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유전자편집 관련 시장은 올해 50억달러(약 6조6000억원)에서 오는 2028년 100억달러(약 13조1000억원) 규모를 넘어설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 전망치는 15%다. 특히 내달 허가가 유력한 희귀 유전성(겸상적혈구) 빈혈 치료제 '엑사셀'이 시장 개화에 불을 붙일 전망이다.
유전자편집은 특정 유전자를 선택적으로 제거하거나 염기서열을 변경해 긍정적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질병유발 유전자를 선택적으로 제거하거나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것이 골자다. 가장 대표적인 유전자편집 기술은 '크리스퍼(CRISPR) 유전자 가위'다. 질병을 유발하는 DNA를 가위로 잘라 붙이는 특성에 기인한 명칭이다.
다만 유전자를 다뤄야 하는 높은 난이도에 아직 시판 치료제는 없다. 엑사셀 허가에 쏠린 기대감이 남다른 이유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전체 유전자편집 기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이른다. 엑사셀에도 해당 기술이 적용됐다.
엑사셀의 시장성 역시 유전자편집 치료제 시장 전망을 밝히는 요소다. 엑사셀 개발사인 버텍스가 책정한 겸상적혈구 빈혈 환자의 기존 평생 치료 비용은 최소 400만달러(약 52억원)이다. 미국 의약품 감시 기관 임상경제검토연구소(ICER)는 비용 대비 효과 고려 시 엑사셀의 적정 1회 투약 비용을 200만달러(약 26억원)로 보고 있다. 높은 약가에도 시판 허가시 가장 합리적인 치료 방안으로 부상이 가능한 셈이다. 엑사셀은 단회 투여하는 품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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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엑사셀은 아직까지 치료제가 없는 희귀질환을 타깃하고 있다"며 "글로벌 판권을 보유한 버텍스는 출시 이후 중장기적으로 1조원을 상회하는 매출이 달성 가능할 것으로 기대 중"이라고 분석했다.
AZ·릴리 등 글로벌 제약사 앞다퉈 기술 도입…M&A·지분투자 비롯해 공동개발까지글로벌 대형 제약사들 유전자편집 기술 확보를 위한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아스트라제네카다. 자회사인 알렉시온을 통해 지난해 10월 6800만달러(약 890억원) 규모에 유전자편집 전문업체 로직바이오를 인수했다. 올해 3월엔 레비티로부터 모듈형 유전자편집 플랫폼 기술을 이전(규모 비공개) 받았다. 이달 들어선 프랑스 셀렉티스 지분투자를 통해 관련 신약 후보물질 10개 개발에 협력한다. 이를 위해 올해와 내년 2억4500만달러(약 3200억원)가 투자된다.
일라이릴리는 빔테라퓨틱스가 보유한 버브테라퓨틱스의 유전자 편집 약물 옵션 권리를 인수했다. 심장병 유전자편집 의약품에 대한 공동개발 및 상용화 권리가 핵심이며, 최대 계약규모는 6억달러(약 7850억원)에 이른다. 유전자편집 관련 기술거래 중 역대 최대 규모다.
글로벌 대형사 잰걸음에 국내도 유전자편집 기술에 주목 중이다. 첫 허가품목 등장을 신호탄으로 내년 바이오업종을 달굴 분야가 될 것이란 전망에서다. 이에 국내사들의 관심 역시 대세를 따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국내사 중엔 툴젠이 아시아기업 중 유일하게 유전자 가위 기술의 원천특허를 보유하고 있지만, 비교적 초기 단계로 상업화까지 시간이 필요한 상태다.
김정현 교보증권 수석연구원은 또 다른 보고서를 통해 "내년 한국 제약바이오 업종이 따라갈 수 있는 글로벌 그림자 후보군은 예상치를 상회하는 실적 시현이 가능하고 빅파마가 대규모 투자를 하는지, 혁신적인 기전에 대한 시장 전망 형성되는지에 따라 결정된다"며 "유전자편집 기술은 엑사셀에 대한 대규모 투자 집행과 기술 특유의 혁신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