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경기 파주시 파주읍 '용주골'의 성매매집결지 내 한 업소의 문이 잠겨있다. /사진=정세진 기자
한때 국내 최대 성매매 집결지로 손꼽혔던 경기 파주시 용주골. 18일 오전 영업을 준비하던 한 성매매 종사자가 '유리방'이라 불리는 대기실에 나와 앉으며 이같이 말했다. 대기실은 커다란 유리창으로 실내가 훤히 들여다보였다. 이날 오전 11시를 기준 영업을 한다는 의미로 건물 외부 전등을 켜둔 곳은 2곳이었다.
이날 오전 용주골의 성매매 집결지 내 업소 대부분은 문을 닫은 상태였다. 아직 영업을 준비하는 종사자가 나오지 않은 유리방마다 3~4개의 개인용 의자가 놓여있었다. 의자 발치엔 굽이 10cm쯤 되는 화려한 색의 하이힐이, 의자 옆엔 전기난로와 가스난로가 등이 1개씩 놓여있었다.
이 지역 건물주와 토지주들은 2014년부터 재개발추진위원회를 구성, 대규모 아파트 단지 건립을 추진 중이다. 집창촌 일대를 포함한 19만㎡에 지하 2층에서 지상 25층에 이르는 공동주택 3207가구와 부대복리시설 등을 지을 계획이다.
18일 오전 경기 파주시 파주읍 '용주골'의 성매매집결지 내 한 업소가 외부 전등을 켜고 영업을 시작했다./사진=정세진 기자
18일 오전 경기 파주시 파주읍 '용주골'의 성매매집결지 내 한 업소. /사진=정세진 기자
용주골 인근에서 만난 지역 주민 대다수는 용주골이 하루빨리 폐쇄되길 원했다. 또 성매매 집결지가 언젠가는 자연 소멸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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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박종욱 연풍2리 마을회장은 "재개발 구역이 되면서 증축 등이 모두 위법이 됐다"며 "400여명 조합원 중에 100여명은 집결지 내 건물을 가지고 있어서 의견 통일이 어려운데 일부 종사자들을 제외하고 주민 대부분은 재개발을 원한다. 용주골은 지금 죽은 도시"라고 말했다.
박씨는 또 "예전에는 세탁소 등 집결지와 관련된 지역 경제가 활성화됐지만 지금은 거의 소멸됐다"며 "지역만 넓고 거의 비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영업이 안 되면서 건물주 중에서 월세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지만 법적 대응을 하기 어렵다"고 했다.
18일 오전 경기 파주시 파주읍 '용주골'의 성매매집결지 내 한 업소. /사진=정세진 기자
18일 경기 파주시 파주읍 용주골 내 성매매집결지의 한 업소. /사진=정세진 기자
소방도로 등을 끼고 큰 도로에서 접근이 편한 '신관'은 임대료가 더 비싸다. 유리방을 갖춘 신관의 경우 약 76평(251.2㎡) 규모 2층 건물은 지금도 보증금 4000만원에 월세 400만원 수준에서 계약이 이뤄진다고 한다.
이곳 집결지 내에 대지 50평(165.2㎡)에 3층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A씨는 지난 3월 업주가 나간 뒤로 임대나 매매 문의가 없다고 한다. 7년 전 1억 5000만원에 토지와 건물을 샀지만 A씨는 1억2000만원에 내놨다. 그는 "성매매 집결지 한 가운데 있는 건물이라 그런지 들어오겠다는 사람이 없다"며 "손해가 크지만 어쩔 수 없이 내놨다"고 했다.
ㅇ부동산을 운영하는 신모씨는 "성매매 집결지는 특수성 때문에 거래는 많지 않지만 높은 가격을 받는 경우도 있다"며 "다만 업소 건물은 부동산을 통해 거래하지 않고 업자간 거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18일 경기 파주시 파주읍 용주골 성매매 집결지 내 한 건물. 매매를 알리는 종이가 붙어있다. /사진=정세진 기자
18일 오전 경기 파주시 파주읍 '용주골' 내 한 업소./사진=정세진 기자
이에 대해 용주골 성매매종사자를 지원하는 시민단체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차차)는 "파주시는 행정대집행을 계획하면서도 집과 직장을 동시에 잃을 성 노동자를 위한 이주 보상 대책은 만들지 않았다"고 밝혔다.
차차는 "조례지원을 만들었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행정상의 구색을 맞추기 위한 기만에 불과하다"며 "용주골에는 장애를 가졌거나 병을 앓고 있는 가족을 돌보는 여성, 혼자 자녀를 키우는 여성이 많은데 월 100만원짜리 조례지원으로는 생활이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