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순천공장 3CGL 설비 모습
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번 미국 상계관세 최종 판정과 관련 국내 철강업계와 ITC 제소를 준비 중이다. 업계가 ITC에 소송을 걸면 정부가 제3자 참여 등의 방식으로 지원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미 상무부는 그간 한국 전기요금에 대해 미소 마진(산업피해가 미미하다고 간주)으로 판정해왔다. 그러나 최근 연료비가 급등한 가운데 한국이 다른 국가에 비해 전기요금을 적게 올리면서 이 같은 판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전력 판매가격과 원가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미 상무부를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기요금 원가 회수율 외에도 미 관세법 상 상계관세 발동 요건인 △재정적 기여 △혜택 △특정성 등이 갖춰지지 않았다고 해명한다는 방침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원가 회수율이 100%가 안 된다 하더라도 상계관세를 부과하려면 미 관세법 상 특정됐는지, 재정적 기여가 있었는지, 혜택이 있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충족해야 한다"며 "다른 요건으로 우리 업계가 다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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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ITC 제소 과정은 최소 1~2년이 걸리는 만큼 내년에 발표되는 2022년 철강 상계관세 판정도 전기요금 관련 영향을 피하긴 어려워졌다. 특히 2022년 국제 에너지 가격이 치솟으면서 전기요금 원가 회수율은 2021년보다 낮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지난해 3차례에 걸쳐 전기요금을 kWh당 19.4원 인상했지만 역마진 구조를 벗어나지 못했다. 한전은 지난해 32조6000억원 규모의 적자를 냈으며 업계에선 원가 회수율을 70%로 추산하고 있다.
다행히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에선 아직 국내 전기요금 관련 관세를 매겨야 한다는 논의는 없는 상황이다. 다만 업계에선 전기요금이 지금처럼 원가에 못 미치면 지속적인 통상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IEA(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h(메가와트시) 당 95.6달러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115.5달러에도 못 미친다. 영국(187.9달러), 독일(185.9달러) 등 유럽 주요국과 비교하면 절반에 불과한 수준이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미국 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한국 산업용 전기요금이 저렴한 것에 대해 불만이 있고 관련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관세 등 통상 문제를 방지하려면 산업용 전기요금을 원가 수준으로 높이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