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넥트웨이브, 스마트 이커머스로 진화…똑똑한 쇼핑으로 'PLAi'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23.11.12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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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대해부]커넥트웨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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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넥트웨이브, 스마트 이커머스로 진화…똑똑한 쇼핑으로 'PLAi'


올해 초 전세계를 강타한 챗GPT(대화형 인공지능 프로그램) 열풍은 이제 AI(인공지능)가 더 이상 먼 미래가 아닌 바로 지금 현실화하고 있음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여러 산업계에서도 챗GPT 같은 생성형 AI를 접목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활발히 연구 중인데 대표적인 곳이 이커머스 업계다.

이커머스 업계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생성형 AI의 도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국내 1세대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유명한 에누리닷컴과 다나와를 운영하는 커넥트웨이브 (15,570원 ▲2,470 +18.85%) 역시 마찬가지다. 내년 4월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인 이커머스 전용 생성형 AI인 'PLAi'(플레이)는 커넥트웨이브의 이커머스 사업 전체를 한 단계 진화시킬 강력한 무기다. '올드한 이커머스'라는 이미지를 벗고 새로운 플랫폼으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다나와·에누리 1세대 이커머스 명성…생성형 AI 'PLAi'로 진화
커넥트웨이브는 온라인 오픈마켓(다나와, 에누리) 운영을 비롯해 △판매자의 온라인 쇼핑몰 구축을 지원하는 메이크샵 △온라인 쇼핑몰 관리 서비스인 플레이오토 △해외직구 플랫폼 몰테일 등 이커머스에 필요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 이커머스 기업이다. 지난해 가격비교 사이트 에누리닷컴 운영사인 코리아센터가 다나와를 인수한 이후 두 회사가 합병하면서 커넥트웨이브로 새롭게 출범했다.

다나와와 에누리닷컴은 한국 이커머스 시장 초기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1세대 인터넷 쇼핑몰로서 인지도를 쌓아 왔다. 용산 전자상가의 주요 PC 부품 시세를 비교하는 서비스로 시작된 다나와는 전자제품 분야에서 경쟁력을 높였고 에누리닷컴은 국내 최초 가격비교 기능을 이용한 서비스로 고객의 편의성을 크게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커머스 업계에서 1세대 플랫폼이라는 건 그 자체만으로는 큰 경쟁력이 없다. 오히려 올드한 이커머스라는 이미지로 인해 소비자로부터 외면을 받기 십상이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네이버와 쿠팡으로 점차 양분화해 가는 상황에서 다른 업체와 차별화한 서비스 없이는 살아남기 어렵게 됐다.

커넥트웨이브는 이같은 난관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생성형 AI 도입을 통한 서비스 고도화를 추진한다. 지난 8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3C(커넥트웨이브, 커머스&체인지) 생성형Ai 컨퍼런스'에서는 상품과 이커머스에 특화한 생성형 AI인 PLAi 개발 계획이 공개됐다. PLAi는 '상품에 대해서 말을 잘하는 아이(i)', '상품을 잘 이해하는 AI'라는 의미다.

생성형 AI는 챗GPT와 같이 인공지능이 미리 학습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글이나 이미지, 동영상 등을 새롭게 생성하는 기술이다. 다양한 분야에 광범위하게 적용 가능한데 가장 높은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되는 산업이 이커머스다.


이커머스는 온라인을 기반으로 성장한 산업인 만큼 다양한 고객과 상품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다. 예를들어 고객 취향에 맞는 맞춤형 상품을 추천하거나 검색 정확도와 편의성을 더 높이는 데 AI가 사용될 수 있다. AI는 학습 데이터가 많이 쌓이면 쌓일수록 결과의 정확도는 더 높아진다.

여기서 커넥트웨이브의 강점이 부각된다. 다나와와 에누리닷컴은 1세대 이커머스로서 수십년 간 쌓여온 방대한 쇼핑데이터를 갖추고 있다. 컨퍼런스에서 이건수 커넥트웨이브 대표는 "생성형 AI는 데이터들이 중요한데 커넥트웨이브는 이미 다나와와 에누리를 통해 14억개의 쇼핑데이터를 확보했다"며 "PLAi는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가장 잘 찾아주는 Ai로 발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PLAi는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가 개발을 맡고 있다. 업스테이지는 자체 AI 파운데이션 모델인 프라이빗 LLM(Large Language Model, 거대 언어 모델)을 통해 PLAi를 구현할 예정이다. 오픈AI의 챗GPT처럼 자체 모델을 구축하는데는 큰 비용이 들지만 경량화 모델인 프라이빗 LLM은 이커머스만을 전문적으로 다루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도 LLM 구축이 가능하다.

AI가 고객 리뷰 응대, 자연어 검색도 술술
회사의 계획대로 내년 4월 PLAi가 출시된다면 다나와, 에누리, 메이크샵 등 커넥트웨이브의 이커머스 사업들은 한층 고도화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다나와는 PLAi 도입으로 검색 기능이 강화된다. 전자제품 분야 가격비교에 경쟁력이 있는 다나와는 여러 제품의 사양, 가격, 후기를 한 페이지에서 손쉽게 비교할 수 있는 'VS검색'을 제공한다.

VS검색이 PLAi와 결합하면 자연어 검색으로도 고객이 손쉽게 자신이 원하는 상품을 찾을 수 있다. 지금은 상품을 검색할 때 '사무용 노트북', '게이밍 PC'와 같이 단어나 키워드 중심으로 검색어를 입력해야 하지만 PLAi가 도입되면 '100만원대 이하 가성비 좋고 튼튼한 업무용 노트북 찾아줘'와 같은 자연어를 입력해도 이에 맞는 결과를 찾아준다. 마치 전자제품에 대해 잘 아는 지인에게 물어보듯 검색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에누리닷컴 역시 PLAi를 통해 검색 기능이 강화된다. 에누리는 자주 구매하는 상품을 구독하면 실시간으로 최저가와 최고가 가격 정보를 알 수 있는 가격구독 서비스를 지난해 11월 출시했다. 가격구독에 PLAi가 결합되면 고객의 수요를 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초개인화 서비스가 가능하다. 인공지능이 고객의 구매 패턴, 상품 리뷰, 검색 기록 등 다양한 자료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나도 몰랐던 내가 원하는 상품'을 추천할 수 있게 된다.

온라인 쇼핑몰 구축 서비스인 메이크샵은 PLAi와의 결합으로 이커머스 사업자의 쇼핑몰 관리를 한층 편리하게 해 준다. 온라인 사업자의 주요 업무 중 하나는 고객의 상품 리뷰에 대응하고 이를 상품과 서비스에 반영하는 것이다. 이제는 사람이 일일이 대응하지 않아도 PLAi가 고객의 리뷰와 답글을 학습해 자동으로 답글을 달아준다. 리뷰를 요약하거나 긍정·부정 키워드를 분석해 사업자가 고객의 반응을 보다 편리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도울 수도 있다.

커넥트웨이브의 각 사업간 시너지도 더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나와와 에누리는 지난 20여년 간 가격비교 시장을 놓고 경쟁해 왔지만 이제는 통합 검색엔진 구축, 데이터센터 통합 등으로 효율성이 개선될 수 있다. 다나와는 PC와 가전제품에 집중하고 에누리는 패션, 미용, 생활용품 등에 더 특화해 두 플랫폼 간 카니발리제이션(자기잠식)도 최소화할 계획이다.

해외직구 플랫폼 몰테일도 각 사업간 연계로 효율성을 높인다. 몰테일은 8개국 12개 물류센터와 현지 유통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배송대행, 구매대행, 상품소싱 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기존에는 개인 고객의 해외물품 구매를 지원했다면 앞으로는 메이크샵과의 연계를 통해 국내 판매자들이 해외에 물건을 판매할 수 있도록 돕는다. 소비자와 판매자 양측의 해외거래를 동시에 지원함으로써 매출 증대 효과를 노린다.

"시스템 개발 과감한 투자…이익 3배 늘릴 것"

커넥트웨이브, 스마트 이커머스로 진화…똑똑한 쇼핑으로 'PLAi'
이커머스 산업은 매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경쟁 강도는 그 이상으로 높아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온라인 쇼핑몰 거래액은 109조2311억원으로 전년 대비 7.22% 증가했다. 고금리와 인플레이션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에도 온라인 시장 만큼은 성장세를 유지했다. 하지만 이커머스 양대 산맥인 쿠팡과 네이버의 점유율은 갈수록 늘어나는 반면 다른 업체들은 정체 상태에 머물면서 양극화는 더 심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실적만 놓고 보면 커넥트웨이브는 외형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데 다나와 합병으로 실적이 추가된 것을 제외하면 사실상 성장은 정체 상태다. 2분기에는 매출액이 전년 대비 10.4% 감소한 1134억원,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4.1% 줄어든 99억원으로 역성장했다. 지난해 높은 기저효과와 온라인 광고시장의 부진 등이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이 대표는 컨퍼런스에서 PLAi 출시를 통한 서비스 고도화로 효율성이 증대된다면 수익성도 점차 개선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커넥트웨이브의 에비타(EBITDA, 법인세 등 차감 전 영업이익)는 519억원인데 이를 앞으로 3배 이상 늘리는 것이 목표다.

관건은 비용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집행하느냐다. 이 대표는 서비스 고도화가 필요한 만큼 이제부터 개발자와 시스템에 과감하게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투자는 곧 비용이다.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둔화 우려로 이커머스 시장에 대한 우려 역시 커지지만 이 대표는 투자를 늘리면서도 외형 성장을 이어갈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내년에도 매출과 이익 모두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서비스 고도화를 위한) 투자비용은 매출 증가분 내에서 충당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인수합병(M&A)을 통한 외형 성장에 집중해 왔다면 앞으로는 사업 간 유기적인 연계로 시너지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상반기 사업별 매출액과 비중은 △데이터 커머스(다나와, 에누리 등) 1026억원(43.5%) △이커머스 솔루션(메이크샵 등) 486억원(20.5%) △크로스보더 커머스(몰테일 등) 793억원(33.6%) 등으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균형잡힌 포트폴리오를 유지하고 있다.

이 대표는 "그 동안 각 사업이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연합군처럼 움직였다면 지금부터는 원팀(One Team)으로 시너지 극대화에 나설 것"이라며 "그 중심에 PLAi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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