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경엽(가운데) LG 감독이 8일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8회 투런포를 친 박동원과 함께 뜨거운 포옹을 나누고 있다.
염경엽 LG 감독이 8일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8회 투런포를 친 박동원(가운데)과 함께 뜨거운 포옹을 나누고 있다.
염경엽(오른쪽 아래) LG 감독이 한국시리즈 2차전 승리 후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LG 트윈스는 8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2만 3750석 매진)에서 펼쳐진 KT 위즈와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7전 4선승제) 2차전에서 8회 터진 박동원의 역전 투런포를 앞세워 5-4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LG는 지난 2002년 11월 8일 삼성 라이온즈와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8-7로 승리한 뒤 7670일 만에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승리했다.
이날 LG는 선발 투수로 나선 최원태가 아웃카운트를 1개밖에 잡지 못한 채 ⅓이닝 2피안타 2볼넷 4실점(4자책)으로 흔들리며 1회초 곧바로 강판당했다. 그러나 이는 신의 한 수가 됐다. 이후 나선 LG 불펜 투수 7명이 8⅔이닝을 무실점으로 합작한 끝에 값진 승리를 거뒀다.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이정용 1⅔이닝(28구) 3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으로 급한 불을 잘 끈 뒤 정우영이 1⅓이닝(26구)을 3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으로 책임졌다.
타선에서는 베테랑들이 결정적인 순간에 홈런과 적시타 등을 터트리며 영웅으로 등극했다. 6회말에는 1사 후 오지환이 KT 선발 쿠에바스를 상대로 한가운데 초구 커터(142km)를 공략,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포를 터트렸다. 7회말에는 김현수가 4-3으로 추격에 성공하는 적시 2루타를 쳐냈다. 이어 팀이 3-4로 끌려가던 8회말 박동원이 1사 2루 기회에서 KT 불펜 박영현의 한가운데로 몰린 초구 124km 체인지업을 공략해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극적인 역전 투런 아치를 그렸다. 박동원은 경기 후 한국시리즈 2차전 데일리 MVP로 선정됐다.
염경엽 감독은 경기 후 공식기자회견에서 "불펜진이 자기 역할을 해내면서 승리의 발판을 만들 수 있었다. 타선에서는 오지환의 홈런과 김현수의 적시타가 나오면서 분위기를 바꿨다. 박동원이 중요한 역전 홈런을 쳐줬다. 선수들이 좋은 경기를 해줬다"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8회 박동원의 투런포에 기뻐하는 LG 더그아웃. /사진=뉴스1
염경엽(가운데) LG 감독이 한국시리즈 2차전 승리 후 코칭스태프와 함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염경엽(왼쪽) LG 감독이 한국시리즈 2차전 승리 후 코칭스태프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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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최원태의 제구가 말을 듣지 않으면서 경기 초반에 어려운 경기를 했다. 그런 상황에서 불펜 투수들이 자기 역할을 해주면서 승리의 발판을 마련해줬다. 오지환의 홈런과 김현수의 적시타가 경기 흐름을 바꿀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박동원이 가장 중요한 순간에 역전포를 터트렸다. 우리 선수들이 정말 좋은 경기를 해냈다. 가장 중요한 건 1승뿐만 아니라, 우리 선수들이 시리즈에서 자신감을 얻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또 한 가지 소득은 우리의 젊은 불펜 투수들의 경험이 적은 편이라 어려움을 겪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굉장히 좋은 경험을 했다는 것이다. 나머지 시리즈에서도 정우영과 유영찬, 백승현 등의 어린 선수들을 더욱 과감하게 기용할 수 있게 됐다. 감독에게 많은 카드를 만들어줬다.
-오늘의 승리가 LG라는 팀은 물론, 염경엽 감독 본인한테도 의미가 남다를 것 같은데.
▶저한테도 굉장히 크다. 1차전을 패했기에, 오늘 경기가 중요했다. 매 경기가 다 중요하겠지만, 전체적인 시리즈로 봤을 때도 굉장히 중요한 경기였다. 가장 좋은 건 불펜 투수들이 좋은 모습을 보여줬기에, 운용할 수 있는 카드가 만들어진 것이다. 매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최원태의 조기 강판과 향후 활용법은.
▶최원태가 5이닝 이상 던져줄 거라 예상했는데(웃음), 초반에 제구가 안 되면서 굉장히 어려움을 겪어 빨리 내리는 결정을 내렸다. 향후 코칭스태프 및 전력 분석 파트와 상의를 해야겠지만, 빨리 내려갔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4차전에 쓸 수 있는 카드가 만들어진 것이다. 4차전에서 김윤식으로 갈지, 최원태로 갈지, 아니면 최원태를 아예 빼고 갈지 전체적으로 고민을 해보겠다.
-3차전 선발은 임찬규인가.
▶그렇다. 3차전은 임찬규다. 4차전에서는 김윤식과 최원태 아니면 이정용이 선발로 들어갈 수도 있다. 여러 방안을 놓고 코칭스태프 및 전력 분석 파트와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다.
-고우석은 어떻게 봤나.
▶1차전에서도 구위는 나쁘지 않았다. 실투 하나를 상대가 잘 친 것이다. 어제 결과가 안 좋았지만, 오늘은 고우석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선수들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코칭스태프도 그렇고, 모두 (고)우석이한테 자신감을 심어주는 말을 많이 했다. 고우석이 결국은 우리 마무리로서 지켜줘야만, 우리가 목표하는 것을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1차전에서 속구가 날리면서 변화구를 많이 썼다. 속구 스트라이크가 들어가지 않는 부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오늘은 속구가 날리지 않고 제구가 잘 됐다. 스트라이크로 들어가면서 좋은 투구를 했다. 앞으로 더욱 기대된다.
-홍창기(2경기 8타수 무안타)는 어떻게 봤나.
▶홍창기에 대해서는 고민 없습니다. 언젠가는 자기의 것을 할 거라 생각한다. 아직 2경기가 끝났을 뿐이다. 경기가 많이 남아 있다. 자신이 모습을 충분히 찾을 거라 본다. 3차전도 똑같이 간다.
-팬들의 응원에 대한 부담감은 떨쳤는지.
▶1차전을 패하면서 정말 죄송스러웠다. 정말 뜨거운 응원을 보내주셨는데, 거기에 보답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쉽고, 미안해서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그래도 저희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투수와 타격 파트 모두가 똘똘 뭉쳐서 정말 좋은 경기를 했다. 팬들이 웃으면서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줘서 고맙게 생각한다.
-유영찬은.
▶중간에 투수를 바꿀 때마다 구위를 보고, 상대 타자도 대비하면서 교체했다. 승리조에서 한 이닝이 비어있는 상황이었다. 최동환이 나가야 하는 상황이 8회에 됐다. 고우석은 9회에만 쓰려고 했다. 그런데 유영찬이 14개밖에 던지지 않은 상황에서 구위가 좋아 이닝을 더 끌고 갔다. 완벽하게 이닝을 막아주면서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오지환 홈런 때 더그아웃 세리머니는.
▶항상 정규 시즌에서도 했던 건데, 한국시리즈라서 더 했던 것 같다. 팬들이 외치는 것과 똑같이 선수들도 더그아웃에서 '박동원', '박동원'을 외쳤다. 지금 우리 선수들은 그 어느 때보다 우승을 향한 열정과 절실함이 크다. 그런 절실함이 있었기에 오늘도 승리할 수 있었다.
-뛰는 야구에 KT가 준비를 많이 한 것 같은데.
▶신민재가 (3회에) 도루하다가 아웃됐다. 스타트가 조금 늦었다. 또 상대 포수(장성우)의 송구가 정확했다. (KT 선발) 고영표와 쿠에바스의 슬라이드 스텝이 정규 시즌과 비교해 대비를 많이 하고 나왔다. 그래서 우리도 많이 뛰지 않고 맞춰서 대비하는 것이다.
승리 후 LG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1
염경엽 LG 감독.
염경엽 LG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