기 연체액만 8억원으로, 연체율이 72.50%에 달했다. 이 저축은행의 직전 분기 연체율은 67.80%였다.



소액신용대출 취급 규모가 큰 금융지주계열 저축은행도 연체율이 10%를 넘어섰다. 하나저축은행의 올해 3분기 소액신용대출 잔액은 191억원으로, 연체율이 34.66%에 이르렀다. 잔액이 633억원인 KB저축은행은 연체율이 10.27%로 나타났다. 이 외 △한국투자 13.47% △애큐온 12.61% △DB 10.74% 등 상위권 저축은행도 연체율이 높게 집계됐다.

저축은행이 대출 축소로 취약 채무자에게 대출을 꺼리고 있는 상황임에도 소액신용대출 잔액은 역으로 늘고 있다. 79개 저축은행의 3분기 대출 잔액은 108조2000억원으로 지난 2분기 109조4000억원보다 1.1%p 줄었다.

고금리 장기화로 취약 채무자가 빚을 갚기 어려운 상황이 되면서 소액신용대출 잔액과 연체액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 소액신용대출은 취약 채무자가 긴급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받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가 적용되지 않지만 연 금리가 법정 상한선인 20%에 이를 정도로 높다.


OK저축은행이 대부업 러시앤캐시(아프로파이낸셜대부) 대출채권을 흡수한 것도 연체율 반등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OK저축은행의 3분기 소액신용대출 잔액은 3631억원으로, 37개 저축은행 중 가장 많다. 소액신용대출잔액은 직전 분기 2880억원에서 26.1% 증가했는데, 같은 기간 연체액도 106억원에서 144억원으로 36.0% 급증했다. 현재 OK저축은행의 소액신용대출 연체율은 3.96%다.

OK저축은행 관계자는 "대부업에서 돈을 빌리는 취약 채무자는 대부분 소액을 대출한다"며 "신규 영업이 늘어난 건 아니지만 러시앤캐시의 자산을 양수하는 과정에서 소액신용대출 잔액이 자연스럽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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