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나노 뛰어넘고 2나노로"…삼성전자, 파운드리 속도전

머니투데이 한지연 기자 2023.10.05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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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사 대만 TSMC에 업력·점유율·캐파 모두 뒤처져…내세울 경쟁력은 기술력뿐

지난해 6월, 삼성전자 3나노 파운드리 양산에 참여한 파운드리사업부, 반도체연구소, 글로벌 제조&인프라총괄 주역들이 손가락으로 3을 가리키며 세계 최초 3나노 파운드리 양산을 축하하는 모습/사진=삼성전자지난해 6월, 삼성전자 3나노 파운드리 양산에 참여한 파운드리사업부, 반도체연구소, 글로벌 제조&인프라총괄 주역들이 손가락으로 3을 가리키며 세계 최초 3나노 파운드리 양산을 축하하는 모습/사진=삼성전자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 목표를 내건 삼성전자가 파운드리(위탁생산) 선단공정 기술력 확보에 속도를 낸다. 업력과 규모, 점유율 모든 방면에서 1위 대만 TSMC에 달리는 삼성전자가 현실적으로 경쟁사를 제칠 경쟁력은 기술 뿐이라는 판단에서다.

5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77,400원 ▼800 -1.02%) 파운드리는 2나노미터(㎚, 1㎚는 10억분의 1m) 양산 속도를 올리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삼성전자 내부에선 3나노 대량 양산을 건너뛰고 곧바로 2나노 공정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현재 삼성전자는 3나노 공정 양산까지 성공했는데, 실제 전체 캐파(CAPA·생산능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글로벌 경기 불황으로 인한 전방산업 악화로 파운드리 수요 역시 위축된 탓이다.



통상 반도체업계는 시장 상황을 고려해 제품믹스(비중)을 결정한다. 반도체 경기가 반등을 시작할 것이라 보는 내년을 시작으로, 호황이 예상되는 내후년엔 최선단 공정이 2나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가 2나노 스텝을 더욱 빨리 밟기 위한 '퍼스트 무버' 전략을 세운 이유다. 삼성전자는 2025년 2나노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술력 선점이 고객사 확보에 유리한 입장으로 연결된다는 것도 삼성전자가 초미세공정 개발 속도에 집중하는 이유 중 하나다. TSMC는 오랜 업력과 캐파를 바탕으로 이미 파운드리 시장에서 정상을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두가지 사항 모두 TSMC보다 뒤처진다. TSMC는 1987년 설립됐는데, 삼성전자는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2017년 파운드리 사업부를 출범시켰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매출 기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56.4%, 삼성전자가 11.7%였다. TSMC의 주요 고객사인 퀄컴, 애플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삼성전자가 반도체와 함께 세트(완성품) 사업을 함께 운영한다는 것도 또 다른 약점이다. 퀄컴은 반도체 설계를 담당하는 삼성전자 LSI사업부의 경쟁자, 애플은 스마트폰 담당인 삼성전자 MX사업부의 경쟁자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에서 차별화를 둘 수 있는 것은 오직 기술력뿐이란 얘기다. 수주 사업인 파운드리 특성상, 한번 일을 맡기면 생산처를 바꾸는 경우가 드물다. 삼성전자는 TSMC보다 한발 앞서 나은 기술력을 입증해 고객을 더 빨리 확보해야 한다.

업계는 2나노 공정에서 두 회사가 진검승부를 펼칠 것으로 내다본다. 현재 파운드리에 제조 공정 중 가장 앞선 기술은 GAA(게이트올어라운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6월 양산을 시작한 3나노부터 이를 적용했지만, TSMC는 2나노부터 GAA를 적용할 예정이다. 두 회사 모두 같은 공정을 적용하는 2나노가 승부처가 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인 셈이다. 신기술 도입 당시 겪는 시행착오를 가정한다면, 먼저 3나노에서 GAA를 적용한 삼성전자가 유리한 게임을 펼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반도체) 부문장 사장도 앞서 "삼성전자가 GAA 인벤터 창조자로, 경쟁사를 앞서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2나노에서 승부를 걸겠다고 밝혔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TSMC가 공격적으로 캐파 확보에 나선다면 삼성전자는 차세대 선단 공정에 주력하고 있다"며 "기술력이 뒷받침된다면 고객사도 출시일정을 조율해서라도 삼성을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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