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은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네덜란드 델프트시에 유럽 농기계 딜러 50여명을 초대해 총판 대회를 열었다. 델프트시는 1907년 고종이 특사를 파견한 헤이그에 붙어 있는 도시로, 가까운 데 대동의 유럽 현지 법인이 있다. 대동은 이 자리에서 기존에 6종 밖에 없던 중대형 트랙터 라인업을 내년에 13종으로 늘린다고 밝혔다. 내년 유럽 시장에서 올해 예상 매출(5200만 유로)의 두배 가까운 1억 유로(1400억원)를 달성하고 2028년까지는 5000억원 매출을 목표로 세웠다.
하지만 유럽은 중대형 트랙터가 더 많이 팔리는 시장이다. 한해 트렉터가 18만대 이상 판매돼 시장 규모는 미국(23만대)에 이어 두번째로 큰데 이중 72%(13만대)가 중대형이다. 북미는 취미로 농사짓는 하비 파머(Hobby farmer)가 늘어나며 중소형 트랙터 수요가 늘었지만 유럽은 여전히 직업적인 농가가 많기 때문이다.
세르비아의 농기계 딜러 블라디미르 바실레비치는 HX1401을 타보고 "Premium Quality(최상의 품질)"라며 "삼성, LG 같은 기업들로 이미 한국의 기술력은 정평이 났다"고 했다. 대동 트랙터는 독일 모 잡지사가 주관한 성능 테스트에서 존디어, 뉴홀랜드, 구보다 같은 경쟁사를 제치고 1등을 한 적도 있다.
대동 트랙터는 '작업 편의'도 차별화했다. 요즘 들어 트랙터는 기능이 추가되면서 버튼이 매우 많아져 조작이 복잡해졌는데 대동 제품은 수많은 테스트 끝에 조종자 친화적으로 버튼을 단순화했다. 대동 독일 사무소의 크눗 짐머 소장은 "농부들에게 트랙터를 타게 했더니 다들 처음 타지만 편하게 운전하고는 내려서 'Wow, very nice'(매우 좋다)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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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 트랙터를 2003년부터 판매한 프랑수와 반 더 폴스도 자신이 판매하는 프랑스가 탄소 배출량 저감 때문에 초대형 농장은 커지지만, 소형 농장은 크기를 줄이려해 간편한 조작을 원한다며 "소형 농장이 공략 대상"이라고 말했다. 프랑수와는 대동 트랙터의 품질을 두고 "스펙이 과하지도 않고 평범하지도 않다"며 "믿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앞으로 과제는 마케팅이다. 유럽에 대동은 아직 낯선 브랜드다. 세르비아 딜러 블라디미르는 글로벌 1위 농기계 업체 존디어를 예로 들어 "내 할머니도 존디어는 알지만 주황색 트랙터를 보여주면 대동보다 구보다를 먼저 떠올린다"며 "기업 이름을 더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 딜러는 "낮은 인지도 때문에 가격 경쟁을 해야 하는데 가격이 존디어 등 기존 강자들과 비슷해 걱정"이라 했다. 대동은 트랙터를 구매할 때 가격은 1순위 고려 대상이 아니며 △품질 보증 5년 △적극적인 체험 마케팅 △부품 선(先)구매, 수리 기간 단축으로 제품 차별화를 한다는 구상이다.
대동은 유럽을 다른 대륙에 진출할 영업, 사업의 전초 기지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이미 농림축산식품부가 아프리카에서 추진하는 K라이스벨트 사업에 동참해 농기계 시장 진출의 기반을 다졌다. 박준식 C-Biz 부문장은 "유럽 법인의 규모와 역량이 준비되면 아프리카, 중동 사업도 커버하는 사업 개발의 전초기지로 삼을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