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10개월이 지난 현재, 연금개혁을 둘러싼 사회 분위기는 냉담해졌다. 보건복지부가 조만간 연금개혁 정부안을 내놓을 예정이지만, 속도를 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오히려 연금개혁 논의를 이끌었던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 위원들 사이의 갈등만 부각됐다. 연금개혁의 초석을 놓아야 할 재정계산위원회가 제 역할을 했다고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몰렸다.
물론 초기 활동은 돋보였다. 투명성을 강조하며 회의록을 모두 공개했다. 5년 전 문재인 정부에서 진행된 연금개혁 논의가 '깜깜이' 논란에 휩싸인 것을 감안한 결정이었다. 그러나 그 뿐이었다. 보험료율 조정 등 민감한 현안이 논의되기 시작하자 재정계산위원회 회의록은 더이상 공개되지 않았다.
재정계산위원회는 공청회 이후 보완내용을 담은 최종보고서를 지난 19일 복지부에 제출했다. 여기엔 총 24개의 시나리오가 담겼다. 현행 9%인 보험료율을 12%, 15%, 18%로 올리는 방안, 현행 40%인 소득대체율을 45%, 50%로 올리는 방안, 수급연령을 상향조정하는 방안 등 다양한 조합이 들어갔다.
시점으로 보면 너무 늦었다. 복지부는 국민연금법에 따라 10월말까지 연금개혁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자문위원회가 24개나 되는 방안을, 그것도 법정 제출일 12일 전 정부에 제출한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모르겠다. 모든 공을 정부에 떠넘긴 것도 모자라 정부 선택의 폭도 좁혀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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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개혁은 정부안이 나온다고 끝나는 것도 아니다. 정부안을 토대로 국회에서 관련법 개정 논의를 거쳐야 한다. 정부안이 나오기 전 자문위원회에서도 이렇게 의견이 모아지지 않았단 점을 보면, 앞으로 가야할 길은 더 막막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상당수 젊은층이 국민연금 제도 자체에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연금개혁의 앞길은 불투명하기만 하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국민연금의 돈을 내는 사람은 줄어들고, 받는 사람은 늘어난다. 연금개혁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부담이 커지는 이유다. 그런 의미에서 재정계산위원회의 이번 활동 결과에 강력한 유감의 뜻을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