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표' 위해 지구 17바퀴 돈 20개월…아쉽게 막 내렸다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임동욱 기자, 이태성 기자 2023.11.29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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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뉴스1) 이준성 기자 =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이 28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남부 외곽 이시레물리노 지역의 '르 팔레 데 콩크레 디시(Le Palais des Congr?s d’Issy)'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제173차 총회 최종 프레젠테이션에서 부산의 매력을 소개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제공) 2023.11.2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파리=뉴스1) 이준성 기자 =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이 28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남부 외곽 이시레물리노 지역의 '르 팔레 데 콩크레 디시(Le Palais des Congr?s d’Issy)'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제173차 총회 최종 프레젠테이션에서 부산의 매력을 소개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제공) 2023.11.2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2030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를 위한 한국의 여정이 막을 내렸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오일머니'와 차별화되도록 인류 공동 가치와 중장기적인 협력 기회를 내세웠지만 아쉽게 고배를 마셨다. 재계 주요 그룹 총수들도 글로벌 민간 네트워크를 가동해 부산 유치 총력전에 나섰지만 대세를 뒤집진 못했다. 각 경제단체는 폭넓은 네트워크 구축과 신시장 개척의 교두보 마련 등 엑스포 유치과정을 통해 얻은 성과가 작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부산엑스포 유치 민간 위원장을 맡은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은 재계에서 가장 먼저 유치활동에 나섰다. 지난해 6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170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 참석하는 것으로 공식활동을 시작했다.



최 회장이 직접 아이디어를 낼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지난해 12월 파리에서 열린 BIE 3차 프리젠테이션(PT)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최 회장은 '오징어게임' 콘셉트를 접목하고, BTS(방탄소년단)를 출연시키자고 제안했다. 지난 10월부터는 아예 해외에서 엑스포 유치전에 몰두했다. 지난 23일에는 비행기 이코노미 클래스에 탑승한 모습을 SNS에 공개하며 "매일 새로운 나라에서 여러 국가와 만나 한 표라도 더 가져오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고 썼다. 한 누리꾼이 "회장님도 이코노미를 타시냐?"고 묻자, 최 회장은 "시간은 금"이라고 답했다.

최 회장은 지난 13~23일 2만2000㎞를 이동할 정도로 막판 스퍼트에 나섰다. 28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외곽 팔레 데 콩그레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제173차 총회에선 부산 유치를 호소하는 마지막 프레젠테이션(PT) 연사로도 나섰다. 최 회장은 "한국의 민간부문을 대표해 회원국과 그 사회에 도움되는 엑스포를 만든다는 핵심목표에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지난해 5월부터 엑스포 유치전을 위해 약 70만㎞를 이동했다. 지구 약 17바퀴에 해당하는 거리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올해 거의 매달 해외 출장길에 오르며 부산 엑스포 유치 지원에 힘을 보탰다. 지난 1월 윤석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와 스위스 순방 동행을 시작으로 3월엔 일본과 중국, 5월엔 미국, 6월엔 프랑스와 베트남을 찾았다. 7월엔 엑스포 개최지 결정의 캐스팅 보트로 통하는 태평양 도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이달 중순에는 영국 런던과 프랑스를 잇달아 찾아 유치 활동을 벌였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도 엑스포 유치를 위해 직접 발로 뛰었다. 미국과 체코, 슬로바키아,인도네시아, UAE, 프랑스, 베트남 등 20여개국을 방문해 부산엑스포 유치를 호소했다. 2021년 8월에는 사내에 엑스포 유치지원전담조직(TF, 태스크포스)를 꾸리기도 했다. 정 회장은 23일 저녁 BIE 대표 초청 만찬 건배사에서 "결과와 관계없이 한국은 각국에 대한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역시 지난 23일 만찬에 참석해 파리 주재 각국 외교단과 BIE 대표단에게 부산엑스포 지지를 당부했다. 구 회장은 지난달 아프리카 BIE 회원국을 만나 부산 엑스포 유치 활동을 펼쳤다. 앞서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와 만나 부산 엑스포 지지를 요청하기도 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롯데 그룹의 연고지가 부산인만큼 '부산 엑스포 전도사'를 자처해왔다. 대통령 경제사절단 활동에 꼬박 참여하며 부산 엑스포 유치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 같은 부산 유치 총력전도 대세를 뒤집진 못했다. 165개 회원국이 투표에 참여했고 119개국이 리야드를 지지했다. 3분의 2이상 득표 시 개최지로 결정되는 규정에 따라 결선투표는 진행되지 않았다. 부산은 29표를 얻어 2위에 그쳤다. 이탈리아 로마를 지지한 회원국은 17개국이었다.

각 경제단체는 아쉬움을 표했다. 다만, 이번 엑스포 유치 과정을 통해 시장 개척과 국가경쟁력 제고 등 성과도 있었다고 분석했다 . 대한상공회의소는 "국민들의 단합된 유치 노력은 대한민국의 국가경쟁력을 한단계 끌어올렸을 뿐 아니라 한국 산업의 글로벌 지평도 확대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엑스포 유치 노력 과정에서 이뤄진 전 세계 다양한 국가들과의 교류 역시, 향후 한국 경제의 신시장 개척의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세계 각국의 많은 정상들과 만남을 통해 폭넓은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 국가의 위상을 높이는 큰 성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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