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대형마트 진열대에 하이트진로의 진로, 참이슬 소주가 진열돼 있다. /사진제공=뉴스1
맥주보다 소주 출고가 인상이 시급한 하이트진로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참이슬, 진로이즈백 등 주력 브랜드 출고가 인상을 검토 중이다. 하이트진로가 고심 끝에 소주 출고가 인상에 나선 이유는 맥주 시장 점유율 1위인 오비맥주가 가격 인상에 나선 영향이 크다. 오비맥주는 지난 11일 카스, 한맥 등 주요 제품 출고가를 평균 6.9% 인상했다.
또 소주병을 제조하는 제병 업체들은 지난 2월부터 공병 가격을 180원에서 220원으로 약 22% 인상했다.
이 때문에 하이트진로는 연초부터 소줏값 인상을 검토했다. 하지만 물가 안정에 협조해달라는 정부 요청에 인상 계획을 잠정 보류했다. 하이트진로는 올해 2월 말 소주 출고가를 동결하면서 "가격 인상 요인이 존재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경제 상황에서 소비자와 자영업자의 부담을 덜어드리고자 '당분간' 소주 가격을 인상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시 가격 동결은 일시적인 결정이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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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진로 총매출의 60%를 차지하는 소줏값 동결은 회사 실적에도 악영향을 줬다. 하이트진로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506억원으로 1205억원을 기록한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약 58% 감소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하이트진로의 영업이익은 333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보다 41.5% 감소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맥주 1위 오비맥주가 원재료값 상승을 이유로 선제적인 맥줏값 인상에 나서자 부담을 덜게 된 하이트진로가 주력 제품인 소주 출고가 인상을 유력 검토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소주 출고가 7% 오르면 1병당 약 1250원...주요 소주, 맥주 브랜드 줄인상 가능성현재 360ml 참이슬 소주 1병 출고가는 1166원인데, 7%대 인상률을 가정하면 출고가는 약 1250원으로 오른다. 하이트진로가 이달 내로 소주 출고가를 높이면 지난해 2월 이후 1년 8개월 만에 가격을 인상하는 것이다.
하이트진로가 소주 출고가를 조정하면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심은주 하나증권 연구원은 "소주 판가 7% 인상 시 내년 하이트진로 손익은 기존 추정치 대비 30% 증가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맥주를 고르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소주 점유율 2위, 맥주 점유율 3위인 롯데칠성음료는" 아직 소주와 맥주 출고가 조정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주류 업계에선 각 사의 소주, 맥주 출고가 '키 맞추기'는 시간 문제라는 의견이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마트와 음식점에서 카스와 참이슬만 비싼 가격을 책정하는 이중 구조는 오래갈 수 없다"고 했다.
한편 소주와 맥주 출고가 인상이 현실화하자 음식점에서 판매하는 주류값도 덩달아 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그동안 주류 제조사 출고가가 100원 내외로 조정되면 음식점 메뉴판 가격은 1000원가량 올라 주류 유통 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주류를 음식점에 납품하는 도매상의 폭리나 소매점의 과도한 인상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그동안 제조사를 압박해 물가를 관리한 정부 기류도 달라지는 분위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수도권 지역 주류도매협회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