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햄버거·기름값까지…"물가가 안 잡힌다" 고심 깊은 정부

머니투데이 박광범 기자 2023.10.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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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서 운전자들이 주유를 하는 모습. 2023.10.2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24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서 운전자들이 주유를 하는 모습. 2023.10.2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간 분쟁이 전면전 양상으로 흘러가는 가운데 정부의 물가잡기에 난항이 예상된다. 올해 남은 기간 물가 관리 '총력전'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중동분쟁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 우려가 높아지는 탓이다. 소 바이러스성 전염병 '럼피스킨병' 확산과 햄버거 등 가격 인상도 예고돼 있어 먹거리물가를 중심으로 체감물가가 튈 수 있단 걱정도 크다.

30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3.7%로 지난 4월(3.7%) 이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물가 발표 당시 정부는 이달에는 물가상승률이 3% 초반대로 내릴 것으로 기대했지만 상황이 바뀌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전날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아직 물가가 잡히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잡히는 듯했던 물가가 치솟는 가장 큰 이유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분쟁이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 28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가자지구에 이스라엘 지상군이 추가로 투입되며 전쟁 2단계에 시작됐다"며 "우리의 두 번째 독립전쟁이다"라고 했다. 그는 이어 "목표는 분명하다"며 "하마스를 파괴하고 인질들을 집으로 돌려보내는 것"이라고 했다.



하마스 배후로 지목되는 이란이 즉각 반발했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을 뜻함)의 범죄가 레드라인을 넘어섰다"고 경고했다. 국제사회가 우려한 확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원유 생산국인 이란이 분쟁에 직접 개입하면 국제유가 급등은 불가피하다. 이란의 하루 원유 생산량은 300만 배럴을 넘어섰고 원유 수출량은 200만 배럴에 육박한다. 무엇보다 전세계 석유의 20% 가량이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을 이란이 봉쇄할 가능성이 높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최근 투자노트에서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이 이란 등으로 확전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달러에서 최대 250달러까지도 튈 수 있다고 예상했다.

국제유가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친다. 직접적으로는 수입 물가를 끌어 올려 소비자물가 상승을 부추긴다. 또 기업의 생산비용을 높여 물가를 자극하기도 한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향후 물가 경로 최대 변수로 국제유가를 지목한 이유다.


(부안=뉴스1) 유경석 기자 = 전북지역에 첫 럼피스킨병 의심 농가가 발생한 25일 전북 부안군 백산면 한 농가 일대에서 관계자가 차단방역을 위해 출입 금지 안내문을 설치하고 있다. 2023.10.2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부안=뉴스1) 유경석 기자 = 전북지역에 첫 럼피스킨병 의심 농가가 발생한 25일 전북 부안군 백산면 한 농가 일대에서 관계자가 차단방역을 위해 출입 금지 안내문을 설치하고 있다. 2023.10.2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최근에는 원재료와 인건비, 전기료 상승 영향으로 주요 먹거리와 서비스 가격도 계속 올라 전체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우선 폭염·폭우와 추석 등 영향으로 급등했던 채솟값은 갑자기 낮아진 기온 영향으로 좀처럼 안정되지 않고 있다. 럼피스킨병 전국 확산으로 소고기 가격 상승 우려도 높다.

주요 먹거리 가격도 오름세다. 오비맥주는 지난 11일부터 카스와 한맥 등 주요 맥주 제품 공장 출고가를 평균 6.9% 올렸다. 맘스터치는 오는 31일부터 닭가슴살을 원료로 쓰는 버거 4종 가격을 인상한다. 맥도날드는 다음달 2일부터 13개 메뉴 가격을 평균 3.7% 올린다.



정부는 업계의 '자발적 동참'을 독려하고 있지만 업계는 불가피한 가격 조정이라고 호소한다. 고금리에 따른 금융비용이 늘어난 데다 인건비와 전기·가스요금 등 가격 인상 압박이 크다는 것이다.

정부는 필요 시 추가적으로 물가 안정 대책을 낸다는 방침이다. 특히 한우의 경우 현재 재고가 충분해 럼피스킨병이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면서도 지속적으로 가격 추이 등을 모니터링 하고 대책을 마련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제유가 변동성 확대, 농산물 작황 부진 등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응해 물가 안정을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며 "다양한 방안을 고민 중이며 (대책을) 더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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