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정부가 건설노조의 불법행위를 '건폭'이라고 규정하고 전쟁을 선포했을 때 현장에선 반신반의했다. 30년 넘게 뿌린 내린 악습이 하루아침에 바뀔 리 없고 '노조 탄압'이라는 프레임과 반발에 정부도 쉽게 손을 쓰기는 어려울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올 2월 윤석열 대통령이 '건설 현장 갈취·폭력 등 조직적 불법 행위에 강력히 대응하라'고 지시한 후 8개월이 흘렀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불법 건설노조와 전쟁을 선포한 지 11개월 흘렀다. 복수의 관계자들이 말하는 가장 큰 변화는 건설 현장에서 채용을 강요한 무법 시위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다른 전문건설사 관계자도 "채용 강요가 가장 많은데 사실상 사라졌다"면서 "능력 있는 비노조원도 자유롭게 채용할 수 있어 생산성이 높아지고 노조에서 여러 명분으로 뜯어가는 비용이 줄어 하도급 입찰 시 공사 단가를 종전보다 낮게 쓸 수 있는 여력마저 생겼다"고 말했다.
노조 관계자들이 대놓고 채용 강요를 못 하자 매일 수십 개의 경미한 민원 접수를 통해 공사를 진행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등 이전보다 더 시달리는 현장도 일부 있다. 하지만 정부의 일관적이고 강경한 대응에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는 게 현장 관계자의 공통적인 이야기다.
과제는 있다. 문화가 안착하도록 정부의 지속적인 관리와 함께 정권에 상관없이 악습과 불법행위가 근절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 올 5월 민·당·정은 '건설현장 정성화 5대 법안' 개정을 발의했지만 국회를 통과한 법안은 아직 없다. 아직 일부는 노조의 더 큰 보복이 두려워 불법행위를 신고하지 못하는 곳도 있다. 정권이 교체될 경우 분위기는 순식간에 바뀔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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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도 공정한 건설 현장 문화 안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월례비는 사라졌지만 공사 기간을 맞추기 위해 일부 업체가 근무 시간 외 수당을 시간당 30만원으로 책정하는 등 사실상 월례비 명목으로 지급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례비는 받는 사람뿐만 아니라 건설사와 그 직원도 처벌하도록 발의했지만 그 전에 건설사도 잘못된 인식과 관행을 벗어나기 위한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