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세상에 없는 개. 도살자에 의해 몽둥이로 두들겨 맞아 죽은 개. 15일 오후 1시부터 열린 '개식용 금지법 촉구'를 위한 집회.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개이지만, 이와 마음이 이어진 이들은, 마음이 있는 이들은 모두 다 영상을 보고 맘 아파하고 울었다./사진=동물권단체 케어
15일 오후 국회 앞에 고통스러워하는 개의 신음이 울려 퍼졌다. 커다란 전광판에서 영상이 나오고 있었다.
붙들린 누렁이는 몽둥이로 맞고 있었다. 맞을 때마다 몸을 움찔거리며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오래 가진 못했다. 이내 작은 몸이 축 늘어졌다. 죽은 거였다.
울진 개농장 한쪽에 있던 도살 도구들. 이 개농장은, 불길이 휩싸이는 동안에도 문을 열어주지 않아, 뜬장에 있던 개들을 불타 죽게 만들었다./사진=남형도 기자
개식용 금지법 통과 촉구를 위해 모인 시민 200여명. 동물권단체 케어가 주최했다./사진=동물권단체 케어
개고기는 이미 '불법', 관습이라며 못 막아왔다
개농장 뜬장에 다닥다닥 붙어서, 갇혀서,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는 개들./사진=남형도 기자
이런 곳에서 자고, 이런 음식물 쓰레기를 먹는다./사진=동물보호가 스나이퍼 안똘 박성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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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 부처서 관리만 잘해줘도 끝나는 문제이지만, 오랜 관습이라며 떠맡지 않았다. '사각지대'에 놓여 왔다. 그러는 사이 동물권과 육견업자들 간 갈등만 커져 왔다. 이미 불법이지만, 결국엔 다시 명확한 법으로 끝내야 하는 상황이 온 거다.
일본 동물보호 활동가가 개식용 금지법을 촉구하며 피켓 시위를 하는 영상./사진=동물권단체케어
개식용 금지법 '급물살'…여야 '공감대' 이룬 건 처음
여야가 뜻을 같이해 '개 식용 종식을 위한 초당적 의원 모임'을 만들었다. 44명의 국회의원들이 모였다./사진=뉴스1
사회적 합의. 그래서 2021년엔 부처, 동물보호단체, 육견협회 등이 다 포함된 '개식용 종식을 위한 사회적 위원회'가 마련됐다. 23차례나 회의했다. 그러나 논의는 제대로 안 됐다.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단 거였다. 올해 3월 이후엔 활동이 거의 전무한 상황이다.
그러다 개고기 식용 문제로 인한 갈등에 마침표를 찍을 최적의 시기가 올해 찾아왔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이 6월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7차 전국위원회에서 개회선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힘을 더하고 있다. 지난 4월 청와대 비공개 오찬에서 "개식용을 임기 내 종식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고, 8월 30일 '개식용 종식을 위한 국민행동' 회견장에도 찾아와 "개식용이 금지될 때까지 끝까지 운동하고 노력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재차 확인했다.
농식품부 장관도 "개식용 종식 특별법 제정해야"…국민 여론도 86.3% "개고기 안 먹어"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뉴스1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11일 국정감사 자리에서 "이른 시일 내에 (개식용이) 종식될 수 있도록 특별법을 제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개식용 종식을 위한 위원회'가 제 기능을 못 하는 것에 대해서도 정 장관은 "의견차가 넓어지고 있기 때문에 다른 방법을 선택하는 게 맞다"고 했다. 개농장 폐업에 따른 보상안에 대한 질문엔 "특별법을 제정해 역할을 하겠다. 검토할 게 많다"고 덧붙였다.
/사진=동물보호단체 한국 휴메인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
계양산 개농장서 구조돼 비로소 '아크 보호소'에서 살아가는 개들. 구해주고 함께 살아가는 이들에 대한 다정한 눈빛./사진=남형도 기자
통과 관건은 '국회 농해수위, 법안심사소위원회'…"한 명이라도 끝까지 반대하면 쉽지 않아"
초복날 남양주 개농장에서 구해진 개들. 죽을 때가 되어서만 나온 개들이, 바라본다. 두려워하는 눈빛이다./사진=남형도 기자
이 자리에서 이원복 한국동물보호연합 대표도 "국회에 개식용 종식 관련 법안이 다수 제출돼 있지만,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에서 논의가 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이어 "국회 임기가 7개월 남은 상태에서 (법안들이) 자동 폐기되는 게 아닌지 매우 걱정"이라고 했다.
개식용 금지법 통과를 위해선, 일단 상임위원회인 국회 농해수위 문턱을 넘는 게 중요하다. 특히 농해수위 법안심사소위원회의 9명 위원들(어기구, 신정훈, 안호영, 윤준병, 이원택(이하 더불어민주당), 박덕흠, 정희용, 최춘식, 홍문표(이하 국민의힘))이 심사를 맡게 된다. 법안을 다 심의하는 게 아니며, 여야 간사간 합의한 법안만 논의하게 된다. 아예 논의조차 안 될 가능성도 있는 거다.
울진 개농장에서 발견한 건, 도살하고 남은 개들의 발 같은 거였다. 개들에게 간식으로 먹으라고 줬단다./사진=남형도 기자
야당 한 중진 의원은 "법안소위 위원들 의사가 중요하다. 한 분이라도 끝까지 반대하면 통과가 쉽지 않다"며 "최소한 개인적으론 반대해도, 법안 통과를 막진 않겠다 정도의 합의는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개농장서 구조된 뒤, 아크보호소에서 비로소 살아가는 개들. 반려견과 다르지 않다. 산책도 이렇게 잘한다./사진=남형도 기자
비좁고 더럽고 냄새나고 불편한 공간, 뜬장. 그 자체로 동물학대다. 항생제의 힘으로 버티며 무럭무럭 키워진 뒤 도살된다. 개고기가 된다. 이를 멈출 수 있는 건, 명백히 금지하는 법뿐이다./사진=동물보호가 스나이퍼 안똘 박성수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