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B STUDIO 디자이너 김한준의 인스타그램 캡쳐(좌)와 알리익스프레스 캡쳐
9일 알리익스프레스에서 구찌, 에르메스 등 명품 브랜드를 검색하면 이를 모방한 티셔츠, 시계, 허리띠 등의 패션잡화가 뜬다. 디자인은 비슷하지만 상표를 다르게 한 제품들도 많다. 샤넬은 CAHEL, GUCCI는 GXD, 코치는 COMAH, 마이클코어스는 MKJ 등이다. 가격은 2만원에서 14만원까지 다양하다.
이 외에도 국내 브랜드인 아이더, 디스커버리, 빈폴, 헤지스 등이 로고를 바꾸지 않은 채 2만원대에 버젓이 팔리고 있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짝퉁 문제는 브랜드가 판매자에게 직접 이의를 제기해야 하는데, 해외 플랫폼에 행정적으로 대항하려면 비용과 인력이 많이 필요하다"며 "글로벌 브랜드야 단속할 여력이 있겠지만 국내 브랜드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가품 무관용 원칙'을 내세우고 있지만 정화 노력이 보다 필요한 상황이다. 알리익스프레스 측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침해 상품을 감지하고 삭제하는 특수 알고리즘 모델을 개발했다"며 "셀러가 제품을 올릴 때부터 가품 및 IP(지적재산권) 침범 여부를 1차 필터링하고 이후 위반의 심각성에 따라 스토어의 계정 폐쇄 등 조치를 취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8월 공개한 '국제거래 소비자 이용 및 피해 실태조사'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는 해외 거래 사이트 중 가장 많이 이용하지만 피해 경험도 잦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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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비자원이 해외 직접구매 경험자 221명에게 최근 1년 이내 가장 많이 이용한 온라인 쇼핑몰(단수응답)을 질문한 결과 알리익스프레스로 응답한 사람은 63명(28.5%)으로 가장 많았다. 피해 경험도 알리익스프레스가 31명으로 1위였다. 가장 큰 피해 이유는 '주문제품과 다른 제품 수령'(26명, 51.0%)이었다. 구매자 중에는 짝퉁인 걸 알면서도 사는 소비자들도 많아 불만을 표시하지 않은 소비자들도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e커머스들도 오픈 마켓의 경우 전자상거래법상 제품 하자에 대한 법적 책임은 거의 없지만 각자 소비자 신뢰도를 높이고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짝퉁 방지를 위한 자체 규정을 만들고 있다. 최근에는 짝퉁 판매 시 플랫폼에도 책임을 묻는 법안도 마련 중이다. 그러나 이런 법이 생기더라도 해외 기업에 적용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사업자 등록이 쉬워 제재하더라도 또 다른 짝퉁 판매 업체가 입점할 수 있다"며 "플랫폼이 짝퉁을 100% 걸러내긴 힘들지만 사회적 책임을 위해 국내 기업들이 노력하고 있는데 해외 기업과 법적 역차별까지 받게 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