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윤발, 전설의 품격…'사망설' '8100억 기부'에 답하다

/사진=스타뉴스DB

중화권 톱배우 주윤발(68)이 연예인들의 연예인, 살아있는 전설로서 품격을 뽐냈다.

주윤발은 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그는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로 선정되어 내한한 바.

이는 부산국제영화제가 매해 아시아영화 산업과 문화 발전에 있어 가장 두드러진 활동을 보인 아시아영화인 또는 단체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올해 수상자인 주윤발은 '영웅본색'(1986), '가을날의 동화'(1987), '첩혈쌍웅'(1989), '와호장룡'(2000) 등 수많은 명작을 남기며 오랜 시간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전날(5일) 열린 개막식에서 'BIFF 호스트' 송강호가 트로피를 건네며 존경심을 표하기도. 송강호는 주윤발에 대해 "이분을 수상자로 호명할 수 있게 되어 정말 너무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저와 비슷한 영화인들, 수많은 영화팬 마음속에 우상으로 남아계신 분이다. 슈퍼 히어로가 아니라, 진짜 스크린의 영웅이시다. 우리 마음속에 영원히 기억될 분"이라고 전했다.

국내 취재진 앞에 선 주윤발은 "중국어에 그런 말이 있다. 인생엔 두 번의 갑자(甲子)가 있다고. 제가 60세가 넘어서 두 번째 갑자에 들어섰다. 그렇게 치면 이제 8살이 된 건데 잘 부탁드린다"라고 변함없이 뜨거운 에너지를 엿보게 했다.

이어 그는 "이렇게 큰 상을 주셔서 부산국제영화제에 감사하다. 50년 만에 이런 큰 상을 받아 신나고 한국 팬분들의 사랑에 매우 기쁘다"라며 "부산은 굉장히 아름답다. 음식도 잘 맞고 맛있다. 이따가 낙지를 먹으러 갈 거다"라고 말했다.

또한 주윤발은 "한국영화계가 지금까지 크게 부상하여 저도 고무적이라 생각한다"라며 "한국영화의 가장 큰 경쟁력은 자유도라고 본다. 소재가 넓고, 창작의 자유도 넓어서 이 부분을 굉장히 높이 산다. 가끔씩 보면 '이런 이야기까지 다룰 수 있다고?' 하는 놀라움이 들 정도다"라고 애정을 과시했다.

많은 레전드 작품을 남겼지만, 스스로 꼽는 대표작 세 편은 무엇일까. 주윤발은 "제 작품을 다 좋아하지만 '영웅본색'은 방송국을 떠나서 만든 첫 영화라 더 임팩트가 있다. 영화는 2시간밖에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이야기를 전하는데, 이렇게 오랜 시간 사랑을 받는 영화의 힘은 굉장히 크다고 느꼈다.' 영웅본색' 그리고 '와호장룡' '첩혈쌍웅'도 좋아한다"라고 답했다.

무려 데뷔 50년 차의 주윤발. 그럼에도 그는 "저는 지금만 생각하고 '현재에 살아라'라는 말을 굉장히 좋아한다. 매 순간 '내 앞에 있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라'라는 말씀도 드리고 싶다"라는 가치관을 드러내며 앞으로의 활동을 기대하게 했다.

더불어 주윤발은 "지금은 배우로 여러분 앞에 앉아있지만 이 자리를 벗어나면 저희는 모두 다 똑같이 대등한 일반인이다. 물론 여러분이 보시기엔 특별한 시선을 갖고 '슈퍼스타다' '대단하다' 생각하실 수 있지만, 제 생각엔 저는 지극히 보통의 일반인에 불과하다"라고 겸손한 자세를 취했다.

'8100억 원' 전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초연한 마음가짐으로 만인의 귀감이 됐다. 주윤발은 "제가 힘들게 번 돈을 아내가 기부했다. 저는 이제 용돈을 받고 살고 있다. 그래서 정확히 얼마를 기부했는지 저도 모른다"라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자아냈다. 이내 그는 "어차피 이 세상에 올 때 아무것도 안 갖고 와서, 갈 때도 아무것도 안 갖고 가도 사실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저는 흰쌀 밥 두 그릇이면 된다. 저녁은 안 먹으니까 하루에 두 그릇이면 충분하다"라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주윤발은 최근 불거진 사망설 '가짜 뉴스'에 대해 직접 언급하기도. 그는 "얼마 전 와병설이 있었는데 건강하게 만나 반갑다"라는 취재진의 말에 "와병설이 아니라 '내가 죽었다'라는 가짜 뉴스가 있었다. 이런 일은 매일매일 일어나는 일이라 저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라고 톱배우다운 여유를 보였다.

그러면서 주윤발은 "나이가 어느 정도 되면 제일 중요한 게 건강 유지를 위한 취미 활동이다. 제가 홍콩에 돌아가면 곧 하프 마라톤 대회에 참가할 계획이다. 내일 오전에도 마라톤 연습을 위해 10km를 뛸 예정이다. 이렇게 뛰었다가 죽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때 만약 죽었다면 이제 이런 가짜 뉴스가 안 나오지 않을까 싶다"라고 호탕하게 얘기했다.

이어 그는 "태어남이 있으면 죽음도 반드시 있는 법이라, 주름이 생기는 것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늙은 역할도 기꺼이 맡을 거다. 나이 드는 게 무섭지 않고, 오히려 무서울 게 없어진다고 생각한다. 이게 바로 인생이니까. 태어남이 있으면 죽음이 있는 것이기에 죽음이 없는 게 이상한 것이지 않나"라는 메시지도 남겼다.

끝으로 주윤발은 "제가 18세에 연기를 시작했는데 연기는 정말 많은 지식을 가져다준다. 공부를 많이 못 해서 영화를 찍으며 많은 걸 배웠다. 그 어떤 것과 비교할 수 없는 큰 세상을 가져다주는 게 바로 영화다. 짧은 두 시간에 탄생과 죽음, 한 사람의 인생을 다 담아 연기하지 않나. 그래서 영화가 없으면 주윤발이 없다고 생각하셔도 좋다"라고 영화의 의미를 되새겼다.

주윤발은 오는 11월, 5년 만의 스크린 컴백작 '원 모어 찬스' 개봉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