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약이 신장질환도 치료?…날벼락 맞은 혈액투석 기업, 20% '뚝'

머니투데이 이창섭 기자 2023.10.12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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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투석 의료기기·서비스 기업의 주가 폭락
"비만약 신장질환 임상 성공" 발표에 영향
노보·릴리, 주가 일제히 상승… 신고가 경신도

비만약이 신장질환도 치료?…날벼락 맞은 혈액투석 기업, 20% '뚝'


혈액 투석 서비스와 관련 의료기기를 취급하는 업체들의 주가가 일제히 폭락했다. 적게는 10%대에서 많게는 20% 이상 급락한 곳도 있었다. 만성 신장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치료제의 임상시험이 대성공을 거둬 조기에 종료됐기 때문이다. 최근 살 빼는 효과로 화제를 몰고 다니는 노보노디스크의 '오젬픽'(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이 그 주인공이다. 노보노디스크 주가는 혈액 투석 기업들과 달리 6% 이상 상승했다. 비만약으로 경쟁하는 일라이릴리도 52주 신고가를 경신하며 덩달아 수혜를 봤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에 상장된 해외의 혈액 투석 전문 기업들은 이날(현지 시각) 주가가 10~20% 내린 채 장을 마감했다.



혈액 투석 의료기기와 서비스로 대표적인 기업인 박스터(Baxter)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2.27% 내린 32.74달러를 기록했다. 다비타(DaVita)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6.68% 하락한 75.89달러를 기록했다. 프레지니우스(Fresenius) 주가도 17.57% 빠진 17.27달러를 기록했다. 다비타와 프레지니우스는 미국에서 혈액 투석 서비스로 양대 산맥을 이루는 라이벌이다.

하락 폭이 가장 큰 기업은 아웃셋 메디컬(Outset Medical)이다. 나스닥에 상장된 이 회사는 전 거래일 대비 주가가 21.21% 내렸다. 이 회사는 환자가 스스로 작동할 수 있는 이동식의 '타블로'(Tablo) 투석 시스템을 개발했다. 유망한 15대 의료기기 업체 중 하나로 선정된 적도 있다.



최근 발표된 만성 신장질환 환자와 관련한 임상시험 소식이 혈액 투석 회사들의 주가 폭락을 유발했다. 살 빼는 비만약이 만성 신장질환 환자에게도 효과가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신장이 망가진 환자는 혈액의 노폐물을 스스로 걸러낼 수 없기에 인공적으로 투석을 받아야 한다. 간단한 약물 주사로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면 신장질환 환자의 투석 필요성도 줄어들게 된다.

주가 폭락을 유발한 주인공은 노보노디스크가 개발한 오젬픽이다. 연일 화제를 몰고 다니는 비만약이다. 노보노디스크는 만성 신장질환이 있거나 신장 손상을 당한 제2형 당뇨 환자를 대상으로 오젬픽의 효능을 평가하는 임상시험을 2019년부터 진행했었다. 3534명 환자가 참여했고, 오젬픽과 플라시보(위약) 투약군으로 각각 나누어 진행했다.

노보노디스크는 지난 10일 해당 임상시험을 조기에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중간 데이터가 임상시험의 목표치를 충족했기 때문이다. 자세한 데이터는 내년 상반기에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임상시험 조기 종료는 의미하는 바가 크다. 목표에 일찍 도달해 더는 시험을 진행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뜻이다. 그만큼 치료 효과가 컸다고 예상할 수 있다. 혈액 투석 기업들의 주가가 폭락하는 동안 노보노디스크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6.27% 상승했다.

비만약으로 노보노디스크와 경쟁하는 일라이릴리도 덩달아 수혜를 입었다. 일라이릴리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4.48% 오른 605.28달러를 기록,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지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하반기에도 비만 신약의 주가 상승 랠리는 지속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효능과 안전성, 치료 편의성을 개선한 파이프라인의 연구 결과 발표 이벤트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오젬픽과 같은 GLP-1(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 계열의 비만약은 제약업계를 넘어 식품·유통 기업 주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최근 존 퍼너 월마트 북미지역 CEO(최고경영자)는 "오젬픽이 쇼핑 형태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식욕을 억제하는 비만약이 소비자의 식품 소비를 줄였다는 뜻이다. 이런 우려에 코카콜라 등 관련 기업의 주가가 하락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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