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종료된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선린인터넷고등학교에 차려진 서울시교육청 제15시험지구 제15시험장에서 수능을 마친 수험생이 들고 있는 수험표 뒷면에 가채점표가 보이고 있다/사진=뉴시스
19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에 따르면 수능 당일인 16일부터 이날 오전 11까지 접수된 이의 신청은 총 122건이다. 영역별로는 △사회탐구 34개 △국어 32개 △영어 25개 △수학 13개 △과학탐구 11개 △직업탐구 4개 △제2외국어/한문 1개 순이다. 한국사에는 이의신청이 없었다. 지난해 수능 이후 접수된 이의 신청은 총 663건으로, 이의 신청 기간이 앞으로 이틀 남은 것을 감안하면 지난해 수능에 비해 이의 신청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험 난이도에 대한 불만도 제기됐다. 정부가 킬러문항을 배제하겠다고 밝혔음에도 수능이 너무 어렵게 출제됐다는 것이다. 평가원 이의신청 게시판에는 "교육정책이 하루아침에 바뀌어 수험생들에게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불만 글이 게재됐다. 또 다른 수험생은 "국어 15번 문제는 엄청난 문제풀이 훈련이 되어있어 멘탈(정신)을 챙기면서 빨리 풀 수 있느냐를 묻고 싶은 것인가"라며 "킬러 문제를 안 낸다고 했는데 충분히 킬러 문제 같다"고 적었다.
수학 22번 문제에 대해선 교육계 안팎에서도 킬러문항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 문제는 미분법을 이용해 조건을 만족시키는 삼차함수를 구할 수 있는지 묻는 문제로, 미분계수 부호를 고려해 조건을 만족시키는 그래프 개형을 추론해 함수식을 구해야 한다. EBSi 등에 따르면 수학 영역 22번의 수험생 가채점 결과 정답률은 1.5%다. 가채점 결과를 토대로 추정한 결과지만 정답률이 수학 과목 중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입시 전문가들과 교육 시민단체 일각에서도 수험생이 풀 수 없도록 과도하게 어려운 문제가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교육계 안팎에서는 킬러문항의 개념 자체가 모호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6월 최근 3년 간의 수능과 모의평가에서 출제됐던 '킬러문항' 26개를 선별해 공개하고 공교육에서 다루지 않는 내용을 활용해 사교육에서 문제 풀이를 반복 훈련한 학생에게 유리한 문항이라고 정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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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수학은 여러 수학적 개념을 결합, 과도하게 복잡한 사고나 고차원적 해결법을 요구한 문제를 선정했다. 그러나 수학을 포함해 이번 수능에서 교육과정 안의 소재라도 정답률 1%대의 문제를 풀기 위해 사교육에서 제공하는 문제풀이 방법을 익히지 않으면 정답을 맞히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한 입시업체 관계자는 "명확한 판단 기준이 부족한 것 같다"며 "학원가에서도 킬러성 문제를 킬러라고 말할 수 없는 홍길동과 같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EBSi가 실시한 2024학년도 수능 체감 난이도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 2764명 중 85.9%는 수능이 어려웠다고 답했다. '매우 어려웠다'는 응답이 47.4%, '약간 어려웠다'는 응답이 38.5%였다.
교육부와 수능 출제진의 입장은 반대다. 수능출제위원장을 맡은 정문성 경인교대 사회교육과 교수는 지난 16일 수능 출제방향 관련 브리핑에서 "킬러문항이 반드시 '고난도 문항'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BS 현장교사단은 "교육과정 근거를 따르면서도 최상위권을 변별할 수 있는 문항들이 출제됐다"며 "공교육과 EBS 수능교재를 통해 충분히 대비할 수 있는 시험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한편 평가원은 오는 20일까지 평가원 홈페이지 이의 신청 전용 게시판에서 수능 문제와 정답에 대한 이의 신청을 받는다. 이의 신청 심사 후 최종 정답은 28일 오후 5시 발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