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파탄' 아르헨 대선, 집권당 '깜짝 1위'…최종 승부 결선으로

머니투데이 윤세미 기자 2023.10.23 15:48
글자크기

집권당 세로히오 마사 후보 선두… 극우 하비에르 밀레이 예상 외 열세

22일 아르헨티나 대통령 선거에서 1위를 차지한 좌파 집권당의 세로히오 마사(51) 후보/AFPBBNews=뉴스122일 아르헨티나 대통령 선거에서 1위를 차지한 좌파 집권당의 세로히오 마사(51) 후보/AFPBBNews=뉴스1


경제 위기에 빠진 아르헨티나에서 22일(현지시간)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 가운데 좌파 집권당 세로히오 마사(51) 후보가 대선 돌풍의 주인공인 '아르헨티나의 트럼프' 하비에르 밀레이(53) 후보를 제치고 깜짝 1위를 차지했다. 다만 압도적 승리엔 못 미쳐 두 후보는 다음달 결선 투표를 통해 최종 승부를 가리게 됐다.

22일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마사 후보는 이날 개표가 거의 완료된 시점에서 전체 5명 후보 가운데 득표율 37%를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극우 성향 밀레이 후보는 30%를 득표해 2위를 기록했고, 선거 과정에서 3파전을 벌이던 제1 여권의 중도 우파 파트리시아 불리치(67) 후보는 24%를 득표해 3위에 머물렀다.



이에 따라 아르헨티나는 다음 달 19일 대선 결선 투표를 치르게 됐다. 아르헨티나에선 대통령이 되려면 1차 투표에서 45% 이상 득표하거나, 득표율이 40%를 넘으면서 경쟁자보다 10%포인트를 앞서야 한다. 그러나 이번엔 조건에 충족하는 후보가 나오지 않음에 따라 1·2위 후보가 결선을 치를 예정이다. 결선에서 최종 승리하면 12월10일 정식 대통령에 취임한다.

당초 이번 선거는 아르헨티나 경제 위기에 국민들이 어떤 해법을 원하는지를 판단하는 가늠자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아르헨티나는 물가상승률이 연 140%에 육박하고 빈곤층 비율이 40%에 달하는 등 경제 파탄 상태에 빠져있다. 페소 가치 방어로 외환보유고가 바닥을 향해 가지만 암시장과 공식 환율의 격차는 170%까지 벌어졌다. 현재 경제장관을 맡고 있는 마사 후보에겐 불리한 환경인 셈이다.



아르헨티나 대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아르헨티나의 트럼프' 하비에르 밀레이(53) 후보/AFPBBNews=뉴스1아르헨티나 대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아르헨티나의 트럼프' 하비에르 밀레이(53) 후보/AFPBBNews=뉴스1
그러나 이번 결과는 마사 후보가 고전할 것이라던 당초 예상과 달랐다. 페론주의 정치인으로 꼽히는 마사 후보의 1위 통과는 아르헨티나 현대 정치를 지배한 페론주의의 대중성을 다시 한 번 과시했다는 평가다. 페론주의는 후안 도밍고 페론 전 아르헨티나 대통령의 대중 영합적 경제·사회 정책으로 무분별한 복지 확대, 임금 상승, 주요 산업 국유화 등을 내세우면서 지난 20년 넘게 아르헨티나 경제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간 주범으로 꼽힌다. 막대한 재정 지출을 감당하기 위해 페소화를 마구 찍어냈고 이는 극심한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졌다. 그럼에도 마사 후보는 선거 과정에서 세금을 인하하고 사회 지출을 늘리겠다며 페론주의 계승을 공약했다.

반면 밀레이 후보는 페론주의와 대척점에서 파격적 공약을 내세우면서 돌풍을 일으켰다. 기성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피로와 혐오를 바탕으로 그는 중국을 비롯한 사회주의자들과의 관계 단절, 중앙은행 철폐, 달러 도입, 장기 매매 허용 등 과격한 공약과 화려한 언변을 내세워 유권자들을 사로잡았다. 아르헨티나 정치에 만연한 부패를 뿌리 뽑고 재정지출을 국내총생산(GDP)의 최대 15%까지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줄곧 여론조사에서 1위를 지켰고, 8월 예비선거에서도 1위를 차지해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 부상했다.

두 후보는 앞으로 나머지 세 후보를 지지했던 지지층의 표심을 뺏어오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이 내심 바라던 친기업 중도 우파 불리치 후보의 지지층을 누가 흡수할지가 관건이다.


블룸버그는 아르헨티나의 결선 투표가 페론주의자와 극우의 대결로 좁혀지면서 투자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정치적 극단으로 치닫게 됐다고 지적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시장 변동성도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몇 주 동안 아르헨티나의 채권 가격은 달러당 30센트에 못 미치며 내년 주요 채무 상환이 재개되면서 10번째 디폴트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의 아드리아나 두피타 이코노미스트는 "마사 후보가 1위, 밀레이 후보가 2위로 결선에 진출하는 상황은 아마 시장에 최악의 시나리오일 것"이라며 "두 후보 모두 정책에 대한 세부 내용보다 표심을 얻기 위한 전략에 치중해 불확실성이 4주 더 연장될 것이다. 마사 후보는 인위적으로 페소를 지지하고 재정적으로 부담 되는 조치들을 통해 포퓰리즘 접근법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