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축은행·대부업·은행 모두 외면한 서민금융…정책서민상품만 2조원 '흥행대박'
민간 서민금융 중에선 카드론이 유일하게 취급액이 증가세지만 과거와 달리 고신용자 비중이 늘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에 따라 저소득자에게 문턱을 높였기 때문이다.
근로자햇살론과 함께 SGI서울보증이 100% 보증하는 사잇돌2대출 취급액(6034억원)을 합치면 저축은행 창구에서 풀린 서민대출은 상반기 2조6034억원이었다. 1인당 대출액은 비공개지만 1000만원으로 잡아도 20만명 전후가 이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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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연금 부담 급증" 저축은행, 햇살론 취급 중단도 검토
내년에는 서민의 유일한 대출 창구가 더 좁아질 위기다. 저축은행의 출연금 부담이 급증해서다. 출연금은 공통과 차등으로 나뉘는데 각사별로 차등 부과되는 출연금은 보증평균잔액에 대위변제율(0.5~1.5%)을 곱해 부과한다. 차등 출연금 대위변제율은 햇살론 총취급액이 아니라 전년도 납부한 출연금 대비(분모) 대위변제율(분자)을 기준으로 재계산한다.
전년도 출연금은 적은 반면 올해 빚을 안 갚는 서민이 많아 대위변제금이 많은 저축은행은 차등 출연금이 늘었다. 실제 한 저축은행의 월별 출연금이 최대 4억7000만원으로 연간 30억~50억원의 부담이 발생할 전망이다. 이 저축은행 상반기 순익은 100억원대에 불과했다. 79개 저축은행 업계는 올 상반기 총 962억원의 적자를 냈다.
업계 관계자는 "조달금리도 올라가 역마진 위험까지 있다"며 "그나마 10~15곳이 취급하는데 부담을 낮추지 않으면 판매 중단하거나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전체 여신의 30% 이내야 하는 규제 때문에 올해는 여신을 늘리기 위해 정책성상품 판매 유인이 있지만 현재는 PF 대출도 중단한 상태다.
정책성상품까지 셧다운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 정부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출연금 부담 완화와 함께 앱 기반 비대면상품인 근로자햇살론도 사잇돌2대출처럼 영업구역 제한을 풀어달라는 게 업계의 요구다. 정부는 연내 서민금융 활성화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서민 급전창구 맞나요?" 고신용자 몰린 '카드론의 배신'
10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신한카드가 지난 8월 취급한 카드론 중 금리가 10% 미만인 고신용자 대상 취급 비중은 17.79%로 지난해 1월(16.44%)보다 1.34%포인트(p) 높아졌다. 같은 기간 현대카드는 5.85%에서 18.86%로 13.01%p 상승했다. 우리카드도 고신용자 대상 취급 비중이 13.94%에서 21.67%로, 하나카드는 4.66%에서 4.73%로 각각 올라갔다.
지난해부터는 급격한 기준금리 상승으로 카드사가 자금을 조달하는 수단인 여신전문금융채(여전채) 금리는 같은 기간 2%p 이상 높아졌다. 이처럼 조달비용이 증가했음에도 금리가 10%를 넘지 않는 카드론의 취급 비중이 높아진 이유는 고신용자들이 카드론으로 대거 유입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통상 중·저신용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카드론의 금리는 10%를 넘는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며 은행권의 대출 문턱마저 깐깐해지자 일부 고신용자 고객이 카드론의 문을 두드린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 8월 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은행에서 가계신용대출을 받은 고객의 평균 신용점수는 907~948점이었다. 전년 동기(898~916점)보다 상단과 하단이 모두 높아졌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던 고객 일부는 새 대출 심사에서 탈락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2021년 이후 카드론에도 DSR 50%를 적용하면서 소득이 작은 저신용자들의 카드론 문턱은 올라갔다. 차주가 1년에 갚아야 하는 대출 원금과 이자의 합이 연소득의 50%를 넘어가면 대출이 불가능하다. 소득이 충분치 않은 중저신용자 서민들의 경우 이전처럼 카드론을 통해 급전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게 된 것이다.
실제로 신한카드가 지난 8월 취급한 카드론 중 금리 16% 초과 저신용자 대상 비중은 31.46%로 지난해 1월보다(36.28%)보다 4.82%p 줄었다. 우리카드 역시 이 비중이 같은 기간 49.7%에서 36.5%로 감소했다.
카드론 만기가 갈수록 길어지고 있는 것도 최근 특징이다. 한 카드업권 관계자는 "이전에는 카드론의 만기를 1년으로 설정해 돈을 빌리는 사람이 많았다"면서 "차주별 DSR 규제가 도입된 이후 연간 갚아야 하는 원리금을 줄이기 위해 카드론의 만기를 2~3년으로 늘리는 고객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카드론 평균 금리는 연 10%가 넘는 만큼 만기가 길수록 이자 부담은 늘고 연체 가능성도 올라간다.
이에 따라 카드사들이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도 저신용자 취급 비중을 축소 중이다. 카드론 연체자를 대상으로 다시 돈을 빌려주는 카드 대환론의 지난 8월 기준 잔액(8개사)은 1조5347억원으로 전년 동기(9994억원)보다 53% 증가했다. 특히 우리카드의 경우 지난 6월부터 신용점수 600점 이하 고객을 대상으로는 카드론을 아예 취급하지 않았다.
"저신용자 안 받아요" 퇴짜놓는 인터넷은행
10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의 일반 신용대출의 신용점수는 평균 880점, 909점이었다. 이 점수대는 과거 신용등급제 기준으로 2등급 이상, 상위 20%의 고신용자에 해당한다. 케이뱅크의 평균 신용점수는 810점으로 낮은 편이지만 이 회사의 경우 신용점수 650점 이하엔 신용대출을 취급하지 않았다. 650점 이하는 신용등급 7등급 이하, 하위 40%에 해당한다. 사실상 저신용 서민에겐 대출 창구를 막아 놓은 셈이다.
정부는 인터넷은행에 인가를 내주면서 중저신용자의 대출 상환능력 평가역량를 강화해 자금중개 역할을 기대했다. 하지만 경기 침체에 따라 연체율 관리를 하기 위해 고신용자 위주로 신용대출을 내준 것이다. 특히 대출 부실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저신용자엔 의무대출 비율에도 불구, 대출 문턱을 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터넷은행 3사는 중저신용자 대출 목표치를 아직 충족하지 못했다. 현재 3사 평균 25% 수준으로 연말까지 케이뱅크 32%, 카카오뱅크 30%, 토스뱅크 44%를 채워야 한다. 이와 달리 인터넷은행은 올해 들어 중저신용자 대출 대신에 주담대와 전세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려 금융당국의 현장 점검을 받았다.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잔액도 감소세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가계신용대출 잔액은 이달 5일 기준으로 108조389억원으로 지난해 6월말 130조6789억원 대비 22조6400억원 줄었다. 1년4개월여 만에 17.3% 감소한 것이다. 은행들은 주담대와 같이 확실한 담보물이 있는 저위험 대출은 공격적으로 늘린 반면 연체율 관리가 쉽지 않은 신용대출엔 소극적이었다.
다만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 기준 올 상반기 신규 가계대출 취급액은 4조952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조5028억원 대비로 1조원 넘게 늘었다. 이는 은행이 신용대출 영업에 힘을 줬다기보단 기존 고신용 고객이 신용점수 하락에 따라 대출을 갈아타는 과정에서 신규 취급액이 늘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은행의 신용대출 심사는 더 깐깐해진 반면 경기 불황에 따라 고신용 고객의 신용점수 하락 현상이 본격화 한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