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도 망할 수 있다...힘이 부족하면

머니투데이 이상배 정치부장 2023.11.22 06:10
글자크기

[이상배의 이슈 인사이트]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서울시가 3일 그간 서울 전역에 일률적·정량적으로 적용했던 최고 35층 높이 기준을 삭제하고, 새로운 스카이라인 기준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새로 짓는 아파트는 35층을 넘을 수 없다는 '35층 룰'을 폐지하는 내용의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서울플랜)을 발표했다. 오 시장은 다양한 층수를 배치해 다채로운 스카이라인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서울시는 박 전 시장 시절에 수립된 '2030 서울플랜'을 통해 3종 일반주거지역 최고층수를 35층으로 제한해왔다. 이로 인해 아파트 높이를 35층 이상으로 계획한 주요 재건축 단지는 줄줄이 사업 퇴짜를 맞았었다. 이번 발표로 침체됐던 부동산시장과 재건축 사업에 활기를 찾을 지 주목되고 있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강남구 한강변 아파트단지. 2022.3.3/뉴스1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서울시가 3일 그간 서울 전역에 일률적·정량적으로 적용했던 최고 35층 높이 기준을 삭제하고, 새로운 스카이라인 기준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새로 짓는 아파트는 35층을 넘을 수 없다는 '35층 룰'을 폐지하는 내용의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서울플랜)을 발표했다. 오 시장은 다양한 층수를 배치해 다채로운 스카이라인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서울시는 박 전 시장 시절에 수립된 '2030 서울플랜'을 통해 3종 일반주거지역 최고층수를 35층으로 제한해왔다. 이로 인해 아파트 높이를 35층 이상으로 계획한 주요 재건축 단지는 줄줄이 사업 퇴짜를 맞았었다. 이번 발표로 침체됐던 부동산시장과 재건축 사업에 활기를 찾을 지 주목되고 있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강남구 한강변 아파트단지. 2022.3.3/뉴스1


#1. "먼동이 터오는 아침에/ 길게 뻗은 가로수를 누비며/ 잊을 수 없는 우리의 이 길을/ 파트라슈와 함께 걸었네/ 하늘과 맞닿은 이 길을."

1992년 '이오공감 1집'에서 가수 이승환이 부른 '프란다스의 개'의 첫 소절이다. 이 노래에 영감을 준 게 국내에서도 방영된 일본 TV 만화영화 시리즈 '플랜더스의 개'였음은 말할 것도 없다.



이 애니메이션의 주인공 네로는 화가를 꿈꿨다. 그가 가장 존경한 화가가 루벤스였는데, 특히 루벤스의 '성모승천'이란 그림을 실제로 보는 게 그의 평생 소원이었다. 마지막 편에서 네로는 이 그림을 보는 데 성공한다. 그 장소가 바로 오늘날 벨기에에서 두번째로 큰 도시 안트베르펜(앤트워프)의 성모 마리아 성당이다.

지금은 전 세계 다이아몬드의 거래 중심지 정도로만 알려져 있지만, 16세기 안트베르펜은 '세계의 경제 수도'라고 과언이 아닐 정도의 '무역 허브'였다. 대항해시대 동양이나 신대륙에서 온갖 향신료와 설탕, 귀금속 등을 싣고 온 유럽의 배들이 가장 먼저 들르는 곳이 안트베르펜이었다. 북해 연안에 큰 강을 끼고 있고, 오늘날 독일과 프랑스 사이에 위치해 있어 유럽 각지로 물건을 보내기 유리해서다.



믿기 어렵겠지만 당시 세계 교역의 절반 가까이가 이 도시를 통해 이뤄졌다고 역사가들은 본다. 1560년 무렵 안트베르펜의 인구는 10만명에 달했다. 당시 프랑스 파리나 지중해의 무역허브 베네치아와 맞먹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안트베르펜이 처음부터 유럽의 최대 무역항이었던 건 아니다. 이 도시의 영광은 다른 한 도시의 쇠락에서 시작됐으니 그게 바로 브뤼헤다.

서울도 망할 수 있다...힘이 부족하면
#2. 대주교를 암살한 한 킬러가 보스의 명령에 따라 벨기에의 한 도시에 몸을 숨긴다. 2009년 콜린 파렐, 랄프 파인즈가 출연한 영화 '킬러들의 도시'의 초반부 내용이다. 영화의 배경이 된 브뤼헤는 동화에 나올 법한 중세풍의 조용한 도시다.

도시 곳곳으로 운하가 이어져 있어 '북해의 베네치아'라고 불리는 이 도시는 13∼15세기 명실상부 유럽의 경제 중심지였다. 영국과 유럽대륙 사이 도버해협 근처에 위치해 있어 오늘날 독일 또는 러시아 등 발트해 지역에서 대서양이나 지중해로 가려면 반드시 브뤼헤 앞을 지나야 했다. 게다가 양모와 직조 산업이 발달한 플랑드르 지역도 끼고 있다. 이 덕분에 브뤼헤는 모직물을 수출하고 지중해의 곡물이나 와인을 수입하는 북유럽의 관문 역할을 했다.


그러던 브뤼헤는 15세기 후반부터 몰락하기 시작한다. 바닷물이 들어오던 즈웨이 만에 퇴적물이 쌓이면서 뱃길이 막힌 게 결정적이었다. 브뤼헤의 강 하구로 배가 들어올 수 없게 되자 무역 네트워크를 틀어쥐고 있던 유대인들은 안트베르펜으로 옮겨갔다.

만약 당시 브뤼헤가 강 하구의 퇴직물을 치우는 대규모 준설 작업을 했다면 어땠을까. 1905년에야 완성된 바다로 통하는 인공 운하를 그때 지었다면 어땠을까. 그 정도 프로젝트를 할 정도의 예산 등 자원이 있었더라도 브뤼헤가 몰락의 길을 걸었을까. 아무리 강력한 도시도 위기를 이겨낼 힘이 충분하지 않으면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김포시, 서울시 편입 관련 면담 논의(오세훈-김병수) /사진=임한별(머니S)김포시, 서울시 편입 관련 면담 논의(오세훈-김병수) /사진=임한별(머니S)
#3. 서울의 경쟁상대는 부산이나 인천이 아니다. 도쿄, 홍콩, 싱가포르 등과의 경쟁에서 밀리면 외국계 자본과 인력은 언제든 떠날 수 있다. 인구 1400만명에 면적이 서울의 3배가 넘는 '도쿄도'는 거대화를 통해 확보한 막대한 재정으로 롯폰기 힐스, 시오도메 재개발을 성공시키고 교통 등 인프라를 강화하며 도시의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

'메가시티' 정책을 일국적 시야에서 바라보면 지역균형발전과 상충되는 게 맞다. 그러나 글로벌 경쟁의 관점에서 보면 국가대표를 키울 것이냐, 족쇄를 채울 것이냐의 문제다. 북한 장사정포 사거리 내에 위치한 서울은 미국 등 외국계 자본과 인력이 많을수록 군사 위험이 줄어든다. '메가시티'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